[동화작가 서성자의 추억열차] 1970~1990년대 교단일기

[동화작가 서성자의 추억열차] 1970~1990년대 교단일기

  • 기자명 서성자 기자
  • 입력 2019.10.23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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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교실에서>

[데일리스포츠한국 서성자 기자] 여섯 번째 이야기 : 버릇 고치기 2-2

“영숙아, 그건 부끄러운 버릇은 아니야. 그러나 넌 아직 어린애라 몸이 자라고 있는 중이거든? 네가 부비는 그 곳은 너무 연하고 예민한 곳이야. 그곳은 네가 어른이 되어 아기도 낳아야하는 아주 귀중한 곳이거든. 그래서 지금 소중하게 지켜야 하는 곳이란다. 참을 수 있으면 참아보렴. 넌 그 버릇을 고칠 수 있다고 선생님은 믿는다. 넌 할 수 있어”

영특한 그 애는 고개를 끄덕였다. 뭔지는 몰라도 연하고 귀중한 곳이라는 말에 수긍하는 것 같았다.

나는 그 후로 쉬는 시간이면 그 애 혼자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지 않았다. 친구들과 재미있게 뛰어 놀게 유도하고, 책상 곁에 서있는 것 마저 금했다.

그리고 영숙이 엄마에게 전화를 해 그 사실을 알리고 협조를 구했다. 영숙이 엄마는 깜짝 놀라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나는 아이를 키우다 보면 있을 수 있는 일이니 부끄러워 말라고 말씀 드렸다. 그리고 집에서도 문 닫고 혼자 있는 시간을 만들지 말라고 당부 드렸다.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면서 영숙이의 그 버릇은 자연스럽게 없어지기 시작했다. 그리 오래지 않아 그 버릇은 깨끗이 고쳐지게 되었다.

정말 고맙다는 영숙이 엄마의 인사에 교사로서의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

남자 아이들도 고추를 만지는 아이들이 간혹 있다. 자주 만지다보니 저절로 포경수술을 한 것처럼 된 아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소중한 곳, 귀한 곳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우리 아이들은 참 영특하게도 잘 받아 들였다. 다들 그 버릇들을 고쳤으니까.

선생님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요즘도 그런 버릇이 있는 아이들이 많다고 한다. 아예 바지위로 고추 끝을 손으로 잡고 다니는 아이들도 있다고 한다.

학교, 가정이 협조하여 그런 습관을 고쳐 주어야 할 것 같다. 그 곳은 정말 귀하고 소중한 곳이 아닌가!

1학년 교실에서 있었던 작은 이야기 몇 편을 골라 보았다. 어느 학년을 가르친들 편한 학년이 있겠는가? 그러나 더 힘들면서도 보람을 느끼게 하는 학년이 1학년이 아닌가 싶다. 백지에 그림을 그려야하기에 더 그렇다.

집에서 엄마 아빠가 싸운 이야기까지도 자랑하는 순수한 아이들이 1학년이다. 지금도 그 아이들이 생각난다. 그리고 보고 싶다.

일곱 번 째 작은 이야기

1학년 바른 생활 시간에 ‘부모님이 하시는 일’에 대해 공부를 했다. 그리고 이어서 평소 부모님이 하시는 행동을 몸으로 표현해 보기로 했다. 입은 꼭 다문 체 몸짓으로만 흉내를 내면 다른 아이들이 알아맞히는, 게임을 이용한 공부였다.

똘똘하고 예쁜 지훈이가 먼저 손을 번쩍 들었다. 지훈이는 작은 잔을 들고 술을 마시는 흉내를 내었다.

“캬!”

소리가 얼마나 실감나던지!

그 날 오후, 같은 학교에 근무하는 지훈이 큰 어머니를 만났다.

“지훈이 아빠가 소주를 좋아하시나 봐요”

“아니, 선생님이 그걸 어떻게 아셨어요?”

수업시간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해 주자 그 분은 박장대소하였다.

맥주를 좋아하는 아빠 흉내는 소주보다는 마시는 시간이 더 길고 컵을 잡는 손 모양도 달랐다. 세세한 것까지 아이들은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손가락 사이에 연필을 끼우고 입술을 모아 진짜처럼 연기를 뿜어내는 흉내를 내는 아이, 신문을 보는 아빠, 설거지하는 엄마, 다림질하는 엄마, 컴퓨터자판을 두드리는 엄마, 심지어 술 취해 비척대며 물건을 함부로 던지는 등 갖가지 모습을 흉내 내는 아이들을 보며 나도 따라 웃기는 했지만 내심 놀라기도 했던 시간이었다.

아이들은 아빠, 엄마의 사소한 버릇까지도 눈여겨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 어른들의 말 하나, 행동 하나까지도 아이들은 그냥 지나치지 않는 다는 것도.

시켜서는 안 해도 따라서는 한다는 말이 절실하게 느껴지던 시간이기도 했다.

데일리스포츠한국 1023일자
데일리스포츠한국 10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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