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스포츠한국 서성자 기자] 세 번째 이야기 : 기저귀찬 아이 -2
수업이 끝나갈 무렵 뒷문이 빼꼼이 열렸다.
“선생님, 엄마가 씻어줬어요”
깨끗이 샤워를 하고 예쁜 옷으로 갈아입은 영한이였다.
머리에 무스를 발라 멋지게 꾸민 채 똥 사건은 잊은 듯 환하게 웃고 있었다.
수건 기저귀를 차고 똥 묻은 바지를 입고 걸으며 얼마나 힘들었을까? 학생이라고는 아무도 없는 거리를 혼자 걸어가며 영한이는 얼마나 마음이 불편했을까?
영한이의 험한 모습을 본 그 엄마의 심정은 어땠을까?
지금도 생각하면 참 미안한 일이다. 그 때 미안하다고 말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영한아! 정말 미안했다.
아이들에게 미안했던 게 어찌 이 일 뿐이었겠는가?
네 번째 이야기 : 못돼 쳐 먹었어
귀하지 않은 아이가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늦둥이인 호석이는 집에서 무척 귀하다는 아이였다. 누나들이 고등학교에 다니는데 늦게 얻은 아들이라서 더 귀하게 키웠다고 한다.
1년이라도 빨리 학교에 넣고 싶어 일곱 살 어린 나이에 1학년이 된 녀석이었다. 생긴 것도 예쁘게 생기고 공부도 잘 했다.
집에서나 학교에서 매를 맞아본 적이 없이 곱게 큰 녀석이었다.
학용품을 자주 잃어버려서 마지막 시간에는 연필이 없어 교사가 챙겨줘야만 했다. 나중엔 엄마가 필통에 긴 끈을 달아 연필에 매 주기도 했다. 다른 연필은 다 잃어버려도 끈이 달린 연필은 끝까지 남아있었다.
1학년이 된지 몇 개월이 지나서였다. 무슨 일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호석이가 손바닥을 맞은 적이 있었다.
작은 손바닥 한 대를 살짝 때린 것 같은데 녀석의 눈에서 눈물이 비 오듯 흐르는 것이었다. 아마 처음으로 매를 맞은 때문인 것 같았다.
자기 자리로 돌아가며 녀석이 혼자서 하는 작은 말소리.
“못- 돼- 처먹었-어”
흐느낌과 함께 나온 말을 내가 들어버린 거다.
분명 나에게 한 말 같아 순간 할 말을 잃었다. 갈등이 온몸을 감아 쌌다.
교사의 권위에 대해, 교육적 지도에 대해 많은 생각이 필름처럼 지나갔다. 멍하니 서있는데 녀석은 자기 자리로 들어가 고개를 숙이고 울고 있었다. 나는 그 말을 못 들은 척 하기로 했다.
지금도 그 말이 생각 날 때면 그 순간 잡아주어야 하지 않았을까? 생각에 갈등 아닌 갈등을 하곤 한다. 녀석은 어떻게 자라고 있을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가끔은 쿡쿡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그런 말을 어디에서 배웠을까?
나는 그 때 교육적으로 어떤 사후 지도를 해야 했을까?
다섯 번째 이야기 : 버릇 고치기 1
아이들의 버릇 중에는 고치기 힘든 것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손톱 물어뜯기이다.
손톱을 이로 물어뜯는 아이들을 보면 깎을 손톱이 아예 없는 경우가 많다. 틈만 나면 자기도 모르게 손을 입으로 가져가기 때문이다. 손톱이 없어진 후엔 소톱주위 살 까지도 피가 나도록 물어뜯는다. 그러다보니 결국 정상 손톱의 1/2정도로까지 줄어들게 되어 보기에도 안타까운 기형 손톱이 되고 마는 것이다.
학부모들과 협력해서 버릇을 고쳐 보려 아무리 애 써 봐도 매번 실패하는 것이 그 버릇이다. 타일러도 보고 혼을 내봐도 효과가 없어 속상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손톱을 물어뜯는 아이들 대부분은 두뇌가 명석한 아이들이다. 부모의 기대가 남다르고, 또한 스스로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할 때 손톱을 물어뜯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지 않나 싶기도 했다.
저학년을 많이 맡다보니 아이들에게 칭찬이 효과가 많음을 알 게 되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손톱 기르기 내기였다.
“너 선생님과 내기 해 볼래?”
“무슨 내기요?”
“응, 누구 손톱이 더 빨리 기나 내기 하는 거야. 네가 선생님을 이기면 멋 진 선물도 있지. 너, 나를 이길 수 있겠니?”
선생님께 특별한 관심도 받고 게다가 선물까지 준다니까 아이들은 곧 승낙을 하게 된다.
시합 준비라야 벽에 걸린 달력과 하얀 종이, 그리고 손톱깎이를 챙기면 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