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마스터즈수영 결산, 93세의 완주...고령 선수들 열정과 감동

광주마스터즈수영 결산, 93세의 완주...고령 선수들 열정과 감동

  • 기자명 김백상 기자
  • 입력 2019.08.1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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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스포츠한국 김백상 기자] 광주세계마스터즈수영선수권대회가 14일간의 열전을 마무리하고 18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84개국에서 수영 동호회원 등 6,000여 명이 광주에 모여 수영을 매개로 우정을 나누고 화합을 도모했다. 2019년 여름 광주에서는 실력의 차이도, 나이와 성별의 차이도, 언어와 국가의 차이도, 그리고 장애로 인한 차이도 없었다. 모두가 하나되는 진정한 축제만 있었던 광주세계마스터즈수영대회를 결산한다.    (편집자주)

‘인간승리’ 감동의 드라마
도전…극복…치유…그리고 우정…

13일 광주 광산구 남부대학교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마스터즈수영선수권대회 여자 자유형 100m에 출전한 일본 아마노 토시코가 터치패드를 찍고 있다. 1926년생인 아마노 토시코는 대회 최고령 출전 선수다. / 데일리스포츠한국 DB
13일 광주 광산구 남부대학교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마스터즈수영선수권대회 여자 자유형 100m에 출전한 일본 아마노 토시코가 터치패드를 찍고 있다. 1926년생인 아마노 토시코는 대회 최고령 출전 선수다. / 데일리스포츠한국 DB

광주세계마스터즈수영대회는 감동적인 한 편의 드라마였다.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사연을 간직한 이들이 ‘수영’을 매개로 광주에 모여 도전하고, 극복하면서 위로하고 위로받았다. 아픔을 치유하는 과정이기도 했으며 우정을 나누는 축제의 한마당이기도 했다.

자폐장애 1급인 이동현 씨는 1,000여 명의 한국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장애인으로 참가해 경영 자유형 100m, 접영 50m, 접영 100m에 출전했다. 이 씨는 “기록과 순위를 다투겠다는 것이 아니다. 함께 시합하며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깨고, 비장애인들과 똑같이 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당차게 도전했다.

독일에서 참가한 청각장애인 골드베르그 필과 로빈 형제의 도전도 많은 관심을 끌었다. 형제는 태어날 때부터 청각장애를 갖고 태어나 출발신호를 들을 수 없어 광학 출발신호에 의지해야 했다. 보청기 없이는 아무것도 들을 수 없었지만 5~6살 때부터 수영을 시작해 한때 장애인 수영 독일 대표도 했다. 형제는 “청각장애는 우리의 신체적 움직임이나 빠른 수영 능력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70년대 중후반 한국 신기록을 무려 32차례나 경신하며 한국 여자수영의 간판으로 활약했던 최연숙(60)씨가 37년 만에 깜짝 복귀해 관심을 끌기도 했다. 최 씨는 2년 전 뇌출혈로 쓰러져 지금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토록 그리던 물로 되돌아왔다. “여러 이유로 내려놓았거나 잃어버렸던 자신을 다시 확인해 찾아가는 대회였다”며 이번 대회는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의미를 부여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6살 때 독일로 입양을 갔다가 이번 대회 참가를 위해 무려 46년 만에 처음으로 고국을 방문한 라인들 심 미리암(52)씨의 사연은 우리 모두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녀는 “태어난 나라에서의 역영은 특별한 경험이었으며 특히 제 기록을 20초나 단축시켜 경기 결과에 대단히 만족한다”고 말했지만 입양과 관련한 대목에서는 끝내 눈물을 보였다.

이번 대회 가장 큰 감동은 고령의 참가자들이었다. 나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지칠 줄 모르는 열정과 도전으로 박수를 받았다. 여자 자유형에 참가한 아마노 토시코(93·일본)씨는 대회 최고령자였다. 비록 빠르지 않았고 다른 선수들과 격차는 크게 벌어졌지만 자신만의 레이스를 펼쳐 완주했다. 남자 최고령이자 최다종목 출전자였던 불가리아에서 온 테네프 탄초(91)는 젊은 사람들도 쉽지 않은 다이빙에 나서는 등 무려 11개 종목을 신청해 도전을 이어갔다.

남도 관광·체험, 풍성한 문화예술 공연
문화·예술의 도시 광주, 세계에 알리다

한국 사찰 체험하는 외국인들 / 데일리스포츠한국 DB
한국 사찰 체험하는 외국인들 / 데일리스포츠한국 DB

광주 마스터즈대회는 문화·예술의 도시 '광주'를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광주를 찾은 각국 선수단과 관광객들이 광주 곳곳을 돌아다니며 전통문화를 체험하고, 자연을 즐기며 광주의 맛과 멋, 흥에 흠뻑 빠지는가 하면 다채로운 공연·예술 무대는 광주 전역을 축제의 장으로 변모시켰다. 

선수촌 웰컴센터에 마련된 관광상품 예약코너에는 연일 가족, 단체 단위로 관광상품을 예약하려는 참가선수와 관광객들로 붐빌 정도로 광주에는 ‘외국인 관광 붐’이 일었다. 

시티투어와 타쇼(TASHOW) 투어버스에도 큰 관심을 나타냈다. 타쇼 투어버스에 참여한 독일 남자 수구팀의 피터 선수는 “그동안 체력 소모가 많은 수구를 하느라 심신이 지쳐있었는데 고즈넉한 원효사에 들러 색다른 경험을 하며 컨디션이 한결 좋아졌다”며 “무양서원에서 입어본 선비복이 가장 기억에 남고 옛 책을 만드는 체험도 흥미로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패키지 여행도 인기였다. 협력 여행사들의 관광상품인 남해관광 3박4일 패키지와 할리데이플래너스 9박10일 단체패키지는 하루 2~3팀이 참여하며 남도의 맛과 멋을 즐겼다.

광주 시민의 관광 안내도 돋보인 대회였다. 나라별로 지원에 나선 시민서포터즈는 담당 나라는 물론 대회를 통해 알게 된 선수단에게 광주의 따뜻한 정을 나눠줬다.

지난 6일 멀리 유럽 최북단에서 광주를 찾은 핀란드 선수들이 광주의 아름다운 거리를 보고 싶다는 요청에 시민서포터즈는 앞장서서 따뜻한 식사와 운림동의 야경을 안내하며 선수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했고, 8일에는 브라질, 우즈베키스탄 선수단에게 국립광주과학관을 소개하는 등 시민과 선수단은 함께 광주를 즐겼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은 광주의 전통문화에 흠뻑 빠졌다. 전통 한옥과 다도, 한복, 전통놀이, 국악공연 등 다양한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전통문화관에는 매일 체험을 위해 찾아오는 외국 관광객들로 북적였고, 월봉서원과 무양서원, 원효사 등에도 체험을 위한 외국인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영국의 피터 쥬엘 선수는 “수영 동호인으로 활동하며 많은 나라를 여행하고 문화를 체험했지만 이번 광주에서 경험한 고싸움놀이는 무척이나 특별하고 유쾌한 경험이다”며 “수백년을 이어온 전통문화란 것이 참 인상깊다”고 말했다.

지역경제 활성화 및 광주브랜드 제고
숙박·음식·관광…지역경제 쏠쏠한 효과

11일 광주 광산구 남부대학교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마스터즈수영선수권대회 개막식에서 '물의 진동'을 주제로 기념 세리머니가 펼쳐지고 있다. / 연합뉴스 제공
11일 광주 광산구 남부대학교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마스터즈수영선수권대회 개막식에서 '물의 진동'을 주제로 기념 세리머니가 펼쳐지고 있다. / 연합뉴스 제공

이번 광주세계마스터즈수영선수권대회는 광주에 적잖은 경제적 효과를 가져다 준 것으로 분석된다. 모든 비용을 참가자가 부담하고, 특히 참가자들이 경기 외에도 그 지역의 다양한 문화와 관광을 체험하면서 지역 경제에 보탬이 됐다.
 
이번 대회 참가자들이 지불하는 참가비와 경기등록비, 숙박비 등 ‘마스터즈수영대회’ 고정수익만 17억여 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대회 조직위원회는 분석하고 있다. 

참가한 선수와 코치 등 총 등록 인원 총 5,672명이 한 사람 당 5만~8만원까지 직접 등록비를 내고 참가해 등록비로만 약 4억 원의 수익이 창출됐다. 또 선수 한 명이 여러 종목에 걸쳐 출전하기 때문에 경기 엔트리 등록비용까지 합하면 대략 3억 원 가량의 수익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선수촌의 경우 약 1,200명 이상의 선수와 가족, 언론이 머물며 약 10억 원의 수익을 창출했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유무형의 광주 도시브랜드 홍고 효과도 빼 놓을 수 없는 큰 수익이다.

김백상 기자  104o@dailysports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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