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 서성자의 추억열차] 1970~1990년대 교단일기

[동화작가 서성자의 추억열차] 1970~1990년대 교단일기

  • 기자명 서성자 기자
  • 입력 2019.08.02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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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에 마녀가!> - 2

[데일리스포츠한국 서성자 기자] 옻나무가 지휘봉이 된 사연은 이렇다.

며칠 전에 교실의 지휘봉이 부러졌다.

“집에 지휘봉 할 수 있는 반듯한 나무가 있는 사람 있어요?”

“네, 어제 삼촌이 산에서 나무를 해 왔는데 반듯한 나무가 있었어요”

서울에서 전학을 온 상수가 손을 번쩍 들었다. 다음 날 상수는 길고 반듯한 나뭇가지를 내밀었다. 선생님께 선물을 할 수 있어 기쁘다는 듯 자랑스러운 표정이었다.

나는 칼로 껍질을 깨끗이 벗겼다.

희고 매끄러운 속살을 드러낸 지휘봉은 내 마음에 꼭 들어서 몇 번이나 쓰다듬기까지 했다. 벗겨낸 껍질은 인예가 치웠고.

그리고 나서 인예와 나는 땀을 흘리며 무용연습을 했으니! 아마 나는 얼굴에, 인예는 목에 땀이 많이 났었나보다.

옻 액이 묻은 지도 모르고 손으로 땀을 닦으며 그 날 오후 내내 우리는 뛰고 또 뛰었던 것이다.

내가 잘못해놓고 인예를 의심하다니. 난 엉터리 교사였다.

지금도 빨갛게 물이든 옻나무를 보면 옻이 올라 괴물 같았던 내 얼굴이 생각나서 혼자 웃음을 터트려 본다.

‘인예야 그 때 정말 미안했다’

옻 사건을 기억할 때마다 떠오르는 생각이다.

<가을날의 임시휴교> - 1

요즘 ‘곡성’이라는 영화를 보며 곡성에서 근무했던 시절 생각이 났다.

70년대 말, 농번기 휴가를 이용해 교사 전원이 제주도로 여행을 떠났던 이야기다. 2년에 걸친 적금을 들어 어렵게 떠난 여행이었다.

그 때는 10월 24일 유엔 데이가 공휴일이었다. 농번기와 유엔 데이에 맞추어 여행 계획을 짰던 것이다. 어린애가 있는 여교사들도 전원 참여한 여행이었다.

학교에는 교장선생님과 일직교사만 남았다. 그 시절에는 농번기 휴가 때면 교사들은 농사짓는 현장으로 출장을 나가라고 하던 때였다. 아이들의 안전을 관리하고, 지도해야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그 휴가 때, 우린 제주도로 떠난 것이다.

시골 읍 소재지에서 가장 큰 학교였던 학교의 전 직원 30명의 여행이었다. 난생처음 비행기를 탄다는 설렘으로 시골 교사들은 들떠있었다.

여의치 않은 여행비인지라 갈 때 비행기를 탈까? 올 때 탈까? 회의를 했다. 우선 신기한 비행기를 갈 때 먼저 타고 올 때 배를 타기로 했다.

광주 공항으로 가서 제주행 비행기를 탔다. 신혼여행을 제주도로 간 사람을 빼고, 거의가 비행기를 처음 타본다고 했다.

비행기를 처음 타는 티를 내지 않으려고 나름 눈치를 살피던 우리들이었다. 운 좋게 창가에 앉은 나는 아래에 펼쳐지는 구름과 작은 집, 산, 강을 내려다보며 정신을 빼앗겨 버렸다. 세 살배기 아들을 떼어놓고 갔지만 그 때만은 아들 생각도 나지 않았다.

제주도에 도착해서도 모든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열대나라에 온 듯한 느낌을 주는 야자수, 구멍 뚫린 돌담, 노란 귤, 바닷가의 비경은 우리를 어린애처럼 환호하게 만들었다.

용두암! 용머리를 쏙 빼닮은 바위를 보며 우리들은 수학여행 온 학생들처럼 신나있었다. 바닷가에서 데쳐 파는 문어를 초고추장에 찍어먹었는데, 꿀맛이었다. 맛있었지만 너무 비싸서 저녁에 여관에 돌아와 직접 데쳐, 실컷 먹어보기로 했다. 그러나 너무 많이 먹어 나중엔 쳐다보기도 싫었다.

정방폭포, 천지연, 천제연 폭포, 여미지 식물원 등은 시골 교사들에게 눈이 번쩍 뜨이는 관광지였다. 비바람이 세찬 삼굼부리의 갈대밭 생각이 지금도 난다.

비바람 때문에 가지 말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우린 옷으로 머리만 가린 채 강행을 했다. 그때 몰아닥친 폭풍우에 비명을 지르며 찍은 사진은 지금도 웃음을 자아내게 해준다.

자주 써 보지 않았던 양변기를 사용하다가 뚜껑을 깨뜨린 선생님이 있었다. 걱정을 하면서도 재미있는 추억이 되었다.

2박 3일의 일정을 마치고 배로 출발하려는 마지막 날. 일이 터지고 말았다. 태풍으로 인하여 배가 출항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데일리스포츠한국 080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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