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 서성자의 추억열차] 1970~1990년대 교단일기

[동화작가 서성자의 추억열차] 1970~1990년대 교단일기

  • 기자명 서성자 기자
  • 입력 2019.08.01 10:54
  • 수정 2019.08.01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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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교사들의 고충> - 2

[데일리스포츠한국 서성자 기자] 집안일과 학교 일을 같이 해야 하는 여교사들. 그 때나 지금이나 육아 전쟁에 지쳐있을 여교사들. 육아휴직을 해도 힘든 고통은 고스란히 엄마 몫이 아니던가? 후배 선생님들에게 힘내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이 또한 지나갈 것이기에. 언젠가는 그 시절까지도 그리워질 때가 있을 것이기에.

<거울 속에 마녀가!> - 1

햇병아리 시절 시골에서 근무 할 때의 일이다.

가을이 영글어 가던 10월 어느 날이었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 거울을 본 나는 깜짝 놀라 기절 할 번했다.

거울 속에서 무서운 괴물이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닌가? 나는 살그머니 뒤를 돌아보았다. 나 아닌 다른 사람이 거울 속에 비추인 줄 알고 말이다. 방안엔 나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노틀담의 꼽추 얼굴이 저렇게 생겼을까? 중세의 마녀 얼굴이 저랬을까?

퉁퉁 부은 얼굴은 한쪽 눈이 아예 감겨지고 입술은 나발만큼 부풀어 있었다. 그 얼굴은 한 눈으로 나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손을 얼굴에 대면 거울 속 괴물도 손을 얼굴에 대고, 머리를 만지면 또 따라서 만졌다. 그런걸 보면 분명 내가 맞긴 맞는가 본데.

기가 막혔다. 우선 출근할 일이 끔찍하기만 했다. 결근은 상상도 못했던 시절이고 또한 1주일도 채 남지 않은 어린이무용경연대회가 나를 기다리고 있으니 이를 어쩐단 말인가?

병원 문은 열기도 전인 이른 시각이었다. 문을 두드려 열어 준 약국에서는 옻이 오른 것 같다고 했다.

피부가 워낙 예민한 탓에 다른 사람보다 엄청난 증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서둘러 피부과에 가보는 게 좋을 거라는 약사의 말이 있었다. 그러나 병원엔 퇴근 후 가리라 생각했다.

옻나무 근처에는 간 적도 없고 쳐다본 적도 없는데 황당하기만 했다.

일단 출근을 위해 중무장을 시작했다. 모자로 얼굴을 가릴 수 있는데 까지 가리고 고개를 숙일 수 있는데 까지 숙이고 출근버스에 몸을 실었다. 모두 나만 쳐다보는 것 같아 아예 머리를 무릎에 대다 시피 했다.

출근을 한 후에도 교무실에는 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 교실에서만 하루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처음엔 놀라서 어쩔 줄 모르던 아이들도 나중엔 여느 때처럼 대해 주었다.

수업이 끝나고 오후가 되었다. 2학년 인예가 무용연습을 하려고 교실로 들어왔다.

‘이게 웬 일인가?’

인예도 나와 같은 증상이 목에 나타나 있는 것이 아닌가? 참기름을 발라 번들거리는 그 애를 보며 기분이 상했다.

어제 오후 인예와 함께 무용 연습을 했던 생각이 났다. 내 주위에선 옻나무 그림자조차 볼 수 없는데. 시골 사는 그 애가 옻나무를 만져 나에게까지 옮겨주지 않았나 하는 의심이 들었다.

누가 볼세라 교실 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무용연습을 시작했다. 아무리 얼굴은 괴물이 되었어도 연습은 해야 했으니까.

아마도 괴물 같은 교사와 참기름 번들거리는 아이가 함께 껴안고 뛰는 모습을 비디오에 담아 놓았더라면 가관이었을 것이다.

2-3일 후 인예와 나의 증상은 어느 정도 진정이 되어 가고 있었다. 그런데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내가 대답도 하기 전, 문이 벌컥 열렸다. 옆 반 남자 선생님이 우리 반 지휘봉을 휘두르며 들어오셨다.

“아니, 세상에 지휘봉 할 나무가 없어서 옻나무로 한단 말이요?”

큰 소리로 고함치듯 말씀하시는 옆 반 선생님 코끝이 벌겋게 부어 있는 것이 아닌가?

“선생님, 코가…”

“큭큭!”

우리 반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나는 말끝을 흐리고 말았다. 우리 반에서 빌려간 지휘봉 때문에 딸기코가 되었다는 것이었다. 평소 그 선생님은 지휘봉으로 코끝을 문지르는 버릇이 있었으니!

데일리스포츠한국 080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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