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스포츠한국 서성자 기자] 교장 선생님이 떠는 것을 보니 나도 겁이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스스로를 다잡았다.
‘힘내라, 서성자. 당하더라도 사실대로 말해보고 난 후 당하자’
나는 조심스럽게 교장실 문을 열었다. 상준이 아버지는 노골적으로 내 반대쪽으로 획 돌아앉았다.
“상준이 아버지 죄송합니다”
내 인사가 끝나기도 전에 상준이 아버지는 상준이 바지를 확 벗겨 내렸다.
아!
내가 기절하지 않는 게 기적이었다. 상준이 엉덩이 전체는 보라색 잉크를 진하게 발라 놓은 듯 했다.
피멍이 든 엉덩이는 담임인 내 눈앞에서 내 죄상을 낱낱이 대변해주는 듯 했다.
“이게 어디 교사로서 할 짓입니까? 당장에 교육장 만나보고 선생님 모가지를 떼버릴 겁니다”
상준이의 엉덩이를 보니 뭐라고 쉽게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옆에서 보던 교장선생님이 침묵을 깼다.
“상준이 아버지, 고정하세요. 서 선생님이 너무하긴 너무 했군요. 그러나 서 선생님의 실수 일 겁니다. 서 선생님은 교장인 제가 봐도 훌륭한 선생님입니다. 잘해보겠다는 열정 때문에 생긴 실수 일터이니 너그러이 용서해 주십시오”
늙은 교장 선생님이 나를 대신해서 상준이 아버지 앞에 고개를 조아리고 있었다.
“교장 선생님, 피멍든 이 엉덩이를 보고도 그런 말씀이 나오세요? 두 번만 훌륭하면 애 잡겠수다. 더 이상 말할 것도 없습니다. 당장 이 녀석 데리고 교육청으로 가겠습니다”
일어서는 상준이 아버지를 교장선생님이 억지로 자리에 앉혔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다급하게 말을 꺼냈다.
“상준이 아버지, 5분만 제게 시간을 주세요. 왜 상준이 엉덩이가 그렇게 되었는지 설명해 드릴게요”
나는 상준이와의 약속과 상준이가 약속을 어겼던 일을 떨리는 목소리로 그러나 사실대로 이야기 했다.
“2학년 때 담임, 박 선생님께서 상준이를 특별히 부탁하더군요. 머리가 좋은 아이 인지라 학교생활에 적응만 하면 공부를 아주 잘 할 것이라고 하더군요”
나는 박 선생님이 한말을 좋게 돌려서 이야기 했다. 특별한 관심을 갖고 지도 했다는 내말에 표정이 약간 풀어지고 있었다. 나는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갔다.
막내의 출산 예정일을 한 달 반 정도 남겨 놓고 나는 이 곳 시골 학교로 전근을 오게 되었다.
시골 아이들답게 다들 순수하고 착해서 새로운 학교 아이들과는 금방 정이 들었다.
전년도 담임인 박 선생님이 여러 가지 고마운 조언을 해 주시면서 도벽으로 문제성 있는 상준이만은 조심하라고 당부 시켰다. 그 아버지 또한 비위를 건드리지 않는 게 좋을 거라는 말도 해주었다.
“선생님이 상처받을까봐 염려됩니다. 조심하세요”
그러나 나는 고마운 박 선생님의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이를 포기하려면 차라리 교사직을 포기하는 게 낫지’
내 열정은 교만하기까지 했다.
그 날부터 나는 상준이에게 관심을 쏟아 붓기 시작했다. 우선 그 애에게 담임이 자기를 인정한다는 걸 보여 주고자 했다. 수업시간에는 발표를 한 번이라도 더 시키려고 노력했고 심부름시키기, 칭찬해주기 등으로 상준이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적지 않은 액수의 돈 심부름을 시키며 널 믿고 있다는 암시를 주기도 했다.
그러나 상준이는 나의 관심과 사랑을 교묘하게 이용할 줄 알았다. 규칙을 어기고 아이들을 괴롭히기 시작한 것이 순박한 아이들 앞에서 담임인 나의 권위가 무너지려 하고 있었다.
매도 들어 보았지만 남산만한 배를 안고 때릴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