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 서성자의 추억열차] 1970~1990년대 교단일기

[동화작가 서성자의 추억열차] 1970~1990년대 교단일기

  • 기자명 서성자 기자
  • 입력 2019.07.22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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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가지를 떼러 왔소> - 2

[데일리스포츠한국 서성자 기자] 교장 선생님이 떠는 것을 보니 나도 겁이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스스로를 다잡았다.

‘힘내라, 서성자. 당하더라도 사실대로 말해보고 난 후 당하자’

나는 조심스럽게 교장실 문을 열었다. 상준이 아버지는 노골적으로 내 반대쪽으로 획 돌아앉았다.

“상준이 아버지 죄송합니다”

내 인사가 끝나기도 전에 상준이 아버지는 상준이 바지를 확 벗겨 내렸다.

아!

내가 기절하지 않는 게 기적이었다. 상준이 엉덩이 전체는 보라색 잉크를 진하게 발라 놓은 듯 했다.

피멍이 든 엉덩이는 담임인 내 눈앞에서 내 죄상을 낱낱이 대변해주는 듯 했다.

“이게 어디 교사로서 할 짓입니까? 당장에 교육장 만나보고 선생님 모가지를 떼버릴 겁니다”

상준이의 엉덩이를 보니 뭐라고 쉽게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옆에서 보던 교장선생님이 침묵을 깼다.

“상준이 아버지, 고정하세요. 서 선생님이 너무하긴 너무 했군요. 그러나 서 선생님의 실수 일 겁니다. 서 선생님은 교장인 제가 봐도 훌륭한 선생님입니다. 잘해보겠다는 열정 때문에 생긴 실수 일터이니 너그러이 용서해 주십시오”

늙은 교장 선생님이 나를 대신해서 상준이 아버지 앞에 고개를 조아리고 있었다.

“교장 선생님, 피멍든 이 엉덩이를 보고도 그런 말씀이 나오세요? 두 번만 훌륭하면 애 잡겠수다. 더 이상 말할 것도 없습니다. 당장 이 녀석 데리고 교육청으로 가겠습니다”

일어서는 상준이 아버지를 교장선생님이 억지로 자리에 앉혔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다급하게 말을 꺼냈다.

“상준이 아버지, 5분만 제게 시간을 주세요. 왜 상준이 엉덩이가 그렇게 되었는지 설명해 드릴게요”

나는 상준이와의 약속과 상준이가 약속을 어겼던 일을 떨리는 목소리로 그러나 사실대로 이야기 했다.

“2학년 때 담임, 박 선생님께서 상준이를 특별히 부탁하더군요. 머리가 좋은 아이 인지라 학교생활에 적응만 하면 공부를 아주 잘 할 것이라고 하더군요”

나는 박 선생님이 한말을 좋게 돌려서 이야기 했다. 특별한 관심을 갖고 지도 했다는 내말에 표정이 약간 풀어지고 있었다. 나는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갔다.

막내의 출산 예정일을 한 달 반 정도 남겨 놓고 나는 이 곳 시골 학교로 전근을 오게 되었다.

시골 아이들답게 다들 순수하고 착해서 새로운 학교 아이들과는 금방 정이 들었다.

전년도 담임인 박 선생님이 여러 가지 고마운 조언을 해 주시면서 도벽으로 문제성 있는 상준이만은 조심하라고 당부 시켰다. 그 아버지 또한 비위를 건드리지 않는 게 좋을 거라는 말도 해주었다.

“선생님이 상처받을까봐 염려됩니다. 조심하세요”

그러나 나는 고마운 박 선생님의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이를 포기하려면 차라리 교사직을 포기하는 게 낫지’

내 열정은 교만하기까지 했다.

그 날부터 나는 상준이에게 관심을 쏟아 붓기 시작했다. 우선 그 애에게 담임이 자기를 인정한다는 걸 보여 주고자 했다. 수업시간에는 발표를 한 번이라도 더 시키려고 노력했고 심부름시키기, 칭찬해주기 등으로 상준이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적지 않은 액수의 돈 심부름을 시키며 널 믿고 있다는 암시를 주기도 했다.

그러나 상준이는 나의 관심과 사랑을 교묘하게 이용할 줄 알았다. 규칙을 어기고 아이들을 괴롭히기 시작한 것이 순박한 아이들 앞에서 담임인 나의 권위가 무너지려 하고 있었다.

매도 들어 보았지만 남산만한 배를 안고 때릴 수는 없었다.

서성자 동화작가
서성자 동화작가
데일리스포츠한국 0722일자
데일리스포츠한국 07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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