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연금술로 완성한 카오스 속 질서

[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연금술로 완성한 카오스 속 질서

  • 기자명 데일리스포츠한국
  • 입력 2019.07.05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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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스포츠한국] 유리로 가는 행로 초입의 “떠들어가는 길” 위에 있던 주인공에게 “떠나는 길” 위의 그 늙은 중의 죽음은 “어쩐지 내가 죽은 얼굴”을 상기시킨다.

이처럼 한 죽음이 새로운 생명을 토해내는 재생의 이미지는 한국 샤머니즘의 반복되는 신화의 모티브이다. 평론가 임우기가 <죽음의 현실과 생명성에의 희원>이라는 글에서도 이미 말했듯이, <죽음의 한 연구>에서 주인공의 관념적인 죽음이야말로, 박상륭이 영원한 지혜와 삶을 획득하기 위한 생명의 언어, 즉 언령(言靈)으로 쓴 “신화적 체계 완성을 위한 의도된 죽음”이다.

주인공이 ‘유리’로의 여행을 떠난 첫 번째 날에 이르러 그의 스승은 “팔만 색상에 채워진 공(空)”의 “무질서가 덮여 있”고, 그 속에 “만신(萬神)이 살며 전을 벌”이는 판테온(Pantheon: 다신교였던 로마의 모든 신들에게 바치는 신전)인 대우주의 ‘넓은 마음(깨달음)’을 얻기 위한 방법을 알려준다.

그것은 연금술(Alchemie)에서 말하는 “한 질료가 금이 되기까지는 열두 번이나 일곱 번의 죽음, 뭉뚱그려 적어도 세 번의 죽음을 완전히 치르지 않고(서)는” 도달할 수 없는 경지, 곧 영적인 입문의례이다. 한 인간이 삼위일체(Trinity: 본체, 본질, 형상)의 완성을 위해 “세 번의 죽음”과 삼계(三界: 욕계(欲界), 색계(色界), 무색계(無色界))의 죽음을 관통하며 샤머니즘과 불교, 기독교의 세 종교를 넘나들며 몸소 겪어내야만 하는 ‘변절’과 ‘개종(改宗)’이다.

주인공의 스승은 그에게 “내가 숨이 끊기거든 이 녀석아, 자네는 곧장 떠나란 말야. 글쎄. 내게 변절 개종을 하고 떠나란 말야. 멈칫거리는 서투름이 있다면, 그것은 집착의 소치일 터이고 그것이야말로, 나를 마지막으로 한번 혹독히 매질하는 것일 것이다.‘라고 하며 단호하게 ‘살불살조(殺佛殺祖)’를 명한다.

2011.05.20.일자 금강신문의 ‘살불살조’라는 제목의 기사에 의하면, 살불살조란 한국 선불교(현 조계종)의 임제의현(臨濟義玄: ?-867, 당나라 선승이며 임제종의 창시자) 선사의 사자후로, “우상으로 떠받드는 부처와 조사, 무명이라는 아버지와 탐애(貪愛)라는 어머니를 죽이라는 정신적. 인격적 살인”을 말한다. 이 것은 마음속에 존재하는 타자의 권위와 우상을 부수고 각성하라는 뜻일 것이다. (계속)

※ 여기 연재되는 글은 필자 개인의 체험과 학술적 자료를 바탕으로 집필한 개인적 견해이며 특정 종교와 종교인 등과 논쟁이나 본지 편집방향과는 무관함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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