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박상륭의 죽음에 관한 연구

[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박상륭의 죽음에 관한 연구

  • 기자명 데일리스포츠한국
  • 입력 2019.07.01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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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스포츠한국] 단언컨대, 한국 문학사에서 박상륭 만큼 삶과 죽음에 천착한 작가는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크나큰 시련과 질병의 저주스런 순환기’였던 1997년을 절반이나 넘겨 8월 28일에 나랏무당 김금화 선생으로부터 신내림굿을 받고 무당으로 입무했다.

이 과정은 그야말로 생과 사를 관통하는 모진 것이었다. 나는 죽음과 삶의 너른 공간을 고장 난 시계추처럼 지난하게 넘나들었다. 이 때 나는 박상륭의 책 <죽음의 한 연구>를 만났다. 누가 그랬던가? 책을 만난다는 것은 그 시기의 깊은 시절 인연을 만나는 것이라고.

왜냐? 그 시기의 나는 애써 피하고 싶은 서슬 퍼런 운명의 늪을 끊임없이 허우적거렸다. 운명이 내게 선물한 “영혼의 뻘밭”에서 제자리를 맴돌고 헤매다가 ‘자기(自己) 교살(絞殺)’을 꿈꾸고 있을 때였으니까. 나는 매일매일 내 몸에 덕지덕지 붙어 있던 죽음을 갈가리 찢어내며 살았다. 내게 죽음은 자연인 유명옥 개인의 것이기도 했고, 동시에 집단적인 죽음의 표상이기도 했다.

어느 날, 나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대충 몸을 씻고 마치 신들린 사람처럼 교보문고로 달려갔다. 아, 나는 그곳에서 이 책을 발견한 것이다. 마치 무당으로 입무하기 전에 ‘구애비’를 떠오듯이!

그 때 나는 책의 내용을 내 안에 붙들어 두고 싶다는 호기심과 섣부른 충동을 가지고 있었다. 하여, 그 시절 내 서른 세 살의 박상륭의 책 <죽음에 관한 한 연구> 읽기는 그저 행간의 글씨를 읽는 것이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입무(入巫)한 지 20여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내가 박상륭의 <죽음의 한 연구>에 대한 평론을 쓰겠다는 게 아니다. 이제 막 죽음을 목격한 무당의 감성으로 이 글을 다시 한 번 더 읽어 보겠다는 뜻이다.

나는 요즘 잠자리에 들기 바로 직전 비몽사몽간에 항상 이 책을 손에 들고 첫 문장을 소리 내어 읽는다. 그러면 내 눈이 다시 번쩍 뜨인다. 내가 이 책을 들면 박상륭이 내 앞에 앉아 넋두리 같은 자신의 문장을 주저리주저리 뱉어내며, 육자배기 가락을 너울너울 읊조리는 것 같다.

“미친 년 오줌 누듯 여덟 달간이나 비가 내리지만 겨울 또한 혹독한 법 없는 서녘 비골로도 찾아가지만, 별로 찌는 듯한 더위는 아니라도 갈증이 계속되며 그늘도 또한 없고 해가 떠 있어도 그렇게 눈부신 법 없는데다, 우계에는 안개비나 조금 오다 그친다는 남녘 유리로도 모인다” (계속)

※ 여기 연재되는 글은 필자 개인의 체험과 학술적 자료를 바탕으로 집필한 개인적 견해이며 특정 종교와 종교인 등과 논쟁이나 본지 편집방향과는 무관함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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