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그림찾기] 나현정 작가의 '그림자 캐릭터'

[숨은그림찾기] 나현정 작가의 '그림자 캐릭터'

  • 기자명 유승철 기자
  • 입력 2019.06.21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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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승할망을 모티브...생명 존엄성 부각

부팅 booting 100×78cm l 종이조각 l 2018
부팅 booting 100×78cm l 종이조각 l 2018

[데일리스포츠한국 유승철 기자] 그림자 캐릭터 작업은 작은 아이, 볼품없는 아이로 유년시절부터 움츠리며 오그라들며 소심하게 살아온 내 삶에 생명을 불어넣어주는 작업이다.

그림자는 가지고 있는 부드럽고 애매한 몽롱함이 상상할 여지를 만들어 준다. 베일에 싸여진 신비로운 그림자 작업은 현실에 속에 존재하는 생명체들이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존재할 수 없는 생명체들을 탄생할 수 있는 공간을 선사한다. 또한 빛에 의한 또 다른 모습으로 익숙하면서도 낯선 풍경을 만들어낸다.

작가 나현정의 작품은 사람이지만 동물이기도 하고 동물이지만 사람이기도 한 것처럼 생명체들이 융합되고 결합되어 환생한다. 사라져가는 생명에 대한 연민이 작업의 영감이 되고, 자연은 위대한 어머니이며, 제주 신의 원천은 여성으로,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고 출산 그리고 보살피는 생명 신 ‘삼승 할망’ 제주신화가 작품의 모티프가 된다. 서천꽃밭, 잉태 그리고 보살핌에 환생이라는 또 다른 탄생을 결부시켜 생명의 존엄성을 부각시킨다.

제주 자연에서 채집한 그림자로 멸종하고 멸종위기에 처해 있는 생명들을 동화로 만들어서 그 안에서 그들이 환생하여, 자유롭게 유영하기를 바란다.

노루왕과 별복치 78×78cm l 종이조각 l 2015
노루왕과 별복치 78×78cm l 종이조각 l 2015

제주 숲에서 만나는 양치식물, 고사리는 날개가 되고, 작은 꽃잎들은 생명체의 눈동자가 되어 반짝거린다. 식물의 줄기는 서로 만나고 이어져서 생명이 움트고, 암술과 수술은 사랑을 나누며 새로운 생명을 잉태한다.

존재의 사라짐, 환생 그리고 생존. 각자의 존재는 이유가 있어 태어난다. 쓸모없는 건 없다.

주어진 삶을 제대로 살아보지도 못한 채 사라져간다. 그리고, 다시 태어난다. 환생...

바람을 타고 들려오는 작고 여린 생명들의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종이를 조각한 작품은 한 조각 한 조각 오려내는 행위조차 환생을 염원하는 마음을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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