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제주 차사본풀이 속 저승

[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제주 차사본풀이 속 저승

  • 기자명 데일리스포츠한국
  • 입력 2019.05.30 09:21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일리스포츠한국] 제주 칠머리당굿보존회는 1998년 문무병이 쓴 <제주도 무속신화, 열두본풀이 자료집>을 발간했다. 이 책의 “제 1장 본풀이란 무엇인가?”라는 항목의 “6. 저승의 세계: 차사본풀이” 신가에는 저승은 “천지혼합시 들어간 길, 천지개벽 시 들어간 길로부터 시작해 시왕이 들어간 길, 사자가 들어간 길, 차사가 들어간 길 등등을 포함한 이른 여덟 갈림길로 설정되어 있다.

강님은 김치원님의 명으로 염라대왕을 잡으러 저승의 이른 여덟 갈림길 중 하나 밖에 남지 않은 길에 들어선다. 그 길은 왼쪽 뿔 한 쪼가리만하고 가시덤불 뒤얽힌 험한 길이다. 강님은 저승길 안내인인 저승의 차사(인) 이원사자에게 전대에서 떡을 꺼내어 주고 저승길의 안내를 부탁한다. 원래 저승은 이승의 사람이 못 가는 법이다. 이원사자는 강님에게 “삼혼을 불러 드리거든 혼정으로나 저승 초군문에 가 보십시오. (중략) 저승 초군문에 적폐지를 붙였다가, (염라대왕의) 행차가 지나가거든 다섯 번째 가마를 놓치지 마십시오. 저승 초군문 가기 전에는 행기못이 있습니다. 못가에는 비명에 죽어 저승도 못 가고 이승에도 못 와 울고 있는 사람들이 저승에 데려가 달라고 쾌자 자락을 잡고 놓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면 전대의 떡을 잘게 부수어서 동서로 뿌리고 보면 저승 초군문에 붙어질 것입니다.”라면서 ‘동심결, 운삽, 불삽’ 세 가지의 ‘저승본매‘를 가지고 저승의 초군문에 들어가는 법을 알려 준다. 사자는 또 강님에게 “저승 본매가 없으면 저승에 가도 돌아올 수 없다.”고 일러준다.

강님은 이원사자가 가르쳐 준대로 한 후, 구리쇠 같은 팔뚝을 걷어붙이고 우레같이 소리를 지르며 달려들어 염라대왕을 붙잡았다. 염라대왕 손목엔 수갑이 채워지고, 발엔 차꼬가 끼워지고, 몸에는 밧줄이 감겼다. 강님은 염라대왕을 따라 자부장자 집 전새남(굿)을 받아먹으러 갔으나 염라대왕은 강님을 따라 이승으로 오지 않으려고 새로 변신하여 큰 대 꼭대기에 앉았다. 강님이 눈치를 채고 큰톱으로 대를 끊으려 하자 할 수 없이 염라대왕은 강님의 적삼에 저승 글자 셋을 써 준다. 강님은 그것을 받아들고 이승으로 내려오려고 했으나 그 방법을 몰랐다. 염라대왕에게 길 인도를 부탁하니 염라대왕이 그에게 흰 강아지와 돌래떡 셋을 겨드랑이에 끼워 주었다. 강님이 그 떡을 강아지에게 끊어주어 달래며 뒤를 따라 가다보니 행기못이 있었다. 못 가에 이르자 강아지가 달려들어 강님의 모가지를 물고 행기못으로 풍덩 빠져드니, 강님은 잠깐 정신을 잃었고, 잠시 후에 눈을 떠보니 바로 이승 길로 들어서 있었다. 이렇게 해서 강님은 염라대왕을 만나고 저승 여행을 다녀오게 되었다.

차사본풀이 신가에서는 저승은 하루를 살면, 이승에서는 일년이 되는 시간 개념을 가지고 있고, 이승은 무질서하고, 저승은 맑고 공정한 곳으로 설정되어 있다. 한 인간의 ‘생사여탈권’도 저승에서 가지고 있어 비록 저승사자의 착오로 인해 정명(定命)이 다하지 않았음에도 잘못 잡혀가 저승에서 되돌려 보내주지 않으면 이승에서 재생할 수가 없다. 또, 비록 명이 다 차서 저승에 불려갔더라도 저승에서 인정 때문에 내보내주면 이승으로 다시 나올 수도 있어 때로는 유동적인 곳이다. 행기못에 살고 있는 비명에 간 영혼들은 이승과 저승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그야말로 소외된 영혼들이기에 망자의 영혼을 정화해 저승으로 인도하는 ‘망자천도굿’이 필요한 것이다. (계속)

저작권자 © 데일리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