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주자어류서 본 조상과 자손

[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주자어류서 본 조상과 자손

  • 기자명 데일리스포츠한국
  • 입력 2019.05.09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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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스포츠한국] 조상의 귀신은 예로부터 제사를 지낼 때 강림하여 자손이 정성껏 올린 제물(祭物)을 흠향하는 영적인 존재로 간주되어 논의의 대상이 아닌 제사를 통해 받들어야 할 숭배와 경외(敬畏)의 대상이었다.

이창일은 <기의 불멸과 귀신-화담 서경덕의 귀신 해석>이라는 논문을 통해 “유학의 합리적 비판이 수립”되기 위해서 “불교의 윤회설과 세속의 귀신숭배에 대한 귀신의 해명은 필요”했고, “귀신의 정체에 대한 해명은 성리학이 수립될 당시의 사상사적 과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귀신론은 불교의 윤회설을 비판하는 확실한 논리적 근거가 되었으며, 불가사의하고 이해할 수 없는 초자연적 존재라는 막연한 인식을 보다 명확한 인식으로 전환시키는 교화의 논리가 되었다.”고 했다.

주자어류 권3 72조에 주희는 산천의 기가 모여 있는 사당에는 신령한 기운이 깃들어 있고, “오래되어 사람들에 의해 훼손되고 파괴되면 더 이상 신령스럽지 않게 되는데 그 기가 없어졌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주희에 가르침에 의하면, 조상의 기는 “죽음 이후 곧바로 흩어지지 않고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면서 서서히 사라지며” 종국에는 소멸되지만 “자손에게 조상의 기의 뿌리가 존재”하고 있다.

주자학의 영향을 받은 우리나라는 경국대전 예전 편에 기록된 사대부 이상 제례의 봉사 대상을 ‘4대 봉사(四代奉祀: 부모로부터 고조부까지의 조상)’로 정했다. 이는 죽은 조상의 존속 시기를 대략 120년 정도의 지속 기간으로 상정했기 때문이다.

주희는 자신의 불완전한 이론을 보완하기 위해 조상과 자손 사이에는 “혈맥이 관통(血脈貫通) 하고 있기 때문”에 “‘같은 기는 감응(感應)’하며 “조상의 뿌리는 자손”이라는 논리와 “자손이 살아있는 한 조상의 귀신도 따라서 존속한다.”는 이론(주자어류 권3 57조)을 도입했던 것 같다.

박성규의 <주희 주자어류(권3): 토픽맵에 기초한, 철학고전 텍스트들의 체계적 분석 연구와 디지털 철학 지식지도 구축>에 인용된 주자와 제자의 대화 내용을 한 번 살펴보자.

주희의 제자가 주희에게 “사람이 죽어서 기가 흩어지면 자취도 그림자도 없어지니 귀신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제 우리가 제사를 지낸다고 하면 어디를 향해 (조상을) 구하는 것입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주희는 “자손이 조상에게 제사지내는 것은 같은 부류의 기로써 구하는 것이다. 나의 기로써 감하여 부르는 것이 곧 조상의 기이다. 따라서 마치 앞에 계신 듯이 생각하는 것. 이것이 곧 감통의 이치이다.”라고 대답했다.

이 대화를 통해 우리는 조상이 자손의 기에 응축되어 스며들어 있기에 자손이 자신의 기를 매개로 조상을 부르면 이에 감응하여 현현할 수 있는 존재라고 이해할 수 있다. (계속)

※ 여기 연재되는 글은 필자 개인의 체험과 학술적 자료를 바탕으로 집필한 개인적 견해이며 특정 종교와 종교인 등과 논쟁이나 본지 편집방향과는 무관함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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