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유교의 제사감격설과 조상귀

[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유교의 제사감격설과 조상귀

  • 기자명 데일리스포츠한국
  • 입력 2019.05.08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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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스포츠한국] 이창일의 <귀신론과 제사론의 자연주의적 해석>이라는 논문에는 귀신론과 제사론의 통합적 구도로 인해 귀신이 “천지자연에 내재된 초월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주자의 ‘자연주의적인 해석’을 통해서라도 ‘조상의 귀신’은 부정되지 않으며, 이러한 해석이 오히려 주자학의 독창성을 나타내고 있다”고 전제한다.

주자어류 권3 19조에는 주희가 천지간에 존재하는 하나의 총기(統氣: 보편적인 기)가 모여 사람이 태어나고, 기가 흩어져 죽는 것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또한, 주자어류 권3 57조에는 “자손은 조상의 기이다. 조상의 기가 비록 흩어졌다고 해도 그 뿌리는 자손에게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주희는 인간의 기가 죽음 이후 곧바로 흩어지지 않고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면서 서서히 사라지고, 자손에게 조상의 기는 뿌리가 존재하고 있기에 자손이 제사라는 형식을 통해 정성과 공경을 다해 조상의 혼백을 불러올 수 있다고 했다.

김혁배의 <조선시대 유학자의 귀신론 연구>라는 논문은 주희의 제사감격설이 <중용>의 성(誠)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며 제사의 문제를 귀신의 문제에서 후손의 효의 문제로 승화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죽은 후에도 곧바로 흩어지지 않고 자손의 정신과 혼백으로 이어져 제사를 드릴 때 흠향하러 오는 존재가 바로 조상의 기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같은 기는 감응(感應)’하며 “조상의 뿌리는 자손”이라는 주자어류 권3 57조의 논리인데, 주자의 이 글을 통해 자손이 살아있는 한 조상의 귀신도 함께 존속한다는 이론으로 이어진다.

아래는 박성규가 서울대학교 철학사상연구소에서 발간한 <주희 주자어류(권3): 토픽맵에 기초한, 철학고전 텍스트들의 체계적 분석 연구와 디지털 철학 지식지도 구축>에 나오는 주희와 그의 제자가 나눈 대화의 내용이다.

주희의 제자가 주희에게 “천지 산천에 제사 지낼 때 희생.제물.술.감주를 쓰는 것은 단지 내 마음의 정성을 표시하기 위한 것입니까 아니면 정말로 응감하는 기가 있기 때문입니까?“라고 묻자, 주희가 제자에게 즉답을 해 주는 대신에 ”만약 와서 흠향하는 존재가 없다고 한다면, 대체 무엇을 제사지낸단 말인가? 숙연히 위에 있으면서 사람으로 하여금 경외감으로 받들어 모시게 하는 이것은 무엇이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천지와 내 몸은 일체의 것이다. 이른바 귀신이란 단지 자기의 기일 뿐이다”라고 했다. (계속)

※ 여기 연재되는 글은 필자 개인의 체험과 학술적 자료를 바탕으로 집필한 개인적 견해이며 특정 종교와 종교인 등과 논쟁이나 본지 편집방향과는 무관함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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