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연산군이 굿을 좋아한 이유

[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연산군이 굿을 좋아한 이유

  • 기자명 데일리스포츠한국
  • 입력 2019.03.20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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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비 윤씨에 대한 그리움과 자가 치유

[데일리스포츠한국] 연산군은 광질(狂疾)을 얻어 때로 한밤에 부르짖으며 일어나 후원을 달렸는데, 그의 마음 속 깊이 해소되지 않은 생모인 폐비 윤씨의 원통한 죽음의 원인 제공자인 부왕 성종에 대한 분노와 적대감을 극복하지 못해 화병을 얻고 광증 발작을 일으켰나 보다.

원통하게 생모를 잃고 시름에 잠겨 있던 그를 잠시나마 위로할 수 있었던 것은 유려한 음률과 익살 및 재담, 그리고 무당의 굿이었을 것이다.

추측컨대 그가 특히 무당굿을 좋아했던 이유는 무당이 굿을 진행하는 동안 오매불망하던 폐비 윤씨의 원혼을 불러 연산군이 평소에 생모로부터 듣고 싶었던 말을 들려주었기 때문이리라.

한국 샤머니즘에서 무당의 의무는 신령의 도움으로 비통하게 죽은 자의 원혼을 정화하고, 위로하며 영적인 세계와 현상계의 깨어진 질서를 재정비하고, 조화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연산군은 무당의 조력으로 굿에서나마 자신의 생모를 만나 쌓인 회포를 풀고, 그녀의 원혼을 위로했을 것이다.

더 나아가 그는 무감을 쓰고 춤을 추면서 카타르시스 (Catharsis)를 통해 적극적인 자기정화를 꾀했고 이를 통해 격정과 불안정한 정서를 씻어내며 긍정적 정서를 환기시켜 자가 치유를 유도했을 가능성이 크다.

연산군일기 59권, 연산 11년 9월 16일 정유 3번째 기사는 연산군이 여완을 애도하여 어제로 정원에게 주제를 내려 시를 짓게 했다는 기사가 있다. 그가 죽은 기생 월하매에게 여완이란 호를 지어주고 애도했던 것은 비명에 간 생모 폐비 윤씨와 월하매의 ‘중첩된 모성의 이미지’ 때문이었으리라.

아래의 시에는 자신의 생애에서 또 한 번 사랑하는 대상을 잃은 연산군의 애닳은 심정과 생명이 상하도록 절절하고 애끓는 사랑이 담겨 있다.

“너무나 애달파서 눈물 걷기 어렵고

슬픔이 깊으니 잠 오지 않네

마음이 어지러워 애끓는 듯하니

이로 해서 생명이 상하리로다”

(어제로 여완을 애도하는 시를 내리고 정원으로 하여금

화답해 바치게 하다)

(계속)

※ 여기 연재되는 글은 필자 개인의 체험과 학술적 자료를 바탕으로 집필한 개인적 견해이며 특정 종교와 종교인 등과 논쟁이나 본지 편집방향과는 무관함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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