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아닌 시작” … 자영업자 사업정리 • 새출발 조력자

“끝이 아닌 시작” … 자영업자 사업정리 • 새출발 조력자

  • 기자명 지재원 기자
  • 입력 2019.02.15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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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스포츠한국 지재원 기자]

‘폐업 119’는, 폐업을 앞둔 회사가 폐업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각종 법률 세무 부동산정보는 물론 철거와 원상복구에 이르기까지 일체의 절차와 방법을 조언해주는 회사다. 최근‘폐업 119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그동안 수도권 중심이었던 사업영역도 전국으로 확대됐다.‘폐업 119’고경수 대표(55)는‘동행 365’의 대표이기도 하다. 폐업 컨설팅이 회사의 주요 업무라고 하는데, 폐업하는 업체에게 컨설팅 비용을 받지도 않는다. 여러모로 궁금한 게 많아서 그만큼 묻고 싶은 것도 많은 CEO다.

고경수 대표
고경수 대표

‘폐업 119’가 하는 일을 좀더 알기 쉽게 설명해달라고 하자 ‘폐업하는 사람들의 입장은 초상을 당한 경우와 매우 비슷하다’고 말문을 연다.

“초상을 당하면 대부분 3일장을 치릅니다. 시간에 쫓기게 되지요. 사망사실을 알리는 부고(訃告) 쓰기부터 영안실 마련하기, 장지(葬地) 구하기 등 3일 안에 해야 할 일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장례식과 관련한 정보들도 비대칭이 매우 심합니다. 장례비용도 천차만별이라, 상주의 형편에 맞게 정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지요.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남아있는 가족들이 멘붕상태에 빠진다는 겁니다. 뜻하지 않은 사고 등으로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했다면 멘붕상태는 그만큼 더 심하기 마련입니다. 그런 와중에도 제한된 시간 안에 장례식을 마쳐야 하니 얼마나 당황스럽겠습니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요즈음엔 장례절차를 대신해줄 상조회사들이 생겨서 비교적 손쉽게 상조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상조회사는, 1982년 부산에서 처음 생긴 후 매년 늘어나기 시작해 2010년엔 337개사나 되었다. 이후 대형 상조회사 위주로 재편되기 시작하면서 현재는 선수금 100억원 이상의 대형 상조회사 50여개, 10억원 미만의 영세 상조회사 100여개 등이 활동중이다.

2018년 11월 통계청의 발표에 의하면 2017년 한해동안 사망자수가 28만5,534명이었다. 매년 30만명 남짓한 사망자 유가족들이 상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회사가 150여개인 셈이다.

국세청 통계에 의하면 2017년 폐업한 회사는 약 91만개사였다. 2018년 통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는데, 고경수 대표는 100만개사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폐업 119’로 폐업 상담을 해온 회사 숫자가 2017년 대비 28%나 증가했기 때문이다.

고 대표는, 올해는 경기전망이 작년보다 안좋은데다 10.9% 인상된 최저임금이 적용되고, 전 분야에 걸쳐 물가가 상승하고 있어서 폐업하는 업체수가 작년보다 훨씬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매년 30만명 정도의 사망자를 대상으로 한 상조서비스 회사가 150여개나 되는데, 폐업하는 회사가 100만개가 넘어도 이를 전문적으로 상담해주는 회사는 ‘폐업 119’, 한군데 뿐이다.

“정부도 폐업자를 지원하기 위해 따로 예산을 책정해 지원하고 있지만 혜택을 받는 업체는 약 2만2천개사에 불과합니다. 폐업자의 2% 남짓 정도만 지원을 받는 셈이지요. 그나마 이것은 국세청이나 각 지방자치단체 등에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한 통계입니다만, 대부분의 폐업자들은 개인정보 노출을 꺼리는 편이라서 폐업 관련해서는 알려진 것보다 알려지지 않은 규모가 훨씬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고 대표는, 우리나라가 자영업자 비중이 매우 높은 것도 폐업하는 회사가 많은 이유 중의 하나로 꼽는다. OECD 국가 중에서 자영업자 비중이 25~28%로 상위권(3~5위)에 속하는데, 이는 자영업자 비중이 가장 낮은 미국(6.4~7%)에 비하면 4배 정도 높은 수치다.

최근 2,3년간의 통계청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전체 임금근로자 수는 2000만명, 자영업자는 600만명 정도. 우리나라보다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나라는 그리스 터키 멕시코 등 서너 나라들 뿐이다. 자영업자 비중이 이처럼 높은 데에는 재취업 의지가 큰 40~50대들이 갈 수 있는 일자리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창업하는 경우가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최근 수년간의 국세청 통계를 바탕으로 살펴보면 하루 평균 4천명이 새롭게 자영업체를 차리고, 3천명이 폐업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창업자 못지않게 폐업자가 많은 이유가 도대체 무엇일까.

“사업을 하면서 망할 것을 예상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특히 회사로서의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지 않은 자영업자들의 경우, 막연한 기대감으로 버티다가 실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기를 놓치면, 개인적 손실은 물론 사회적 손실도 그만큼 커지게 되지요”

예컨대 3개월 연속 적자라면 더 늦기 전에 대책을 세워야 한다. 원가 절감 등 비용을 줄일 여지가 있는지, 주변 상권에 맞게 업종을 전환할 필요가 있는지, 이도 저도 아니면 사업을 접어야 하는지 등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판단해야 하는데 대개의 자영업자들은 본인들이 처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지 못해서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2015년, 중소기업경영연구원에서 폐업으로 인해 연간 발생하는 사회적 손실이 30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그때는 폐업자 수가 80만명 수준일 때라 100만명이 넘는 지금 고대표는 40조원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폐업으로 인한 재산상 손실과 기회비용 손실, 사회적 비용 손실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지 궁금했다.

이에 대해 고대표는 ‘자영업자들은 대개 40~50대 중장년층들인데, 상담을 하다 보면 월 200만원 수입만 보장돼도 자영업을 안하겠다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이들의 재취업 채널을 늘린다면 자영업자 비율도 줄어들고, 그만큼 폐업자 숫자도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정부의 일자리 창출은 젊은 층 위주로 추진되고 있어서 중장년층들의 재취업은 그야말로 좁디 좁은 문이다.

고대표는 ▲중장년층에겐 최저임금 제한을 철폐하고 ▲중장년층 재취업시에도 청년 취업과 마찬가지로 취업 장려금을 지급하는 것 등을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노동부와 중기부를 비롯한 중앙부처의 거의 모든 부처에서 일자리 창출에 전력을 쏟고 있고, 지자체들도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곳이 많다.

작년말 금융위원회는 2조6천억원 규모의 자영업자 대상 맞춤형 금융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작년 9월 현재 자영업자에게 대출된 액수만 해도 390조원이나 되는데, 다시 대규모 금융지원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우리 정부도 자영업자들을 돕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셈이다.

고경수 대표도 정부의 이러한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인정한다. 다만 1회성 일자리 창출의 비중이 높고, 자영업 ‘운영’ 지원의 비중은 높은 반면 폐업 또는 전업이나 재창업을 할 때는 앞서 살펴본 대로 폐업자의 2% 정도만 지원을 받고 있을 정도로 미미한 현실을 문제점으로 꼽고 있다.

폐업 119는 자영업자의 의뢰가 들어오면 현재의 경영상태를 진단하고 부동산 양수 양도 서비스를 비롯해 중고집기나 설비를 경매에 붙여 최고 가격으로 처분해준다. 임대차계약 만료로 철거 및 원상복구, 폐기물을 처리해야 하는 경우에도 최적의 비용으로 진행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이와 함께 폐업진행시 또는 재창업시에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는 지원제도를 연계해 자금 지원받을 수 있도록 돕는 것도 폐업 119의 주요 업무다.

폐업 절차를 서비스해주면서 폐업하는 회사로부터는 아무 비용을 받지 않는 대신 중고집기나 설비 처분시, 철거 및 원상복구시 협력업체들로부터 일정 수준의 수수료를 받는다.

그동안엔 15명의 직원들이 전화와 대면상담을 통해 컨설팅을 진행해 왔는데, 2월11일부터는 ‘폐업 119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보다 편리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폐업 컨설팅의 첫 번째 목표는 폐업자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폐업자가 다시 새로운 일을 하도록 하는 것, 즉 재기를 돕는 일입니다. 저는 전자보다 후자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동행 365’라는 별도법인 회사를 함께 운영하고 있지요. 우리 회사 내부에서 ‘폐업 119’는 ‘동행 365’에서 제공하는 폐업 및 재기 전문 지원 서비스를 가리키는 명칭입니다”

하지만 폐업을 하면 재창업할 수 있는 자본여유가 있는 경우가 드물고, 무엇보다 사업의욕을 잃는 경우가 많아서 안타깝다고 한다. 따라서 폐업자에게는 재창업보다 재취업 기회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1993년 한솔통상(현 한솔서플라이)을 세워 유통사업을 펼쳐왔던 고대표는 2013년 코스트 제로(Cost 0)라는 기업 대상 비용절감 컨설팅을 진행하다가 폐업 시장에 뛰어들게 됐다고 한다. 지난 5년여간 3500여건의 폐업 컨설팅으로 위기를 해결해줌으로써, 지금은 명실상부한 이 분야의 최고 전문회사로 꼽히고 있다.

2월11일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폐업 119 애플리케이션' 초기화면
2월11일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폐업 119 애플리케이션' 초기화면

오랜 준비 끝에 ‘폐업 119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한 것을 계기로, 앞으로는 온 오프를 망라하여 폐업 재기 지원 플랫폼을 구축, 폐업단계에서부터 선제적으로 손실을 줄여주고 재기를 돕는 것이 이 회사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한다.

현재 정부와 관련 기관들이 창업 생태계에 대한 데이터는 별도로 수집하고 있지만 폐업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전혀 없어서 현황파악조차 어려운 상태인데, 고 대표는 폐업과 관련한 정보를 빅데이터로 한데 모아서 정부와 민간이 모두 함께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도 갖고 있다.

그동안엔 상담과 컨설팅에 치중해왔는데 앞으로는 ‘폐업 컨설팅’에 대한 홍보도 적극적으로 펼치겠다고 한다. 폐업자 숫자는 점점 늘고 있는데, 적시에 제대로 된 폐업 서비스를 받지 못해 개인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불필요하게 더 큰 손실을 겪고 있는 경우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지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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