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에세이] 송파산대놀이’... 마지막일지 모르는 그때 그 순간

[포토 에세이] 송파산대놀이’... 마지막일지 모르는 그때 그 순간

  • 기자명 김광해 기자
  • 입력 2019.02.03 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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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스포츠한국 김광해 기자] 송파산대놀이는 조선시대 전국 1위의 상업적 부촌이었던 송파지역에서 오랫동안 전승돼온 전통 놀이였다. 그러나 1925년 7월 한강 대홍수로 송파마을 전체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면서 송파산대놀이의 명맥도 안타깝게 끊겨버렸다. 그후 몇차례 뜻있는 이들에 의해 복원운동이 시도된 끝에 1960년대에 되살아나 1973년 중요무형문화재 제49호로 지정되기에 이른다.

본지 김광해 대기자가 사진기자 초년병시절, 우연히 송파지역에 풍경사진을 찍으러 갔다가 연희중인 송파산대놀이를 보고 촬영한 장면들을 소개한다.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한 후 나는 여성지 <주부생활> 사진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 무렵은 서울시 도처에서 아파트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도로가 새로 생기거나 확장될 때여서 하루가 멀다하고 서울의 모습이 변해가고 있을 때였다.

주 6일 근무하던 시절이라 휴무일인 일요일이면 카메라를 메고 서울시내 이곳저곳을 다니며 셔터를 눌렀다. 어쩌면 지금 내가 찍는 이 장면이 변하기 전 마지막 모습일지 모른다는 생각과 함께.

1980년 11월 중순의 어느 일요일.

그때도 카메라를 둘러메고 가다 발길이 닿은 곳이 한강 너머 지금의 송파역 부근이다. 지금은 가로정비가 깔끔하게 돼 있고, 큰 건물들도 많이 들어서 있어서 당시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도, 짐작할 수도 없다. 그때는 평지가 아니라 구불구불 언덕진 곳에 큰 건물은 보이지 않고 함석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동네를 이루고 있었다. 풍경만 보면 여느 시골과 비슷했다. 저 멀리 신축중인 아파트가 보였는데 1983년 12월에 준공된 한양 1차 아파트였다. 그 아파트가 없었다면, 나는 전혀 방향감각을 찾을 수 없었을 것이다.

풍경사진을 찍으려고 찾은 그곳에서, 뜻밖에도 신명나게 탈춤놀이가 펼쳐지고 있었다. 송파산대놀이였다. 아무리 변두리라고 하지만 서울에서 전통놀이가 열리고 있는 게 신기해 정신없이 셔터를 눌렀다.

‘탈춤’이라고 하면 양주별산대놀이, 봉산탈춤들이 쉽게 떠오르는데 송파산대놀이는 낯설었다. 송파산대놀이 연희를 직접 본 것도 그때가 처음이었다.

산대놀이는 서울 경기지역에서 연희되어온 탈놀음으로 구파발 녹번 애오개 등과 그 분파로 보이는 송파 양주 등지에서 전승되었다고 한다.

송파산대놀이의 전승지인 송파나루는 한강의 주요 나루터 중 하나로서, 조선시대에 전국에서 가장 큰 열다섯 향시의 하나였던 송파장이 서던 곳이다. 물길로는 한강을 통해 서해와 강원도까지 통하고 육지로는 전국이 이어지는 상업지역이었는데, 서울 근교 상업지역 중에서도 가장 세력이 강한 곳이었다고 한다. 1809년에 편찬된 <만기요람>에 의하면 송파가 전국 1,061개의 향시 가운데 1위로 꼽히는 상업적 부촌이었다니, 매년 크고 작은 명절과 장날에 씨름대회가 열리고 산대놀이를 벌일 수 있는 경제적 여건이 잘 갖춰져 있었던 셈이다.

그런데 1925년 7월 한강 대홍수로 송파나루와 송파마을 전체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모래뻘로 변하고 말았다. 당시 상황을 새긴 ‘대홍수 기념비’가 남아 있을 정도.

그후 주민들은 현재의 가락동 일대로 이주해 살면서 한두번 산대놀이를 거행했으나, 이내 전승이 단절되었다. 1930년대 초부터 몇몇 뜻있는 사람들의 노력에 의해 재건작업이 시도되다가 1960년대에 송파의 허호영 주도로 복원되면서 1973년 중요무형문화재 제49호로 지정되기에 이른다.

지금은 송파산대놀이 보존회가 조직되어 1984년 서울놀이마당과 송파산대놀이 전수관(서울 송파구 잠실동)을 건립해 전승하고 있다.

그러니까 내가 촬영한 송파산대놀이 장면은 전수관에서 전승되기 전에 마을에서 열리던, 어쩌면 마지막으로 동네에서 열린 송파산대놀이였는지도 모르겠다.

글/사진 김광해 기자

중앙대 사진학과 졸업후 1980년부터 주부생활사, 경향신문사, 동아일보사 사진기자

  1. 년 ‘김광해 사진연구소 스튜디오’ 설립후 상명대 한성대 경원대 등 출강하며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사진 전시회 개최
  2. 년 12월, 세계패션그룹 한국협회 제정 제1회 패션사진기자상 수상

프랑스 파리국립도서관, 카르나발레박물관 등에서 김광해 작품사진 소장

작품집 <Paris Parisienne> 발행

-2019년 1월부터 본지 사진전문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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