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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조음처럼 나날이 새로운 풍경을 연출하는 생일도[박상건 시인의 섬과 등대여행] 21 완도군 금일읍 생일도
  • 박상건 기자 pass386@daum.net
  • 승인 2019.01.22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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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스포츠한국 박상건 기자] 강진 마량포구와 고흥반도에서 금당도와 약산도, 평일도 섬들을 지나 망망대해로 빠져 나가는 첫 출구에 생일도가 있다. 드넓은 청정해역에 거북이가 기어가는 모양을 하고 있는 섬이다. 생일도 앞바다에 청산도가 바로 보이고 그 다음 남쪽 끝이 망망대해이다. 그리고 제주도.

굴 까는 할머니들

생일도는 1896년에 생긴 섬이다. 1980년 금일읍 생일출장소가 생겼고 1989년에 면 단위로 승격됐다. 2018년 10월 기준으로 826명의 어민이 살고 있다. 2개 유인도와 7개의 무인도로 이뤄져 있다. 주민들은 대부분 어업에 종사하고 김과 미역 양식업이 대부분이다. 바다에서는 멸치, 삼치, 숭어, 문어가 많이 잡히고 특산물은 전복, 다시마, 미역, 톳이다.

금곡 해변

생일도는 ‘산일도’, ‘산윤도’로 부르다가, 주민들의 마음 씀씀이가 너무 착해서 “갓 태어난 아이와 같다”고 하여 ‘생’과 ‘일’을 합해 생일도라 불렀다. 또 다른 설은 예로부터 난바다에서 조난사고와 해적들의 횡포가 심해 “이름을 새로 짓고 새로 태어나라”는 뜻에서 날생(生) 날일(日)의 ‘생일도’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아무튼 “새로 태어났다.”는 뜻에는 이의가 없을 정도로 섬은 아주 맑고 싱그럽다. 이 섬의 최고봉 백운산에는 재앙을 막기 위해 학서암이 세워졌다. 학의 모양을 닮은 암자이다.

방목 흑염소

생일도는 마을마다 동구 밖에 거목 한 그루가 서 있다. 마을 사람들은 매년 정월, 이 나무 아래서 풍어제를 지낸다. 생일도는 동백나무와 후박나무 등 난대림이 울창하고 자생란과 꿩, 노루, 멧돼지 등 야생 동식물이 다양하게 서식한다.

1994년 섬 안의 모든 도로가 포장됐다. 해안도로를 타고 드라이브를 즐기며 섬 풍경을 조망할 수 있다. 특히 절벽 아래 펼쳐진 푸른 바다 풍경이 일품이다. 그렇게 승용차를 타고 달려 금곡리에 도착했다. 섬 모퉁이를 돌아설 즈음에 신지도, 청산도 그리고 그만그만한 무인도 풍경이 장관이었다. 꼬불꼬불 금곡포구 고갯마루를 넘어서자 호수 같은 금곡해수욕장이 펼쳐졌다. 해변에는 동백나무와 솔숲이 병풍을 치고 있었다. 이곳에서 부서지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묵은 일상을 털어내기에 안성맞춤이다.

냉개섬 등대

동백 숲에 들어서자 지천으로 뻗어가는 나무가 있는데 마을사람들이 ‘볼게나무’라고 부르는 호리깨나무(허리깨나무). 속리산, 울릉도 등에서 주로 자생하는 이 낙엽활엽교목의 열매는 봄이면 붉게 익고 꽃이 핀다. 열매 맛이 달고 약간 떫고 신맛이 나는데 최근 남성들 사이에 숙취해소에 좋아 각광받는 열매이다.

금곡해수욕장 길이는 500m. 아담하고 조용한 백사장이다. 수심은 얕지만 썰물 때 갯벌이 드러나지 않고 맑은 바다라서 야영하기 좋고 툭 트인 바다의 수평이 볼거리이다. 이곳 모래 질이 너무 좋아 금모래라고 부른다. 이 섬 최고봉 백운산 서쪽 줄기가 해안으로 뻗어내려 울창한 상록수림의 산세도 한 폭의 풍경화를 연출한다. 주민들은 이 산에 야생염소 풀어 기르는데 염소들이 산과 도로를 넘나들며 자기들만의 세상을 즐기고 있었다.

조약돌 용출해변과 무인도

다시 왼편에 쪽빛 바다를 끼고 산길을 넘어서자 용출해변이 나왔다. 그 섬 기슭 아래 하얀 등대가 있다. 공식 이름은 냉개섬 등표. 조난사고가 빈번해 섬사람들 안전을 위해 세워진 생명의 등불이다. 용출해변에는 검은 돌과 수석, 조약돌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작은 돌과 큰 돌들이 층층이 무리를 이뤄 멋진 풍경을 만들어냈다. 돌들도 나름의 단계별 질서를 통해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툭 트인 바다의 수평선이 보인다. 뒤로는 해송이 떠받치고 있다. 해변에 잠시 드러누워 청자 빛 하늘을 바라보는데 파도가 갯돌 사이로 밀려왔다가 밀려가는 해조음 소리가 내 영혼을 깔끔히 헹궈줬다. 그 때 그 푸른 하늘에 제트기가 길을 내며 미끄러져 갔다. 그 아래층으로 갈매기가 날았고 수면 위에서는 물새들이 비행했다.

짝지에는 어민들이 다듬다 만 그물들과 전복통이 쌓여 있다. 섬사람의 채취가 느껴졌다. 그리고 낭도라는 섬과 눈길이 마주쳤다. 용이 살다가 하늘로 올라갔다 해서 이곳 사람들은 ‘용맹리’라고 부르다가 다시 ‘용출리’라 고쳐 불렀다. 섬 정상에 70m 굴이 해변으로 뚫려있다. 그 바위가 용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슬방울이 바위를 뚫는다는 격언도 있지만 실제 이렇게 바위를 뚫어 해저로 굴을 낸 것. 이곳에는 수백 그루 상록수림도 우거져 있는데 이곳에서 매년 초 풍어제를 지낸다.

전설이 깃든 용굴섬

그 섬 건너편에 덕우도가 있다. 섬 모양이 살찐 소가 앉아 있는 모양의 섬이다. 이 바위섬에 3년마다 배가 암초에 부딪혀 침몰하는 사고가 일어나곤 했다는데 이를 막기 위해 매년 초 이 섬에서 당산제를 지낸다. 이 바위섬 부근에 소머리를 바쳐 사고를 예방하는 제사를 지낸다. 이 섬 일대는 해양수산부가 지정한 2종 항구이자 황금어장이다. 어촌계를 중심으로 자율적으로 청정어장, 공동생산 방식의 어업을 지원하는 시범 섬이기도 하다.

해안가에서 방금 아내와 함께 다시마양식장에서 돌아온 칠순의 김인태 씨를 만났다. 이 섬의 토박이다. 그이는 “생일도는 마을 공동체 문화가 아주 잘 활성화 되어 있다”면서 “작은 일도 서로 돕고 문어나 홍어를 잡으면 이웃집에 들려 약주와 함께 내 놓으며 객지 자식들 안부를 묻고 어른들 바다 일을 젊은이들이 대신해 준다”면서 생일도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생일 포구

바닷가에서 만난 생일면사무소 직원은 “낚싯배를 타고 조금만 더 나가 보세요. 외줄채비를 내리는 즉시 줄줄이 걸려드는 손맛을 느낄 수 있다”면서 “바다에 나가면 봄이 왔다고 투두둑거리며 고기가 물고 여름이 왔다고 뱃전에 팔딱이며 입질한다”면서 낚시를 극구 권했다.

생일도는 낚시천국이라 불러도 좋을 정도로 섬 곳곳이 포인트이다. 우럭, 볼락이 주 어종이고 봄에는 대형벵에돔, 여름에 감성돔, 볼락, 참돔, 돌돔, 늦가을에는 대형돌돔, 감성돔, 농어 등이 많이 잡힌다. 생일도는 인근 크고 작은 섬과 항로가 연결돼 있다. 자세한 배편 문의는 생일면사무소(061-550-5612).

박상건(시인. 섬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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