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인의 축구하자<1> 장래희망은 대한민국 축구선수

이종인의 축구하자<1> 장래희망은 대한민국 축구선수

  • 기자명 이종인
  • 입력 2018.10.10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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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장래희망을 기억하는가?
대통령, 과학자, 게임 프로그래머, 선생님 등 쟁쟁하고 다양한 후보군 중에서 내가 가장 되고 싶었던 것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축구선수였다.
내가 좋아하는 축구를 직업으로, 그것도 국가대표 축구선수가 되어 월드컵에 나가게 된다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일까? 어린 시절 앨범에도 축구공을 들고 있거나 운동장에서 공을 차는 사진이 많은데, 부모님께 여쭈어보니 내가 다른 장난감보다 공을 가지고 노는 것을 유난히 좋아했다고 한다.
주위 환경 또한 내가 축구에 빠져드는 데 한몫을 했다. 집과 멀지 않은 곳에 동네 꼬마들이 모이는 놀이터가 있어 공만 있으면 언제든 축구를 할 수 있었고, 내가 다닌 초등학교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가 농구나 야구가 아닌 축구였기 때문에 6년 내내 원 없이 공을 차며 뛰어놀 수 있었다. 친한 친구들도 대부분 축구를 좋아했다. (다시 생각해 보니 축구를 좋아하는 아이들과 더 친하게 지냈던 것 같다.) 단 하나 아쉬웠던 것은 모든 학생이 뛰어 놀기에 우리가 다녔던 초등학교 운동장이 너무 좁다는 것이었다. 덕분에 점심시간마다 네 팀에서 여섯 팀이 한데 어우러져 시합을 해야 했지만, 우리의 축구사랑을 막을 수는 없었다. 우리는 매일 공을 차며 놀았고, 때로는 축구화를 신고 등교하기도 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는 어릴 때부터 함께 공을 차며 놀던 친구가 전문 축구부가 있는 학교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는 일이 있었다. 녀석에게는 분명특별한 재능이 있었다.
중앙선에서 때린 중거리 슈팅을 골로 연결하는가 하면, 수비수 서너 명쯤은 가볍게 따돌렸고, 고학년 선배들과 시합을 해도 전혀 밀리지 않거나 오히려 실력이 좋았다. 나는 좋은 기회를 얻은 친구를 진심으로 축하했지만 동시에 그 녀석이 너무 부러웠다.
그리고는 결국 부모님께 친구의 소식을 전하면서 “나도 축구를 제대로 해 보고 싶다!”고 속마음을 꺼냈다. 하지만 부모님께서는 운동선수가 되기 위해 넘어야 할 장애물이 얼마나 많은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시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셨다.
그때 금방 부모님의 말씀에 동의했던 것을 보면 스스로도 분명 운동선수의 길이 쉽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직감했던 것 같다.
스카우트 제안을 받은 며칠 후 친구가 진지한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축구를 해야 할지, 공부를 계속해야 할지 모르겠어. 정말 어려운 결정이야. 네 생각은 어때?”
당시만 해도 축구부 활동과 공부를 병행하기 힘들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그의 물음에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지금이 아니면 좋아하는 축구를 제대로 해 볼 기회가 있을까? 공부는 틈틈이 하면 되고, 일단 해보고 그만둬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나라면 축구를 선택할 것 같은데?”
부러움이 섞인 대답이었다. 하지만 나는 진심으로 친구가 축구를 선택하길 바랐다. 녀석은 머리도 좋고 공부도 곧잘 하는 아이였지만 축구를 선택한다면 최고가 될 수 있는 자질이 충분했다. 나의 대답이 도움이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고민 끝에 그는 결국 축구를 선택했고 대학 무대를 평정한 뒤 프로축구선수가 되었다.
친구가 떠나고 2년 후 나는 군 대표로 경기도 초등학생 축구대회에 참가했다. 그 당시 내가 살고 있던 지역에는 합숙하며 전문적으로 훈련하는 초등학교 축구팀이 없었다. 그래서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각 학교에서 선수들을추려 군 대표팀을 만들었는데, 골키퍼 포지션에서 뛸 수 있는 선수들이 많지않아 내가 운 좋게 대표로 선발된 것이다.
대회는 수원에서 치러졌고, 대회 일정에는 축구 시합뿐 아니라 준공 막바지였던 수원 월드컵 경기장 견학과 수원 삼성 블루윙즈 선수들과의 만남 등 여러 프로그램이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우리 팀의 대회 성적은 좋지 못했다. 토너먼트 1회전에서 0:2로 패배하며 곧바로 짐을 싸게 된 것이다. 요즘 말마따나 ‘광속 탈락’이었다. 하지만 2년 뒤에 월드컵 경기가 치러질 경기장에서 샤샤, 고종수, 박건하 등 국
내 최고의 선수들을 만나고 다른 지역의 친구들과 함께 축구 실력을 겨룬 것은 정말 멋진 경험이었다.
사회인 축구팀 FC KARIS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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