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초대석] 방송인 서장훈 스포츠계 향한 쓴소리 "에이전트 성공 아직까진 힘들어"

[월요초대석] 방송인 서장훈 스포츠계 향한 쓴소리 "에이전트 성공 아직까진 힘들어"

  • 기자명 박상현 기자
  • 입력 2017.11.13 07:39
  • 수정 2017.11.13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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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서강대학교 언론대학원 제공>
<사진=서강대학교 언론대학원 제공>

"글쎄요. 우리나라에서 스포츠 매니지먼트가 뿌리내리려면 몇 년은 더 걸리지 않을까요? 스포테인먼트도 그렇고요. 미국이나 일본처럼 스포츠 매니지먼트나 스포테인먼트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갈 길이 너무나 멀어요."

내년부터 프로야구 KBO리그에서도 에이전트 제도를 도입한다. 쉽게 말해 스포츠 매니지먼트 산업이 걸음마를 떼는 셈이다. 하지만 스포츠 매니지먼트 산업이 과연 한국 스포츠 현장에 연착륙할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지금까지는 낙관보다 비관적인 의견이 더 많다. 스포츠 산업 전문가와 대학 교수, 현장 곳곳에서 뛰고 있는 사람들의 의견은 비관론에 쏠리고 있다.

이 가운데 방송인 서장훈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서장훈은 지난 3일 서강대학교 언론대학원 스포츠-엔터테인먼트 전공 동문회가 개최한 포럼에 강연자로 나선 자리에서 우리나라 스포츠 현장과 향후 발전을 위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연예 활동을 하고 있는 서장훈이 왜 이런 얘기를 했을까라고 생각하기 전에 그도 스포츠인이었다. 초등학교 때 야구를 했고 휘문중학교 입학 이후부터 30년 가까이 농구를 했다. 방송인, 연예인이라는 타이틀이 달린 것은 그의 인생에서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서장훈 역시 이런 목소리를 낼 자격이 있다.

"솔직히 우리나라에 제대로 된 스포츠 매니지먼트를 할 수 있는 회사가 얼마나 될지 잘 모르겠어요. 운영하기가 어려울거예요. 이는 스포츠 매니지먼트를 하려는 분들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스포츠만의 특수한 문화 때문이거든요. 이것이 바뀌지 않는다면 활성화되기가 어려울거예요. 많은 분들이 5, 6년 뒤인 2023년을 말씀하시던데 더 시간이 걸릴 수도 있어요."

<사진=서강대학교 언론대학원 제공>
<사진=서강대학교 언론대학원 제공>

서장훈이 생각하고 있는 그 '특수한 문화'란 무엇일까. 바로 스포츠 에이전트의 고객이 되어야 하는 선수의 인식이다. 선수들이 매니지먼트를 받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 준비가 안되어 있다는 것이다.

"일단 우리나라 선수들은 운동만 하고 자라왔잖아요. 그래서 매니지먼트를 해야 할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해요. 그래서 미국과 일본의 모델을 당장 적용하기 어려울거예요."

특수한 문화는 또 있다. 이는 선수가 아닌 환경의 문제다.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과 달리 부모님들의 개입이 강한 편입니다. 쉽게 말하면 부모님들이 에이전트를 대신하는 셈이죠. 그런데 에이전트 비용을 지출하려고 할까요. 구단도 마찬가지예요. 스포츠 매니지먼트는 연봉 관리와 협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세금 문제나 선수들의 자산관리까지 해주는 종합 서비스거든요. 그런데 세금과 자산관리 같은 서비스를 구단이 대신 해주거든요."

마지막 문제는 역시 선수들의 수입이다. 스포츠 매니지먼트를 해주는 에이전트의 수입은 선수들이 내는 수수료다. 그 수수료는 선수들의 연봉과 광고료에서 나온다.

"일단 우리나라 선수들의 수입 자체가 에이전트들의 수입을 보장할만큼이 되지 않아요. 수수료가 선수 계약규모의 5%가 최대치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억대 연봉을 받는 선수가 얼마나 되겠어요. 그리고 보유할 수 있는 선수도 15명까지라고 하더라고요. 그럼 쉽게 계산이 나오는거죠."

<사진=서강대학교 언론대학원 제공>
<사진=서강대학교 언론대학원 제공>

서장훈의 말을 듣고 계산기를 두들겨보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KBO리그에서 억대 연봉이면 고액 선수로 분류된다. 만약 계약규모가 연평균 2억인 선수를 15명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면 모두 30억이 된다. 이 가운데 5%면 1억5000만 원이 된다.

"그 돈을 가지고 사무실 임대료 내고 직원들 월급주고 온갖 서비스 다해야 하는겁니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요. 결국 에이전트로서 수입이 보장되려면 추신수 같은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겁니다. 그렇다면 결국 광고 수익으로 추가 수입이 발생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광고를 찍는 선수가 몇이나 되나요. 아마 김연아 선수 외에는 없을걸요. 저도 농구 좀 한다는 축에 속했는데 15년 동안 프로 생활하면서 찍은 유일한 광고가 SK 나이츠에서 뛰었을 때 찍은 기업광고가 유일했어요. 제가 이랬는데 다른 선수들은 어떨까요. 우리나라 선수들 인지도 자체가 낮아서 광고 제의받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방송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그가 스포츠에 '쓴소리'를 내게 된 이유가 뭘까. 선수로서 살아왔던 것과 현재 방송인으로서 살고 있는 자신의 인생 자체가 너무나 달라 약간 허탈하다고 털어놨다.

"20년 넘게 선수로 뛰면서 광고 찍은 적이 거의 없었는데 지금은 방송 조금 하니까 광고 제의가 많이 들어와요. 방송계, 연예계는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이 너무나 많아요. 선수로서 자존심이 충만하고 죽기살기로 뛰었는데도 대중들의 관심을 많이 받지 못했고 방송일은 제 주전공이 아닌데도 선수 때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사랑을 받잖아요. 좀 허탈하더라고요."

<사진=서강대학교 언론대학원 제공>
<사진=서강대학교 언론대학원 제공>

서장훈은 이후에도 많은 얘기를 쏟아놓았다. 스포츠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으며 우리나라 스포츠가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에 대한 따끔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방송 연예계에서 뛰고 있는데 스포츠에 대해 괜한 얘기를 한다며 역공을 받을 것을 우려한 것인지 나머지 부분은 쓰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이는 기자도 고개를 끄덕이기에 충분한, 스포츠계가 새겨들어야 할 '정문일침'이었다.

만약 우리나라 스포츠계가 따끔한 쓴소리를 들을 각오가 되어 있다면 서장훈 본인의 허락을 전제로 공개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기자가 본 우리나라 스포츠계는 서장훈의 쓴소리를 제대로 경청하기엔 바뀔 것이 너무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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