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전병두의 시간은 똑바로 간다

2014년, 전병두의 시간은 똑바로 간다

  • 기자명 김태우 기자
  • 입력 2013.12.30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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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태우 기자] 전병두(29, SK)는 말이 없었다. 지나치는 사람들이 안부를 물어도 그저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SK의 1군 선수들이 머무르는 1루 측 클럽하우스는 2년째 인연이 없었다. 그의 주 활동 영역은 2군과 재활군 선수들이 땀을 흘리는 3루였다. 그런 현실이 그의 어깨를 더 처지게 했다.

익숙했던 1루가 아닌 3루에서 시간을 보냈다. 익숙했던 오후 6시 30분이 아닌 오전 일과를 시작으로 하루를 보냈다. 1군 선수들이 경기를 준비하는 동안 문학구장을 빠져 나갔고 그 이후 야구와의 만남은 더 이상 없는 일상이었다. 전병두는 “TV로도 야구를 보지 않았다. 누가 틀어놔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라고 담담하게 떠올렸다. 전병두의 지난 2년은 그렇게 거꾸로 흘러가고 있었다.

누가 뭐래도 촉망받는 좌완이었다. 선발과 불펜으로 모두 활용 가능한 전천후 투수이기도 했다. 그런 재능 때문이었을까. 누구보다도 자주 벤치의 부름을 받았던 그였다. 하지만 그 결과는 좋지 않았다. 문제의 심각성을 알았을 때는 이미 왼쪽 어깨가 망가질 대로 망가진 상황이었다. 2011년 개인 최다 경기 출장(51경기)를 기록한 전병두는 그해 11월 왼 어깨 회전근 수술을 받고 기약 없는 재활에 들어갔다.

재활에만 2년이 걸리는 대수술이었다. 어깨는 계속 아팠고 복귀를 기약할 수 없는 지루한 일상은 전병두의 마음에도 생채기를 냈다. “남들이 야구하는 것을 볼 때가 제일 힘들었다”라고 떠올린 전병두는 TV앞에 가기를 꺼려했고 “몸이 좋아졌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안 좋아졌을 때가 힘들었다”라고 떠올린 그는 매일을 두려움에 떨었다. 통증은 저승사자처럼 예고 없이 찾아오곤 했다. 그렇게 2년이 지나갔다.

그런데 이제는 조금씩 빛이 보인다. 몇 승, 몇 세이브의 문제가 아닌 그저 야구를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버틴 전병두는 지난 3일부터 괌 파세오 구장에서 열린 SK의 재활캠프에서 점차 희망을 찾아가고 있다. 전병두는 “완벽하게 재활이 끝난 것은 아니다. 통증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고 무리를 하면 아직 어깨가 아프다. 아직 하프피칭의 단계까지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마운드에서 공을 던진 정도다”라고 덧붙이는 목소리에는 분명 설렘이 가득하다.

끈기로 버틴 2년이었다. 전병두는 “주어진 일정에서 열심히 해보기도 했고, 아프지 않으려고 이것저것 많이 해보기도 했다”며 2년을 정리했다. 말 그대로 재활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 본 전병두다. 이처럼 포기하지 않은 의지는 거꾸로 가는 시간을 간신히 잡아놓은 원동력이 됐다. 훈련을 지켜본 SK의 한 관계자는 “2년의 시간 동안 힘들 법도 한데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은 것이 가장 긍정적”이라고 했다. 재활 선수들이 재기에 이르는 첫 걸음이기도 하다.

2년간 시간이 거꾸로 갔으니 이제는 똑바로 가야 할 때다. 다행히 전병두의 시간은 시나브로 앞을 향해 흐르고 있다. 전병두는 “별 탈 없이 마무리를 잘 했다”라고 긍정적인 자기 평가를 내리면서도 “작년 이맘때 잠깐 엄청 좋을 때가 있었다. 그런데 그 때 무리한 것이 없지 않아 상태가 다시 나빠졌다. 지금도 좋기는 한데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좀 더 시간이 지나봐야 알 것 같다. 올해는 최대한 잘 조절하려고 한다”고 힘줘 말했다. 더 이상 다 된 밥을 태우지 않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목표는 소박하다. 그저 공을 던져봤으면 하는 것이 2014년 목표의 전부다. 목표를 묻는 질문에 전병두는 “아프지 않고 재활 신분에서 벗어나 공을 던져보고 싶다”라고 했다. 그 무대가 굳이 1군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전병두는 “타자 없이 문학경기장에서 던질 수 있어도 상관 없다”라며 간절함을 드러냈다. “재활이 완전히 끝난 건 아니지만 성공하게 되면 아팠던 것을 잊지 않고 더 열심히 하는, 그런 선수로서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각오를 다진 전병두. 이대로 시간이 똑바로 흐른다면, 그 소망은 곧 현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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