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사람들] 두산 베어스의 발, 1호차 기사 오현석 씨

[KS 사람들] 두산 베어스의 발, 1호차 기사 오현석 씨

  • 기자명 조인식 기자
  • 입력 2015.10.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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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조인식 기자] 두산 베어스 선수단은 버스 두 대로 이동한다. 그 중 1호차 운전기사인 오현석 씨는 10년이 넘게 두산 선수단과 함께하고 있는 '베어스의 발'이다

한국시리즈 기간에는 서울에서도 호텔에서 합숙을 하지만, 일반적으로 홈 경기가 있을 때는 선수들이 각자 집에서 출퇴근을 한다. 오 씨는 팀이 원정을 떠날 때마다 선수단을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옮겨주는 일을 하고 있다. 버스에 가장 먼저 타서 선수들을 기다리고 내릴 때는 제일 늦게 내리는 사람이 바로 오 씨다.

언제부터 구단에서 일하게 됐냐는 질문에 오씨는 "올해가 12년째다. 2004년에 시작했다"고 답했다. 우승 기회가 온 것 같
다고 말하자 그는 "(일을 시작한 뒤) 지금까지는 우승을 하지 못했는데, 올해는 우승할 수 있을 것 같다. 선수들이 해보려는 분위기도 어느 때보다 좋다"고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편안한 인상을 가진 오 씨는 선수들에게도 가족 같은 존재다. 선수들이 그를 부르는 호칭은 다양한다. 오 씨는 "(홍)성흔이는 형이라고 부른다. 허준혁이는 아버님이라고 하더라. 롯데에 있을 때부터 기사님을 아버지라고 불렀던 것 같다. 다른 선수들은 보통 아저씨 혹은 기사님이라 부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수들과 가족 같이 지내다 보니 진짜 가족을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특별히 힘든 점이 있냐는 질문에 오 씨는 한참을 생각하다 "특별히 생각나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가족들과 함께할 시간이 부족하지는 않은지 묻자 "이 직업이 가정에는 좋지 않은 면도 있다. 오래 떨어져 있게 되다 보니 일을 처음 할 때는 아내가 좋아하지 않았다"는 솔직한 마음도 표현했다.

집을 자주 비우는 대신 전화를 많이 한다. "고1 된 딸이 하나 있는데, 집에 연락은 매일 해야 한다. 가족들이 항상 운전 조심하고, 멀리 갈 때는 가끔 휴식도 취하라고 얘기해준다. 그래도 예전에는 전지훈련도 같이 갔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시즌이 끝나면 시간이 많은 편이라 괜찮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경기장 안에 있지는 않지만 늘 야구와 함께한다. "여기 오기 전에는 많은 스포츠를 두루 좋아하면서도 야구에는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여기 와서 야구의 룰을 알기 시작하고 그때부턴 재미를 붙였다"는 오 씨는 선수들이 하는 경기를 자신만의 공간인 버스 안에서 지켜본다. 그는 "원정경기 때는 보통 차에 있다. 운전기사가 2명인데, 같이 한 버스 안에서 TV로 경기를 본다"고 전했다.

한국시리즈에서 3승 1패로 앞서다 3연패해 우승을 내준 2년 전이 가장 아쉬웠다던 오 씨는 이번에는 두산의 우승을 예상하고 있다. 그는 "화수분 야구라는 말도 있듯 우리는 백업이 탄탄하다. 그래서 우승이 가능할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크게 지고 있을 때 '오늘은 틀렸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거기서 역전승을 하는 것을 보고 올해는 우승까지 해볼 수 있겠다는 예감이 생겼다"라며 선수들에 대한 굳은 믿음도 드러냈다.

오 씨는 팀의 우승을 바라는 마음을 색다르게 표현했다. "시즌이 끝나면 각 구단 운전기사 모임이 있는데, 구단에서 찬조도 조금 받아 우승한 팀의 운전기사가 한 턱 낸다. 이번엔 내가 그 기회를 갖고 싶다. 언젠가 이 일을 그만두기 전에 우승을 한 번은 해봤으면 좋겠다"는 것이 오 씨의 소박한 바람이다. /nick@osen.co.kr

[사진] 두산 베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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