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스포츠 중계는 공익적이어야…김칫국부터 마시지 말라

[기자수첩] 스포츠 중계는 공익적이어야…김칫국부터 마시지 말라

  • 기자명 한휘 기자
  • 입력 2024.03.14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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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시즌 KBO리그의 큰 변화 중 하나가 바로 중계 유료화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4일 CJ ENM과 3시즌 간 KBO리그 유무선 중계 방송권(뉴미디어) 계약을 체결했다. 포털 사이트에서 무료로 볼 수 있던 온라인 야구 중계는 이제 CJ ENM의 OTT 플랫폼인 ‘TVING’(티빙)에서 돈을 내야만 볼 수 있다.

이벤트 기간인 내달 30일까지는 무료지만, 5월부터는 요금제에 가입해야 한다. 이 소식이 처음 접한 팬들은 불만을 표했으나 건전한 스포츠산업 발전을 위해 당분간 지켜보자는 여론으로 기울었다. 그러나 지난 9일 시범경기 개막전 중계를 접한 팬들의 시선은 싸늘해졌다. 

중계 수준이 엉망이었다. 수준 이하의 화질에 초당 프레임(FPS)도 지난해보다 낮았고, 중계 끊김 현상도 심했다. 하이라이트 영상도 주요 장면이 생략되고 뜬금없는 시점에 화면이 전환되는 등 편집 기술력에 의문이 증폭됐다. 심지어 지난해까지 포털 사이트에서 제공한 ‘AI 하이라이트’보다도 훨씬 부족한 편집 실력이었다. 

‘클립 영상’ 자막에는 부정확한 내용이 남발됐다. 선수를 타순 대신 등 번호로 불러서 ‘5번 타자 채은성’이 아닌 ‘22번 타자 채은성’이 나온다던가, 3루 주자의 득점을 ‘3루수의 득점’이라고 적고, ‘세이프’를 ‘세이브’와 혼동하는 등 야구의 기초 상식을 틀리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심지어는 선수들의 이름을 ‘전근우’(전준우), ‘강민혁’(김민혁) 등으로 잘못 기재한 모습도 다수 있었다.

개막 첫날 유튜브에 한 유저가 올린 숏폼 동영상이 저작권 문제로 삭제되는 등, CJ ENM이 강조한 ‘동영상 공유 자유화’도 유명무실해 보인다. 여기에 공식 유튜브 동영상에서 구단을 비하하는 태그가 달리는 등, 초입부터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중계권 따내기에만 너무 급급했다는 지적이다. 개막 전에 문제점을 찾아내 해결하려는 노력보다는 김칫국부터 마셨고, 염불보다 잿밥에 골몰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팬들은 다시 묻는다. 야구에 대한 기초 지식과 스포츠 중계방송 기본 능력이 있긴 하는 거냐고.

이러한 수준의 야구 중계 능력으로는 단돈 55원도 아까운 실정인데 ‘5500원’을 받는 것은 CJ ENM이 야구팬들을 무시했거나 그 수준을 몰라도 너무 몰랐던 셈이다. 그런 무지함과 이율배반적인 기업 행태에 대한 팬들의 분노가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 같다.

중계 기술 부족은 CJ ENM의 기업 평판과 이미지 악화를 도지게 할뿐더러, ‘신규 팬 유입과 코어 팬층 확대’는 커녕 ‘신규 팬 단절과 코어 팬층 이탈’을 재촉할 것이다. 나아가 한국 프로야구의 수명을 갉아먹고, 불법 중계 사이트 난립과 저작권 무질서를 부추길 것이다.

그러니 CJ ENM과 티빙은 당장 시청자들의 비판에 귀 기울여 잡음 확산을 막고 프로야구 붐에 찬물을 끼얹어선 안 된다. 스포츠 중계는 언론의 사명인 저널리즘 영역으로, 공익적이고 사회적 책무가 뒤따른다. CJ ENM은 기업으로써의 이윤 추구 이전에 국민과 시청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회적 역할과 그 실천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한휘 기자 hanhyee1111@dailysporst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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