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의 시대, 스포츠 영역에서 어떻게 활용할까?

명상의 시대, 스포츠 영역에서 어떻게 활용할까?

  • 기자명 김응철 교수
  • 입력 2024.02.01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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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분야에서 활동하는 지도자들 중에서 명상에 관심을 갖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다. 특히 과녁을 향한 기록경기나 고도의 정신적 집중이 필요한 영역의 지도자나 선수들은 명상이 경기력 향상에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익 때문에 명상을 활용한 스포츠 멘탈 코칭에 대한 수요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멘탈 코칭의 핵심영역 역시 명상을 통해 자신을 컨트롤하는 자아 커뮤니케이션과 대인간의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방법으로 확대되고 있다. 스포츠 명상 전문가는 선수 개개인이 스스로 마음 상태를 관찰할 수 있게 해주고 더불어 최상의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집중력을 촉진시켜 준다. 여기서 관찰과 집중은 명상법을 활용할 때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동서양에는 너무나 다양한 명상법이 제시되어 있기 때문에 그 중에 어떤 것이 스포츠 명상에 도움이 되는지는 판단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명상법 중에는 고도의 깨달음을 추구하는 지혜명상, 순수한 정신적 통일과 집중을 추구하는 선정명상, 행동이나 동작을 관찰하는 관찰명상, 질병의 치료에 도움이 되는 치유명상, 일상생활의 행복을 추구하는 생활명상, 특정 종교의 가르침을 구현하기 위한 종교명상 등 매우 다양하다.

스포츠와 관련해서도 오랜 동안 활용되고 있는 명상법들이 있다. 가장 오래된 명상법으로는 인도에서 시작하여 세계화된 요가 명상이 있고, 중국에서 시작되어 생활명상으로 자리 잡은 각종 무예 명상, 한국불교계에서 전승되고 있는 선무도 명상 등도 있다. 태권도 등 격투기 운동에서도 정신수련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러한 수련방법에도 명상의 원리가 포함되어 있다.

이렇게 다양한 명상법들 가운데 유일한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은 호흡을 관찰하는 것이다.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은 긴장과 불안, 승리에 대한 욕구, 상대에 대한 견제 등 여러 가지 정신작용을 경험하게 된다. 긴장과 불안한 마음상태를 쉽게 떨쳐버리기 위해서는 숨을 길게 들이쉬고, 내쉬면서 자신의 몸과 마음 상태를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것이다. 이러한 연습이 충분히 되어 있는 선수는 짧은 시간에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면서, 과도한 생각이나 번뇌, 잡념 등에서 벗어나서 경기에 집중할 수 있다.

호흡관찰은 어떤 분야에서도 배제할 수 없는 공통적인 명상법이지만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방법은 스포츠 영역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사격이나 양궁과 같이 정적인 상태에서 획득하는 점수를 평가하는 운동, 움직이면서 경쟁상대가 있는 상태에서의 기록을 중시하는 운동, 일대일로 상대와 경쟁하는 운동, 팀을 이루어 상호 협력 하에 상대팀과 맞붙는 경기 등에 따라서 명상법은 달라질 수 있다.

그렇다 해도 어떤 분야에서든 활용할 수 있는 명상의 공통된 특징이 있다. 그것은 관찰, 주의집중, 알아차림, 마음챙김 등이다. 이러한 명상작용을 인도어로 사티(sati)’라고 하고, 영어로는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 한역으로는 염()으로 번역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통일된 번역어가 없기 때문에 다양하게 표현하고는 있지만 사티라는 용어 속에는 이러한 여러 가지 개념들이 모두 함축되어 있다.

사티는 염처수행(念處修行), 관법명상(觀法冥想), 관찰명상 등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그 원리는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관찰대상을 눈앞에 보이는 현상에서 찾으면 사마타, 내면의 의식을 관찰하면 위빠사나라고 부르기도 한다.

사티의 관찰대상에는 자신의 몸, 느낌, 마음, 현상 등의 네 가지가 있는데 이를 사념처(四念處)’라고 한다. 몸을 관찰한다는 것은 호흡을 시작으로 자신의 온 몸을 스캔 하듯이 관찰하는 방법으로 서양에서는 스캔명상이라고도 한다. 느낌의 관찰은 몸의 접촉을 통해 일어나는 감각을 관찰하는 것이고, 마음의 관찰은 내면에서 일어나는 불안, 분노, 우울, 행복, 즐거움 등의 여러 가지 마음작용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다. 그리고 현상의 관찰은 어떤 현상이 일어나고 사라짐을 있는 그대로 바라봄으로써 집착과 분별의 마음 작용에서 벗어나는 것을 말한다.

스포츠 선수들이 체험할 수 있는 명상은 호흡관찰을 중심으로 자신의 건강상태, 몸의 컨디션 등을 점검하고, 정신적으로 직면한 문제들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면서 긴장과 불안, 과도한 욕심 등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찾는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경기가 끝난 후에는 복기바둑을 두듯이 경기과정에서 일어난 여러 가지 현상과 문제점, 장단점, 상대의 움직임 등을 기억해냄으로써 경기력 향상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선수들이 운동과정에서 고도로 정신집중이 이루어지면 자신과 상대방의 모든 행동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고, 기억할 수 있다. 명상을 통해 정신이 집중된 선수라면 자신의 의욕이나 관점에 치우치지 않고 상대를 냉철하게 관찰하면서 지혜롭게 분석하고 자신의 경기력 향상에 활용할 수 있고, 경기가 끝난 다음에는 만족과 행복을 느낄 수 있다.

명상의 문제점은 지극히 개인적 체험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때문에 팀원들 사이에 마음 나누기를 통해서 허심탄회하게 자신이 관찰하고 느낀 것을 말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도 들으면서 자기와 팀의 발전을 도모하는 나눔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를 수습명상이라고 이름붙일 수 있다. 이러한 명상을 이끌어 주는 일은 명상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스포츠 지도자들이 해야 할 역할이다.

우리나라가 스포츠 분야에서 세계적인 선수들을 계속 배출하고, 스포츠 강국으로서의 면모를 일신하기 위해서는 선수들의 각종 기술적 발전과 함께 멘탈 코칭 분야의 지도자 배출이 필요하다. 특히 선수들이 은퇴한 이후에도 일상이 행복하고, 선수시절의 삶이 새로운 출발의 원동력이 되기 위해서는 명상에 대한 이해와 활용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K-문화가 세계적 관심을 받고 있는 현시점에서 K-스포츠 명상이 잘 개발되어 세계로 나아가기를 기대해 본다.

김응철(중앙승가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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