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수원 팬들은 왜 권창훈에게 등을 돌렸나

[기자수첩] 수원 팬들은 왜 권창훈에게 등을 돌렸나

  • 기자명 우봉철 기자
  • 입력 2024.01.11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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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신 보지 말자." 수원 팬들의 날선 작별 인사다.

최근 국가대표 출신 미드필더 권창훈이 수원 삼성을 떠나 전북 현대로 이적했다. 

구단의 공식 발표가 있기 전부터 권창훈이 자유계약(FA) 신분으로 전북에 합류할 것이란 이야기가 있었기에 크게 놀랄만한 소식은 아니었다. 단, 수원 팬만 빼고.

수원 팬들은 권창훈의 이적 소식이 알려지자 섭섭한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팬들이 모인 커뮤니티에는 관련 이야기가 넘쳐났고, 권창훈의 개인 SNS에도 아쉬움을 표하는 댓글이 이어졌다.

권창훈은 2013년 수원에서 프로 무대에 데뷔한 뒤 2016시즌까지 총 109경기 22골 7도움을 올리며 핵심으로 활약했다. 자연스레 해외 여러 팀들의 관심을 끌었고, 수원은 거액의 이적료를 받을 수 있는 중국 또는 중동 팀 대신 대승적 차원에서 적은 금액의 유럽행을 허락했다. 수원 유스 매탄고 출신의 상징적인 존재인 만큼, 팬들 역시 열렬한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후 프랑스 디종 등 유럽에서 활약하던 권창훈은 2020-2021시즌 병역 문제 해결을 위해 수원으로 복귀했다. 6개월가량 뛴 뒤 군 복무를 위해 김천 상무에 입단했고 2023시즌 중반 수원으로 돌아왔다. 다만 복귀한 뒤에는 부상 여파로 경기에 나서지 못한 채 팀의 강등을 그라운드 밖에서 지켜봐야 했다.

수원 팬들은 현재 팀이 2부리그로 강등됐기에 K리그1 구단으로 이적한다면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는 반응이다. 또 권창훈이 고액 연봉자였음에도 부상으로 활약하지 못한 시간이 길었기에 선수단 정리 차원에서도 이적을 이해하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섭섭함을 감출 수 없는 건 수원 복귀 후 권창훈이 보인 행보 때문이라는 게 주된 의견이다. 복귀 인사는커녕 구단 대표 선수가 강등이 확정된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도 얼굴조차 보이지 않은 점, 그 후에도 팬들에게 어떠한 인사도 없이 침묵하고 있던 점 등을 이유로 꼽았다. 팀 내 최고 연봉 대우를 해주며 필요한 순간 손을 내민 구단, 많은 응원을 보낸 팬들로서는 무시당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이다.

비판이 거세지자 결국 권창훈은 SNS에 사과문을 남겼다.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괜히 나까지 선수단 분위기를 어수선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 어떤 말도 행동도 하지 못했다. 그런 선택이 결과적으로 팬분들께 답답함만 드린 것 같아 죄송하고 반성하고 있다"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사과의 뜻을 전하고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권창훈의 전북 이적이 공식화됐다. 늦어버린 사과와 곧장 진행된 이적에 팬들은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풀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만남만큼 이별도 중요하다. 잘 헤어져야 웃으며 다시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수원 팬들과 권창훈이 웃는 얼굴로 재회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경기를 뛰지 못한 선수 본인도 답답했겠지만, 더 답답했을 팬들을 위해 먼저 나섰다면 조금은 더 아름다운 이별이 되진 않았을까.

우봉철 기자 wbcmail@dailysports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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