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한 세기를 넘어가는 ‘아리랑 정신’…신간 ‘장성 아리랑 바랑’

격동의 한 세기를 넘어가는 ‘아리랑 정신’…신간 ‘장성 아리랑 바랑’

  • 기자명 한휘 기자
  • 입력 2024.01.02 14:58
  • 수정 2024.01.02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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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 아리랑 바랑’ 표지. (사진=그린누리 제공)
‘장성 아리랑 바랑’ 표지. (사진=그린누리 제공)

[데일리스포츠한국 한휘 기자] “격동의 세월을 견디며 한이 서린 비밀 보따리를 가슴속에 품은 채 서로의 상처가 덧나지 않도록 슬기로운 삶을 꾸려갈 수 있게 했던 원동력이 바로 선조들로부터 면면히 이어져 온 아리랑 정신이다…”

일제강점기부터 시작돼 남북 분단, 한국전쟁, 수차례의 독재와 민주화운동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의 근현대는 ‘격동’이라는 표현이 모자랄 만큼 많은 일이 지나간 시기였다.

‘장성 아리랑 바랑’은 이러한 근현대의 역사라는 예측 불허의 회오리 속에서 운명이 송두리째 바뀐 인물들의 삶을 해부해, 이른바 ‘아리랑 정신’을 통해 고통과 슬픔을 견뎌낸 주인공들의 삶의 방정식을 풀어내고 있다.

소설의 주인공인 대길과 순애는 마치 고난의 아리랑 고개를 넘어가듯 힘든 세상을 견디며 살아온 인물들이다. 일제강점기에 아야코라는 일본 여인과 맺은 첫사랑을 잃은 대길, 그런 대길과 우여곡절 끝에 결혼한 순애 모두 상처를 묻고 바뀐 이름표를 달고 살아야만 했다.

‘아리랑 정신’은 ‘출생의 비밀’ 속에 쌍둥이로 자란 금동과 길동에게도 이어진다. 광주 민주화운동이 일어나자 진압대원으로 차출돼 고통을 겪은 금동은 오랫동안 사귄 첫사랑 연화를 지키지 못한 죄책감에 평생 홀로 살기를 택한다.

새천년에서야 고향으로 돌아온 금동은 끝까지 진실을 알리지 않은 채 눈을 감은 순애를 보내고, 금동은 어머니의 뜻대로 연화를 다시 만나 끝내 사업에 성공한다. 그리고 길동과 함께 부모님이 평생을 품고 살던 아리랑 바랑 속 아픔을 들여보며 ‘위대한 침묵’에 감탄한다.

아픔을 들여다본 형제는 50년 만에 찾아온 아야코를 대길이 외면한 이유를 찾고자 일본으로 건너가 그들이 무덤까지 가지고 간 빗나간 해후에 얽힌 미스터리를 풀어 나간다. 그 사이 되풀이되는 일본의 우경화와 과거사 부정 속에서도 ‘좋은 사람도 많다’고 확신하던 대길은 천상에서 아야코를 포용하며 함께 아리랑을 부른다.

김상술 작가가 이 책에서 꾸준히 강조하는 모습은 아리랑 바랑에 담긴 ‘아리랑 정신’이다. 격동의 세월을 아리랑 노래와 함께 견뎌낸 주인공들의 모습에는 진한 인연과 아물지 않은 상처가 동시에 남아 있다.

작가는 “그들에게 아리랑은 삶의 애환이며, 사랑이자, 희망이었다. 그들 삶의 원동력이 곧, 유구한 역사 속에서 다져진 아리랑 정신이다. 그것은 은근과 끈기, 사랑과 열정, 흥과 한, 용서와 포용, 꿈과 끼, 정의와 극복의 유전자가 담긴 혼이요 뿌리다”라고 했다.

아울러 작가는 대길과 아야코의 기구한 인연을 통해 한일관계에 관한 진지한 고찰을 전한다.

일본의 우경화 행보와 불성실한 과거사 청산은 끝끝내 대길과 아야코의 재회를 걸고 넘어졌다. 그럼에도 ‘좋은 사람도 많다’라고 대길이 확신하듯, 작가 역시 미래지향적으로 한일관계가 개선되기를 염원하고 있다.

작가는 “인간은 저마다 차마 말 못 할 사연을 담은 아리랑 바랑을 이고 지고 살아가는지도 모른다”라며 “격동기 시대의 삶에 얽힌 한 많은 아리랑 바랑을 들여다보면서 이를 극복해 나왔던 그들의 아리랑 정신을 채혈하여 거기서 우러나오는 향기를 독자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이 책을 썼다”라고 전한 바 있다.

팍팍한 현실 속에 말못할 고민 한 두개쯤은 안고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어쩌면 이들이 보여준 ‘아리랑 정신’이 현실의 고된 언덕을 넘는 우리네에게 때로는 위로가, 때로는 힌트가 될지도 모른다.

과거를 잊어서도, 그렇다고 집착해서도 안된다. 굴곡진 세상에서 미래를 바라보고자 과거에서 힌트를 찾으려는 작가의 ‘아리랑 정신’이 어지러운 2024년을 사는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올까.

그린누리. 3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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