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언론계, 역시 다사다난

2023년 언론계, 역시 다사다난

  • 기자명 김위근 박사
  • 입력 2023.12.21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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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면 빠지지 않는 한자어가 있다. 다사다난(多事多難). 유독 올해 우리 언론은 이 낱말이 어울린다. 일어난 일 대부분은 언론을 더욱 곤란하게 만들었다. 여러 도전에 직면한 우리 언론에서 굿 뉴스는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고질적이라고 지적된 많은 문제는 올해도 해결되지 않았다. 오히려 여러 새로운 문제가 나타나 언론을 짓누른다. 너비와 깊이를 더해 가기만 하는 안팎의 어려움은 언론 미래에 드리운 먹구름을 한층 짙게 만들고 있다.

가짜뉴스 규제 논란은 여전하다. 정확하게 정의하는 것이 불가능한 가짜뉴스라는 용어는 정치적 수사로서 용례가 명확하다. 언론을 싸잡아 낙인찍는다. 이에 사용을 지양하고 용례에 따른 의미를 명확히 하기 위해 사회적 합의를 통해 만들어진 용어가 허위조작정보다. 이는 내재된 의도성에 주목하며 오보를 포함하지 않는다. 허위조작정보는 한동안 사용됐지만 이제는 가짜뉴스가 훨씬 더 많이 들린다. 용어로 인한 오해와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가짜뉴스든 허위조작정보든 문제가 있는 뉴스나 정보는 규제해야 마땅하다. 우리나라는 이에 대한 규제 장치가 이미 잘 마련돼 있다고 평가된다. 기존 규제 장치의 작동을 점검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먼저다. 정치적 수사인 가짜뉴스에 대한 새로운 규제 장치 마련이 우려되는 이유는 언론 자유를 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언론 규제와 관련해 국가규제, 즉 행정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 실제 강화될 것으로 속단하기 어렵다. 언론의 핵심 역할이 국가권력에 대한 감시라는 점에서 행정규제 시도에 대한 저항은 거셀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올바른 행정규제를 위해 언론 관련 법정책제도를 정비하는 것은 매우 지난한 작업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헌법적 가치인 언론 자유가 우선 고려돼야 한다. 그럼에도 정치권이 아닌 일부 시민이 언론에 대한 행정규제의 필요성에 동감하고 있다는 사실은 언론의 자기반성 지점이다. 언론의 자율규제가 제대로 작동해왔는지 점검이 필요하다. 최근 몇 년 동안 가장 많은 논란이 있었던 자율규제기구는 역시 네이버카카오 뉴스제휴평가위원회다. 현재 잠정적으로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성과와 한계는 차치하고 이 위원회를 법정기구화하려는 시도에 대해 언론계 안팎에서 심각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올해 내내 언론은 생성 AI에 주목했다. 생성 AI는 언론의 주요 취재 대상이기도 했지만 언론의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기술이라는 점이 크게 부각됐다. 생성 AI는 이제 보편기술로서, 이를 활용하면 누구나 고품질 콘텐츠를 손쉽게 만들 수 있다. 기자의 책무는 고품질 뉴스콘텐츠 생산이다. 이를 감안하면 생성 AI로 인해 콘텐츠 생산 능력에서 기자와 시민의 차이는 사라졌다고 볼 수 있다. 이제 기자의 기획력과 질문력이 시민을 능가하지 못한다면 뉴스콘텐츠의 조직적 생산과 검증이라는 언론사의 경쟁력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러한 우려가 있지만 생성 AI 도입으로 기자와 언론사의 역할이 더욱 명확해질 것이라는 예상도 많다. 화려한 미디어 기술에 집중하는 보도가 아니라, 탐사보도심층보도정밀보도 중심의 고품질 저널리즘이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언론 수익 측면에서 생성 AI를 바라보는 우리 언론의 시선은 복잡하다. 현재 포털사이트는 수많은 언론사의 뉴스콘텐츠를 리스트 형식으로 제공한다. 이용자가 특정 뉴스콘텐츠를 주목하고 선택함으로써 언론사 수익의 기반이 되는 트래픽이 발생한다. 이에 주목과 선택을 받으려는 언론사의 경쟁은 치열하다. 적기는 하지만 수익이 발생하는 언론사는 꽤 된다. 생성 AI의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검색 결과를 하나의 콘텐츠 덩어리로 던져주는 생성 AI에서 언론사의 뉴스콘텐츠 경쟁이 무의미하다. 생성 AI는 소수 언론사의 뉴스콘텐츠만으로도 얼마든지 서비스할 수 있다. 생성 AI를 서비스하는 포털사업자를 비롯한 빅테크기업 입장에서는 그동안 수많은 언론사의 뉴스콘텐츠를 서비스함으로써 발생한 비용과 사회적 논란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계약을 맺은 극히 일부 언론사를 제외하고 대다수는 생성 AI 환경에서 수익을 창출하기 어렵다. 뉴스콘텐츠 저작권에 대한 요구도 생성 AI 서비스에서 언론사의 기여분을 입증하는 작업이 어려워 당장은 쉽지 않아 보인다.

빅테크기업의 뉴스서비스 정책 변화에 따른 어려움도 여전하다. 최근 카카오의 포털사이트인 다음은 뉴스 검색에서 콘텐츠 제휴 언론사를 우선적으로 노출하고 있다. 이에 검색 제휴 언론사를 중심으로 큰 반발이 있다. 포털사이트의 뉴스 검색에 새롭게 생긴 이 허들은 뉴스 검색 제휴 언론사의 생존 자체를 위협한다. 다음은 이번 뉴스콘텐츠 검색 서비스 개편이 기존 서비스를 면밀히 분석한 결과라고 한다. 하지만 서비스 도입 과정에서 아쉬움은 매우 크다. 비즈니스 파트너인 언론사에게 자세히 설명해야 했다. 충분한 공개적인 시뮬레이션도 필요했다. 무엇보다 언론사가 가진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충분히 공감했어야 했다. 양자가 평등하지 않은 관계임을 확인시켜 주는 사례가 하나 더 늘어나고 말았다.

언론사 경영은 올해 특히 어렵다고 한다. 사실상 구조 조정이라 할 수 있는 조직 개편을 실시하거나 예정 중인 언론사가 여럿이다. 저연차 언론인을 중심으로 다른 언론사로의 이직이 아니라 다른 업계로의 전직이 번지고 있다. 신입 언론인 채용 규모는 대폭 줄었다. 코로나19 펜대믹이 끝나고 언론사 경영 상황은 잠시 숨통이 트였다. 하지만 펜대믹 이전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기대는 현실이 되지 못했다. 크게 줄었다고 알려진 광고시장 규모는 놀라울 따름이다. 이제 광고매체로서 언론의 입지는 얼마 남지 않은 듯하다. 올해 역대급 적자를 기록하는 언론사가 다수 나올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있다. 이들 중에는 소위 메이저급 언론사의 이름도 등장한다. 어느 언론사가 매물로 나왔다는 얘기도 들린다. 새 주인을 찾지 못하는 언론사는 당장 내년 생존을 보장할 수 없다.

이처럼 2023년 언론계는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했다. 안팎의 상황이 어느 하나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수많은 언론인은 사회가 부여한 자신의 임무를 수행했다. 언론사는 사회 감시 기구로서 역할을 톡톡히 했다. 분명 비판 받아야 할 점이 많지만, 칭찬과 응원을 받아야 할 점도 그만큼이다. 일단 비판은 접어두고 감사 인사를 하련다.

언론인 여러분, 올 한 해 정말 애 많이 쓰셨습니다. 고맙습니다.

김위근(퍼블리시 최고연구책임자·언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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