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스포츠한국 한휘 기자] 후반기에 맹활약한 검증된 외국인 타자. 그러나 두산 베어스는 수비를 위해 재계약 대신 새 선수를 물색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 시즌 두산 유니폼을 입고 타율 0.253 OPS 0.819 19홈런 65타점을 기록한 호세 로하스의 이야기다.
표면적인 성적만 보면 외국인 타자 치고 아쉬운 성과를 남긴 로하스와의 재계약은 당연히 고려할 필요가 없는 이야기다. 그러나 세세하게 파고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올 시즌 전반기와 후반기에 완전히 다른 선수였기 때문이다.
전반기 로하스는 234타석을 소화하며 타율 0.222 OPS 0.744 10홈런 33타점으로 부진하며 퇴출 가능성까지 언급됐다. 그러나 7월부터 시작된 상승세를 끝까지 이어간 로하스는 후반기 230타석에서 타율 0.285 OPS 0.895 9홈런 32타점으로 ‘환골탈태’했고,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도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2군에서 재조정을 거친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영수 타격코치의 조언에 따라 심리적으로 쫓기면서 무리해서 큰 스윙을 하기보단, 침착하게 공을 보면서 본연의 스윙을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실제로 전반기 동안 40개를 기록했던 삼진은 후반기 28개로 크게 줄었고, 볼넷(28개)과 삼진의 개수가 같았다. 타격 접근법 재조정이 효과를 본 것이다.
로하스의 후반기 성적만 보면 올 시즌 1루수 골든글러브의 주인공인 오스틴 딘(LG 트윈스)에 필적하는 수준이었다. 후반기 홈런 페이스는 최정(SSG 랜더스) 다음 가는 수준이었고, 전반기에 약점으로 지적된 좌완 상대 약점과 득점권 부진도 거의 극복해냈다.
무엇보다도 로하스의 홈구장은 투수에게 유리하기로 유명한 잠실이다. 그런 잠실을 홈으로 쓰면서 이러한 성과를 냈다는 점은 더욱 인상적이다.
그럼에도 전해지는 소식을 종합하면, 두산은 로하스를 교체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로하스의 타격을 돋보이게 한 그 잠실이, 역으로 수비가 불안한 로하스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드넓은 잠실을 홈으로 쓰는 두산은 전통적으로 외야수들의 수비력이 탁월하기로 유명했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정수빈을 제외한 주전급 선수가 모두 불안한 수비력을 보여줬다.
지지부진한 타격 발전에도 불구하고 이승엽 감독이 조수행, 김태근 등을 중용한 이유가 수비에 있는 만큼, 로하스의 아쉬운 수비력이 재계약 과정에서 마이너스 요인으로 지적된 것이다.
그러나 로하스를 교체하는 데 우려의 목소리도 뒤따른다. 신규 외국인 영입은 ‘도박’이라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변수가 많은데, 후반기에 적응을 마치고 맹활약한 로하스를 수비 하나 때문에 교체하는 것이 맞냐는 것이다.
이미 SK 와이번스-SSG 랜더스에서 뛴 제이미 로맥의 사례처럼 1년 차에 적응기를 갖고 2년 차에 잠재력을 폭발시킨 사례도 있는 만큼, 다음 시즌에 더 발전할 여지도 충분하다.
더구나 로하스는 데뷔 후 내야수로 주로 뛰어왔고, 외야 겸업을 하던 지난 2022시즌에도 마이너 리그를 합산하면 내야 수비 이닝이 더 많았다. 외야 수비력이 좋지 않다는 사실은 이미 지표로도 드러나 있었다.
로하스의 외야 수비력이 나쁘다는 것을 알고도 영입했는데 수비력을 이유로 방출한다면 ‘자승자박’이고, 모르고 영입했다면 기초적인 지표도 확인하지 않은 구단의 실책이다. 어떤 이유로든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처음부터 로하스를 내야에 기용하던지, 아니면 전문 외야수를 영입해야 했는데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셈이다.
일단 두산 구단은 시장에 마땅한 선수가 없을 때 재계약하기 위해 로하스를 보류 선수 명단에 포함했다. 현재 외국인 타자 시장이 ‘가뭄’ 수준이라는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리는 가운데, ‘검증된 카드’의 가치는 그만큼 올라가고 있다.
선택은 구단에 달려있다. 새 외국인 선수를 구한다면 이승엽 감독이 뿐만 아닌, 팬들의 니즈도 충족시킬 수 있는 납득할 만한 선택이 필요하다. 그게 아니라면, 웬만해선 먹어본 음식이 실패할 확률이 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