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언론과 AI 주권

우리 언론과 AI 주권

  • 기자명 김위근 박사
  • 입력 2023.12.07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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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마지막 달인 12월이다. 늘 이쯤이면 한 해를 마무리하는 각종 이벤트가 있기 마련이다. 언론매체도 2023년을 정리하는 기획기사나 특집기사를 내놓고 있다. 여기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올해의 키워드다. 다양한 시각이 존재할 수 있지만 기술 관련 분야에서 올해 키워드는 뭐니 뭐니 해도 인공지능(AI), 그중에서도 생성 AI. 작년 이맘때 오픈AI의 챗GPT가 촉발한 생성 AI 열풍은 내로라하는 빅테크기업이 자사의 생성 AI를 앞다퉈 발표하고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섣부른 예상일 수 있지만 내년을 비롯해 향후 몇 년 동안 올해의 키워드는 생성 AI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것이라고 높은 확률로 자신한다. 그만큼 생성 AI가 가져다줄 일상 변화는 파괴적이다.

언론도 생성 AI에 주목한다. 생성 AI의 잠재성은 콘텐츠의 창작과 생산 영역에서 부각됐다. 이러한 잠재성은 현재 여실히 증명되고 있다. 생성 AI는 콘텐츠 생산 및 창작 영역의 게임체인저(Game Changer). 언론의 다양한 사회적 역할과 기능은 기본적으로 뉴스라는 콘텐츠를 만들어 시민에게 전달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콘텐츠의 생산, 언론과 생성 AI가 만나는 지점이다. 사회적 영향력 측면에서 볼 때 일상에서 경험하는 콘텐츠 중 가장 강력한 것은 바로 뉴스다. 이러한 뉴스콘텐츠 생산 도구로서 생산 AI의 활용은 조심스러워야 하고 고려해야 할 사항도 여럿이다. 그럼에도 생성 AI는 특유의 생산성으로 인해 저널리즘 과정에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얼마 전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간한 ‘2023 한국의 언론인은 언론에서 생성 AI의 의미를 잘 보여준다. 현직 기자 2,011명이 응한 이 조사에서, 직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생성 AI 도구를 활용하고 있다는 응답은 54.3%였다. 이들이 활용하고 있는 분야를 1순위부터 3순위까지 중복으로 응답 받아본 결과, 자료의 수집과 분류 79.7%, 녹취번역교정 등 75.3%, 기사에 사용되는 텍스트이미지 생성 51.9%, 정보에 대한 팩트체킹 41.0%, 기사를 발제할 아이템 구상 33.4%, 독자 분석 및 개인화 서비스 등 14.6%, 기타 4.1%였다. 즉 생성 AI가 주로 효율적 기사 작성을 위한 도구로서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전체 응답 기자에게 생성 AI 도구가 향후 어떤 분야에서 가장 크게 활용될 것으로 생각하는지를 질문해 보니, 자료의 수집과 분류 35.5%, 녹취번역교정 등 25.3%, 기사에 사용되는 텍스트이미지 생성 15.3%, 정보에 대한 팩트체킹 9.0%, 기사를 발제할 아이템 구상 6.3%, 독자 분석 및 개인화 서비스 등 5.0%, 기타 0.3%였다. 크게 활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은 3.4%에 불과했다.

기자들은 생각하는 생성 AI 도구 활용이 언론사에 미치는 영향을 5점 척도로 질문한 결과, 업무 속도와 효율성 향상에 도움 3.54, 기사의 신속한 보도에 도움 3.28, 정확한 정보 제공에 도움 2.81점이었다. 그리고 표절과 저작권 침해 문제가 발생 3.81, 언론인의 일자리 안정성을 위협 3.14점으로 나타났다. 언론인의 일자리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응답한 기자 749명에게 향후 생성 AI 도구로 인해 일자리에 위협을 받게 될 직무를 질문한 결과, 교열기자 39.3%, 데이터기자 19.1%, 편집기자 17.0%, 취재기자 12.4%, 일러스트 디자이너 7.2%, 소셜미디어 담당자 3.9%, 기타 1.2%였다. 한편 향후 언론사에 생성 AI 도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기자는 60.4%였고,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은 9.2%에 불과했다.

이처럼 언론 현장에서도 콘텐츠 생산 도구로서 생성 AI의 입지는 이미 공고해져 있다. 전통적인 뉴스콘텐츠 분류 이외에, 이제 생성 AI를 활용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구분해 볼 수도 있겠다. 문제는 각 생성 AI만의 특성으로 인해 어떤 것을 도입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뉴스콘텐츠의 내용과 품질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위 조사에서 기자가 직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활용하고 있는 생성 AI 도구를 복수 응답으로 확인해 보니, 네이버 클로바 34.3%, 오픈AI GPT 30.7%, 구글 바드(Bard) 13.3%, 마이크로소프트 빙(Bing) 8.0%, 미드저니(Midjourney) 1.6%, 오픈AI 달리(DALL-E) 1.5%, 스테이빌리티 스테이블디퓨전(Stable Diffusion) 0.9%였다.

가만히 보면 하나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해외 글로벌 빅테크기업의 생성 AI. 다른 디지털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생성 AI 역시 몇몇을 제외하면 일반적으로 해외 글로벌 빅테크기업의 기술력이 앞서 있다고 볼 수 있다. 기술력뿐만 아니라 비교가 되지 않은 자본력과 정치력으로 해외 글로벌 빅테크기업이 시장을 확보해 나간 사례를 우리는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우리 언론이 생성 AI를 많이 활용할수록 우리 언론 시장이 해외 글로벌 빅테크기업에게 장악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는 단지 기우에 그칠까?

생성 AI는 단지 공학기술로서만 존재하지 않는다. 생성 AI를 설계하고 학습시키고 검증하는 데 투입되는 데이터에는 한 사회의 문화가 오롯이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생성 AI를 위한 거대언어모델(LLM: Large language model, LLM)은 신문, 잡지, 도서, 인터넷 글 등 글자로 이뤄진 모든 것들을 근간으로 할 수 있다. 여기에는 당연하게도 문화가 반영된다. 지역이나 사회별로 생성 AI의 개발이 이뤄질 수 있다면, 한 사회의 문화적 실체에 가까운 서비스가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일부 지역의 빅테크기업이 세계를 주도하는 생성 AI 시장이다. 이들 빅테크기업이 속한 지역의 문화가 더 심층적으로 분석되고 더 많이 고려될 수밖에 없다. 이로써 생성 AI를 통한 문화 종속이 일어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특히 언론은 문화 전승 기능을 가지는데, 해외 글로벌 빅테크기업의 생성 AI를 반복적으로 활용하게 되면 문화 종속은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언어적 툭수성을 갖고 있다. 해외 글로벌 빅테크기업에 견줄 수 있는 이름있는 빅테크기업도 여럿 있다. 일단 소위 AI 주권을 지킬 수 있는 여건은 마련돼 있다. 생성 AI 시대에 AI 주권의 중요성은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 AI 주권을 지켜나가고 문화 종속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언론의 생성 AI에 대한 관심과 감시가 필요하다.

김위근(퍼블리시 최고연구책임자·언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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