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전공을 위한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 도입이 시급하다

언론 전공을 위한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 도입이 시급하다

  • 기자명 김위근 박사
  • 입력 2023.11.23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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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사회 미래에 대한 가장 큰 화두는 인구 감소다. 유래 없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한 여러 정책이 있었지만 결론적으로 실패했다. 현재 진행 중인 인구 정책에 대한 전망도 장밋빛은 아니다. 인구 감소가 상대적으로 빨리 진행되고 있는 지역에서는 지역 소멸이라는 무시무시한 용어가 들린다. 지역 경쟁력 역화로 인한 수도권 인구 집중 역시 실은 인구 감소가 원인이다. 현재와 같은 추세가 반등하지 않는다면 수백 년 뒤 수도권 인구마저 녹아내려 대한민국 소멸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이러한 보도에서 해결책은 유사하다. 지역은 양질의 일자리를 확보함으로써 지역민의 유출을 막고 젊은 층을 끌어들여야 하며, 국가 차원에서는 이주민을 수용하는 등 적극적인 정책을 펴야 한다는 것이다.

인구 감소는 우리 언론사에게도 큰 타격이다. 언론사의 존재 이유는 독자청취자시청자 등 이용자다. 이용자는 언론사 수익의 근간이기도 하다. 이용자는 언론사의 뉴스를 유료로 보고 듣는다. 무료로 이용하는 경우에도 광고에 노출됨으로써 언론사에 수익을 가져다준다. 언론사의 뉴스 이용자 규모는 광고 요율을 결정하는 데 있어 핵심 지표다. 우리 언론사의 거의 대부분은 수익에서 광고가 자치하는 비율이 절대적이다. 특정 언론사에 대한 평가 기준이 여럿 있지만, 가장 기본은 역시 이용자 규모다. 인구 감소는 이 이용자 규모의 절대치를 낮춘다. 더군다나 언론매체 수가 매년 증가하는 우리 언론 환경에서 특정 언론사의 이용자 규모는 평균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물론 전체 뉴스 이용자 감소에도 불구하고 나름의 경쟁력을 확보해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언론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인구 감소를 놓고 볼 때 현재 우리 언론사와 대학은 참 많은 점이 닮았다. 둘 다 인구 감소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뉴스를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은 하루 24시간이라는 물리적 한계를 가진다. 이용자 규모에 비해 생산되는 뉴스, 그리고 언론사의 수가 너무 많다는 지적이 있다. 이제 고등학교 졸업생은 대학 입학 정원보다 적다. 절대다수가 광고 수익에 의존하다 보니 운영이 심각한 수준에 이른 언론사가 한 둘이 아니다. 운영비의 절대다수를 등록금에 의존하는 구조다 보니 재정이 어려워진 대학이 대부분이다. 경쟁력의 확보하기 위해 뉴스룸을 강화하고 뉴스 품질을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하지만 여력이 있는 언론사는 거의 없다. 교육의 질을 높이고 실용적 연구를 강화함으로써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여기에 많은 투자를 할 수 있는 대학은 소수다.

이외에도 닮은 점은 한 둘이 아니다. 우리 언론사와 대학은 변화한 사회의 요구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의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지도 않고 있다. 언론사 대다수는 이용자가 누구인지,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무엇을 이용하는지 등을 파악하지 못한다. 대부분 대학은 어떤 교육을 받기를 원하는지, 현재 커리큘럼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지 등 교육 소비자인 학생에 대한 파악이 안 되고 있다. 안타깝지만 내부 구성원의 혁신 또는 개혁 의지도 의문이다. 사회 변화를 잘 감지하고 사회에 대한 혁신과 개혁을 주창하지만, 정작 언론사 종사자와 대학교 교직원은 자신을 혁신하고 개혁하는 데 너무나 인색하다. 현재에도 여전히 강력한 위계를 가진 두 조직은 다른 조직에 비해 유연성과 추진력이 떨어진다. 조직 운영에서 의사결정권자의 결단도 아쉽다. 언론사와 대학 모두 공적 영역에 포함된다. 이에 직간접적인 정부 지원이 있다. 다른 수익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전체 수익 중 정부 지원의 비율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언론사와 대학에 대한 정부 입김이 강력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 같은 현실에 처해 있는 언론사와 대학이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부분은 바로 대학 언론 교육이다. 대학 언론 교육은 작게는 언론 전공생 감소, 크게는 언론사 이용자 감소를 조금이나마 개선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달라진 언론 상황을 고려한 언론 전공 교육 프로그램의 개발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학부 기준으로 언론 전공이 가장 많이 개설된 나라로 알려져 있다. 언론 전공은 전문직 교육이 필요하다. 전문직 교육은 실무에 대한 높은 이해와 경험이 쌓을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현재 우리나라 언론 전공의 한계는 명확하다. 물론 실무 교육을 강화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대학은 많다. 하지만 기사쓰기, 영상편집 등으로 기능적으로 구분돼 있거나, 신문, 방송, 인터넷 등 매체별로 분리돼 있는 것이 거의 대부분이다. 통합뉴스룸, 융합미디어가 운영되는 현실과 한참 동떨어져 있다.

이에 새로운 대학 언론 전공 교육 프로그램으로 프로젝트 기반 학습(PBL: Project-Based Learning)을 제안해 볼 수 있다. 프로젝트 기반 학습은 학습자가 실제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자기 주도적으로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학습자가 실제 산업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나의 프로젝트나 작품을 기획, 설제, 제작, 발표하는 캡스톤 디자인(Capstone Design) 교육도 비슷한 개념이다. 또한 플립 러닝(Flipped Learning)을 통한 교육 프로그램의 개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는 수업시간 전에 교수자가 제공하는 학습자료를 통해 학습자가 미리 학습하고, 수업시간에는 학습한 내용에 대한 토론과 과제 풀이를 하는 것이다. 이들 교육 프로그램은 이미 다른 전공에서 실시돼 효과가 검증된 바 있다.

한편 언론 전공생의 자체 언론매체 운영 프로그램도 시급하다. 거의 모든 대학에서 학내 언론사가 존재하지만, 정작 몇 년에 걸쳐 언론 현상을 집중적으로 교육 받는 전공생이 운영하는 언론매체는 찾아보기 어렵다. 과거 신문, 방송 등 언론매체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장비 구입비, 인건비, 기본 운영비 등 많은 비용이 필요했다. 하지만 현재는 인터넷 언론매체를 운영한다고 했을 때 인건비를 제외한 비용이 과거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적게 든다. 학부에서도 언론매체를 운영할 수 있는 여건은 예전에 마련됐다. 모든 언론매체가 인터넷 환경으로 통합되는 현실에서 언론 전공생의 인터넷 언론매체 운영은 더욱 의미가 있다. 언론 전공으로 입학한 신입생이 졸업생이 될 때까지 배우는 다양한 이론과 실무를 자신들의 언론매체에서 지속적으로 적용하고 실습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사례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언론 전공도 이론의 현실 설명력을 끊임없이 증명하고 확인해야 한다.

김위근(퍼블리시 최고연구책임자·언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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