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회피의 해결책은 긍정 보도에 있다

뉴스 회피의 해결책은 긍정 보도에 있다

  • 기자명 김위근 박사
  • 입력 2023.10.26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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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게 제1의 책무는 무엇보다 사회 및 권력 감시다. 언론은 사회에서 발생하는 각종 이슈를 확인하고 문제를 밝히며, 여론을 전달하고 조성한다. 사회인으로서 알아야할 정보를 시민에게 전달한다. 사회를 감시하는 언론이 현실 규정자로서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한편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 부문별로 수많은 권력기관 및 권력자가 있다. 이들 각종 권력에 대한 감시도 대부분 언론의 몫이다. 이와 같이 언론은 사회와 권력을 감시하고 이를 드러냄으로써 의제를 만든다. 의제에 대한 논의 내용, 논의를 통한 해결 방안 역시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정리된다. 이 과정에서 언론보도는 객관적일 것이며 냉철할 것을 요구받는다. 시민의 판단을 흐리지 않기 위해서다. 언론에서 사용하는 언어와 영상이 될 수 있으면 건조해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하지만 현실에서 언론의 언어와 영상이 주관적이며 감정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표현이 거칠며 내용이 자극적이고 선정적이라는 비판도 늘 따라다닌다. 언론의 숙명이기는 하지만, 잘못을 따지고 들춰내며 지적하는 내용이 많아 사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키우게 된다는 시각도 있다. 어린이나 청소년이 보기에 부적절한 콘텐츠로 뉴스를 꼽는 이가 적지 않다. 이러한 뉴스를 보면 볼수록 피로감이 쌓일 뿐이라는 생각이 늘고 있다. 주위에서 의도적으로 뉴스를 보고 듣는 시간이나 횟수를 줄였다는 사람이 많다. 심지어 아예 보고 듣지 않는다는 사람도 몇몇 있다.

이러한 뉴스 회피현상은 여러 조사나 연구에서 확인된다. 대표적으로 지난 9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간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3 한국>의 응답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디지털 뉴스 이용자 중 50%는 최근 의도적으로 뉴스를 피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비율은 연령대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50대 이상(5056%, 60대 이상 53%)20~40(2043%, 3046%, 4046%)보다 의도적으로 뉴스를 피한 경험의 비율이 높았다. 의도적 뉴스 회피 경험 비율은 정치 성향에 따라서도 달랐다. 진보 성향(57%)이 보수 성향(47%)과 중도 성향(51%)보다 높았다.

의도적으로 뉴스를 피한 경험이 있는 디지털 뉴스 이용자가 뉴스 회피 방법으로 가장 많이 응답한 것은 특정 주제 뉴스를 피한다(30%)였다. 다음으로 뉴스를 덜 확인한다(27%), 뉴스를 접하면 무시하거나 스크롤 또는 채널 변경을 한다(25%), 텔레비전신문뉴스웹사이트 등 특정한 뉴스 출처를 회피한다(22%) 등이었다. 회피하는 뉴스 주제에 대한 응답은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국내 정치(62%)가 가장 많았다. 그리고 범죄개인 안전(21%), 엔터테인먼트유명인(20%), 양성평등성소수자 등 사회 정의(18%) 등 순이었다.

이 리포트는 디지털 뉴스 이용자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뉴스 유형도 조사했다. 이에 대해 긍정적 뉴스(47%)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해결책을 제시하는 뉴스(42%), 그날의 주요 뉴스에 대한 최신 업데이트(33%), 나와 비슷한 사람들에 관한 뉴스(33%) 등이 있었다. 이 응답에서 뉴스 회피를 감소시킬 뉴스 유형을 도출할 수 있다. 시민과 직접 관련된 최신 이슈에 대해 해결책을 제시하는 긍정적인 뉴스가 그것이다. 여기에서 방점이 찍혀야할 곳은 긍정이라는 단어다.

시민이 의도적으로 뉴스를 피하게 만든 핵심 원인 중 하나는 우리 언론의 부정적 뉴스 생산 및 유통 관행이다. 특히 국내 정치 뉴스가 그렇다. 대체로 거친 표현과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는 현재의 부정적 정치 뉴스는 뉴스 전반을 회피하게 하고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관심을 떨어뜨리기 마련이다. 국내 정치 현실이 그렇기에 보도의 표현과 내용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언론의 주장에 이해가 가는 면도 있다. 하지만 언론은 정쟁의 대리자가 아니다. 거칠며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정치 뉴스, 즉 정치를 부정적으로 다루는 뉴스를 통해 이용자를 확보하려는 전략은 오히려 시민의 외면을 받고 있다. 시민의 뉴스 회피는 정치 주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대부분 주제에서 부정적 뉴스를 찾는 것이 더 쉽다.

시민의 뉴스 회피를 가져온 부정적 뉴스에 대해 긍정적 뉴스는 간명한 현실적 대안이다. 긍정적 뉴스는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인터넷 언론 초기부터 이와 같은 시도는 많았다. 현재와 비슷한 문제의식에서 몇몇 언론매체가 서비스를 시작했다. 오늘날에도 긍정적 뉴스를 전문적으로 보도하는 언론매체가 있다.

주류 언론매체가 무시하는 좋은 뉴스를 위한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는 굿뉴스네트워크(Good News Network)는 주류 언론매체의 부정적 보도에 대한 해독제라고 자임한다. 굿굿굿(Good Good Good)은 이용자들이 희망을 느끼면서 좋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세계에서 일어나는 긍정적인 소식을 보도하는 독립 언론매체로,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이 주목한 바 있다. 포지티브 뉴스(Positive News)는 긍정적인 뉴스를 중심으로 고품질 저널리즘을 구현하는 인터넷 및 인쇄 잡지다. 굿블랙뉴스(Good Black News)는 흑인들이 하는 좋은 일과 관련된 긍정적인 소식을 보도한다. 이 밖에도 긍정 뉴스 전문 언론매체들은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이들 언론매체는 사회 및 권력 감시라는 저널리즘 관점에서 보면 왠지 부족해 보일 수 있다. 언론매체로서 전문성이 부족하고 사회적 영향력이 낮다고 치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널리즘의 치열함은 거친 표현과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내용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용자에 대한 배려가 출발점이다. 언론매체의 존재 이유는 해당 언론매체를 보고 듣는 이용자에 있다. 이용되지 않는 언론매체의 존재 가치가 없다. 부정적 뉴스 생산 및 유통 관행이 우리 시민의 의도적 뉴스 회피의 주요 원인으로 밝혀진 이상 해결책은 명확하다. 부정적 표현과 내용을 삼가는 문제 해결 중심의 긍정 보도가 해답이다. 우리 언론에서 긍정적 저널리즘이 정착되길 기대한다.

김위근(퍼블리시 최고연구책임자·언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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