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가 언론의 미래일 수는 없다

생성형 AI가 언론의 미래일 수는 없다

  • 기자명 김위근 박사
  • 입력 2023.09.21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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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예측은 부질없는 일일 수 있다. 매 순간마다 수많은 선택지가 있고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가능성은 사라진다. 선택 결과가 좋으면 모르겠으나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모든 선택지 각각에 대한 예측을 내놓을 수 없는 노릇이니 예측이 꼭 들어맞을 확률은 그야말로 영에 가깝다. 그럼에도 미래는 큰 관심사다. 미래 예측은 과거에 대한 평가며, 현재의 좌표가 된다. 현상과 관련된 경험이 많고 그 현상이 일정한 추이를 보였다면 상대적으로 높은 확률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현재 언론사들은 미래 예측에 분주하다. 미디어 기술 발전, 비즈니스 환경 변화 등으로 많은 언론사는 운영과 유지에 곤란을 겪어왔다. 인터넷 환경의 도래. 포털사이트의 등장, 모바일 인터넷의 확산, 소셜미디어의 편재와 같은 외부 요인은 유연하지 못한 조직 구조로 인해 가뜩이나 현실적응력이 떨어지는 언론사의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새로운 외부 요인이 등장할 때마다 미래 예측을 통해 각종 대비책들이 제시됐지만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의 미래에 대한 예측이 다시금 주의를 끄는 것은 언론이 집중 보도하고 있는 소위 생성형 AI(Generative Artificial Intelligence)의 가능성 때문이다. 오픈에이아이(OpenAI)의 챗지피티(ChatGPT), 구글(Google)의 바드(Bard),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의 빙(Bing), 네이버(Naver)의 하이퍼클로바엑스(HyperCLOVA X) 등 인터넷기술기업들이 앞다퉈 출시한 생성형 AI 서비스는 인터넷 이용의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검색은 인터넷에서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다. 일반적으로 인터넷 검색은 포털사이트의 검색창에 원하는 키워드를 넣음으로써 시작된다. 이후 검색 결과가 제시되는데, 우리에게 익숙한 콘텐츠나 서비스가 순서대로 나열되는 형식이다. 검색 서비스 이용자는 이들 검색 결과를 하나씩 클릭해보고 원하는 정보를 취사선택한다. 이렇기에 이용자에게 제시되는 순서가 매우 중요하다. 최신 순서, 많이 이용한 순서 등이 제시 기준이 되지만, 이들 기준에 대한 비판이 만만치 않다. 클릭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눈에 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이용자를 현혹하는 다양한 방법을 활용한다. 이는 콘텐츠 제공자로서 언론사들도 마찬가지다. 뉴스를 생산하지 않고 뉴스 유통만을 전문으로 하는 포털사이트, 소셜미디어를 통한 뉴스 이용이 직접 언론사 접속을 통한 이용보다 훨씬 많은 현실은 언론사에게 멋쩍은 핑계거리다.

생성형 AI에서 검색은 대화 형식으로 진행된다. 프롬프트에 검색을 원하는 내용을 대화 문장 형식으로 작성해 넣으면 거기에 맞는 완성된 형식의 텍스트를 생성해 제시한다. 텍스트뿐만 아니라 이미지, 동영상도 만들어준다. 결정적으로 포털사이트와 다른 점은 제시되는 결과의 형식이다. 포털사이트는 검색 결과들을 나열해 제시한다. 반면 생성형 AI가 제시하는 결과는 하나의 덩어리다. 완성된 형태의 결과 하나만을 제시하기에 취사선택을 할 수 없다. 제시된 결과에서 더 나아가려면 프롬프트에 추가 내용을 넣어야 한다. 그러면 최초 제시된 결과를 기반으로 한 추가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생성형 AI는 텍스트, 이미지, 동영상 등 모든 형식의 콘텐츠를 만들어준다. 언론사는 뉴스라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조직이다. 이 점에서 생성형 AI를 바라보는 언론사의 시선은 복잡하다. 언론사의 미래와 깊은 관련이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입장이 있지만 현재로서는 생성형 AI를 활용할 수밖에 없으며, 생성형 AI를 서비스하는 인터넷기술기업에게 뉴스저작권을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언론사들이 뉴스저작권을 요구하는 근거는 생성형 AI를 개발하는 데 언론사 뉴스콘텐츠가 활용됐다는 점이다. 이는 생성형 AI 서비스를 출시한 인터넷기술기업에서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공정이용 여부나 계약사항 확인 등 따져봐야 할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이미 상품으로 출시된 생성형 AI 서비스에서 언론사의 기여분을 입증하는 작업도 어렵다.

이와 관련해 인터넷기술기업의 최근 행보는 예사롭지 않다. 얼마 전 구글은 뉴욕타임스에 거액의 전재료를 지불하기로 했고, 오픈AI도 뉴스통신사 AP와 계약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지속되고 있다. 인터넷기술기업이 저명한 언론사와 개별적 관계를 맺는 것은 생성형 AI 서비스의 개발 완성 및 상품 출시와 연관 지어 생각해 볼 문제다. 인터넷기술기업은 오랜 시간에 걸쳐 수많은 언론사의 뉴스콘텐츠를 수집해 학습했고 여러 모델을 검증했다. 이를 통해 일정한 수준의 기술 개발을 끝냈으며 상품을 내놓았다. 이로써 이들 언론사의 효용은 일차적으로 끝난 것이다. 앞으로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있겠지만 이전과 같은 수많은 언론사의 뉴스콘텐츠까지는 필요 없다.

인터넷기술기업 입장에서는 생성형 AI 서비스 결과의 신뢰를 확보하고 품질을 높일 수 있는 수준의 언론사만 있으면 된다. 이전 검색 서비스에서 수많은 언론사와 얽힌 전재료, 광고 수익 등 논란이었던 문제들이 해결되는 순간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생성형 AI는 결코 언론사에 유리한 서비스가 아니다. 물론 인터넷기술기업과 개별 계약을 할 수 있는 소수의 저명한 언론사나 특화된 언론사는 새로운 기회가 생길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그러지 못한 대다수 언론사는 생성형 AI 시대에 더욱 암울한 미래를 맞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생성형 AI가 뉴스 생산 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비판적으로 봐야할 지점이 많다. 지금이야 생성형 AI가 새로운 기술로 저널리즘 현장에서 가능성이 크다고 하지만, 이전에 다른 많은 디지털 기술들도 이러한 관심을 받았다. 생성형 AI는 언론사나 언론인만을 위한 기술이 아니다. 결국 보편기술이다. 물론 생성형 AI별로 수준이 다르고 유무료에 따라 심층성에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모든 사람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보편기술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따라서 생성형 AI는 언론사나 언론인의 정체성 확보와 책무 수행을 결정하는 역할을 할 수 없다. 앞으로 더욱 고도화된 인공지능이 언론인의 업무 중 상당 부분을 대신할 것이다. 이러한 시대에도 역시나 중요한 것은 새로운 기술 도입에도 변함없을 언론의 사회적 역할과 가치의 확보다.

김위근(퍼블리시 최고연구책임자·언론학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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