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매체, 이용자를 벗어난 새로운 협상력을 키울 때

언론매체, 이용자를 벗어난 새로운 협상력을 키울 때

  • 기자명 김위근 박사
  • 입력 2023.09.07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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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방송 등 전통 언론매체에 있어 구독자, 시청자는 두 가지 의미의 재원이다. 하나는 언론매체 이용대가를 지불한다는 점이다. 신문은 구독료를, 공영방송은 시청료를 내게 된다. 상업방송은 시청료를 내지 않지만, 케이블TV, 인터넷TV 등의 가입자는 매달 지불하는 이용료를 시청료 개념으로 생각한다. 다른 하나는 광고요율 산정의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당연히 많은 구독자, 시청자를 가진 언론매체일수록 상대적으로 광고단가가 높고 많은 광고료를 받는다. 따라서 신문의 구독부수, 방송의 시청률을 다양한 방식으로 조사해 자료를 내놓은 조사기관들이 존재한다. 신문은 구독부수를 1부라도 추가 확보하려, 방송은 시청률을 단 0.0001%라도 늘리려 노력한다. 하지만 이 경우 자신이 광고요율 산정 기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는 구독자, 시청자는 찾기 어렵다. 광고가 있기에 원가 수준 또는 원가 수준 이하로 신문과 방송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구독자, 시청자 역시 거의 없다.

우리나라 뉴스 이용 비율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인터넷 환경에서 인터넷 언론매체에 대해 이용대가를 지불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자신 주변에서 유료 구독, 후원 등을 통해 인터넷 언론매체에 이용대가를 정기적으로 지불하는 사람을 찾기 매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대부분 인터넷 언론매체에서 이용자에 근간한 재원은 단 한 가지, 광고만 남는다. 인터넷 언론매체의 웹사이트를 직접 방문해 보면 여기저기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광고가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유료 구독, 후원 등을 하면 광고가 없는 웹페이지를 이용할 수 있다고 마케팅하는 인터넷 언론매체가 있지만 유료 구독자 늘리기는 쉽지 않다. 인터넷 언론매체들은 뉴스 이용이 포털사이트,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소셜동영상서비스 등에 집중된 상황이 바뀌지 않는 현실에서 유료 구독이나 후원은 물론이고 광고도 어렵다는 잘 안다.

네이버, 다음 등 우리나라 포털사이트는 과거 자신의 뉴스서비스에 뉴스를 공급하던 언론매체들에게 전재료를 지급했다. 일종의 뉴스 사용료로 현재는 찾아볼 수 없다. 이제는 전재료가 아닌 뉴스서비스 광고 수익을 나누는 방식이다. 이와 함께 포털사이트는 뉴스를 공급하는 언론매체에게 자신이 구축한 뉴스서비스 내 이용자 구독 시스템을 이용하게 하고 있다. 이 구독은 유료가 아니다. 물론 뉴스를 공급하지 않고 검색 결과에서만 자신의 뉴스를 노출할 수 있어 구독이나 광고 수익을 바랄 수 없는 언론매체는 훨씬 더 많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자신의 계정을 만들어 많은 가입자를 확보한 언론매체조차 이들을 활용한 재원 마련이 쉽지 않다. 상당수 언론매체는 유튜브 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지만 가입자 또는 이용자를 늘려 이들 소셜동영상서비스가 지급하는 광고 수익을 늘리는 것 외에 별다른 비즈니스 모델이 없다. 더구나 유튜브에서 투입 비용 이상의 수익을 만들어내는 언론매체는 소수다.

신문의 구독자, 방송의 시청자와 동일하게 현재 인터넷 언론매체에서 가장 중요한 재원의 근간은 이용자다. 인터넷 환경에서 웹페이지 이용은 기술적으로 기록하고 보관할 수 있다. 이는 각 웹페이지마다 독립된 인터넷 주소(URL)가 있어 가능하다. 이렇게 URL 단위로 기록되고 보관된 데이터를 일정한 기준으로 합친 데이터를 흔히 인터넷 이용 트래픽이라고 부른다. 인터넷 언론매체 웹페이지의 인터넷 주소만 잘 구분할 수 있다면, 특정 언론매체의 인터넷 이용은 얼마든지 확인 가능하다. 대표적 인터넷 이용 트래픽으로 순방문자(Unique Visitors), 페이지뷰(Page Views), 체류시간(Time Spent) 등이 있다. 순방문자는 측정기간 동안 1회 이상 특정 웹사이트에 방문한 중복되지 않은 방문자 수다. 페이지뷰는 특정 웹사이트에 방문한 중복을 포함한 방문자들이 본 전체 페이지 수고, 체류시간은 특정 웹사이트에 방문한 중복을 포함한 방문자들이 머무른 전체 시간이다.

이들 트래픽은 인터넷 언론매체의 뉴스 이용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진다. 모든 인터넷 언론매체는 순방문자, 페이지뷰, 체류시간을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해 애쓰고 있으며, 하루하루 달라지는 수치에 민감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언론산업 전반을 봤을 때 현재와 같은 포털사이트,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소셜동영상서비스 등이 중심이 되는 인터넷 언론 환경이 바뀌지 않는다면, 단기간에 이들 트래픽이 크게 개선될 여지는 없다. 전재료 수익이 없는 상황에서 광고 수익 점점 줄어들고 이용 트래픽마저 감소하는 인터넷 언론산업의 현실은 다른 협상카드를 찾게 한다.

마침 포털사이트를 비롯한 국내외 인터넷기술기업들은 생성 AI 분야에 기술력을 집중하고 있다. 오픈AI의 챗GPT를 시작으로 구글의 바드, 마이크로소프트의 빙, 네이버의 클로바X 등이 차례로 서비스를 선보였다. GPT는 이미 유료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초거대언어모델에 기반을 둔 생성 AI 개발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기초 준비는 정제된 데이터의 확보다. 잘 알려진 바대로 생성 AI 구축을 위한 기계학습, 데이터마이닝, 알고리즘 개발 등에서 가장 믿고 투입하는 데이터는 뉴스기사다. 뉴스기사는 생성 AI의 결과를 비교하고 검증하는 데 사용된다. 결과의 문장 완성도를 높이는 데 뉴스기사가 활용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처럼 생성 AI 개발 및 상용화의 모든 단계에서 가장 핵심적 역할을 하는 데이터는 언론매체의 뉴스기사다.

최근 바드의 구글은 뉴욕타임스와, GPT의 오픈AIAP통신과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할 길이 없지만, 이미 개발이 완료한 상황에서 특정 언론매체와 맺는 계약이라 관심이 집중된다. 우리나라 생성 AI 업체의 관련 행보도 언론매체로서는 주목할 수밖에 없다. 우려되는 지점은 생성 AI의 본격적인 상용화가 대다수 언론매체에 득이 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생성 AI는 포털사이트처럼 서비스 결과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완성된 형태의 콘텐츠를 제공한다. 개발 단계가 아닌 상용화 단계라면 생성 AI 업체는 전략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특정 언론매체와 계약을 맺는 것이 효율적이고 부담이 덜하다고 판단할 것이다. 따라서 이대로라면 일부 대규모 언론매체를 제외하고 나머지 언론매체들의 생존은 더욱 어려워지게 된다. 이에 대한 효과적 대책 중 하나는 언론매체가 생성 AI 업체에게 자신의 뉴스기사로 만든 데이터세트나 학습데이터 등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것은 새로운 비즈니스 개발이다. 이제 언론매체는 이용자를 벗어난 새로운 협상력을 키울 때다.

김위근(퍼블리시 최고연구책임자·언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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