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에 기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언론사에 기자만 있는 것은 아니다

  • 기자명 김위근 박사
  • 입력 2023.08.24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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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민주주의 국가에서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언론사는 민영으로 운영된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몇몇 방송사와 뉴스통신사만 공영 언론사로 분류된다. 다른 사기업과 마찬가지로 민영 언론사가 추구하는 목적은 결국 이윤 획득이다. 뉴스를 생산해 공급하고 이를 통해 매출을 발생시켜 수익을 얻어 재생산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언론사는 사회적 기구 중 하나로 공익 달성을 일차 목표로 하기에 다른 일반 사기업과 큰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공익을 달성하기 위한 사익 추구의 정당성과 실행, 이에 대해 우리 시민이 얼마나 동의하고 어떻게 평가하는지는 냉정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언론사도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조직을 가진다. 가장 대표적으로 알려진 것은 뉴스룸이다. 단순화하자면 뉴스룸은 신문사에서 편집국, 방송사에서는 보도국 등과 같이 언론사에서 저널리즘 활동과 과정을 통해 뉴스 생산을 전담하는 조직이다. 소위 기자가 소속된 곳이다. 신문, 방송, 인터넷 등의 매체 구분이 모호해지고 이들 다양한 경로를 통해 뉴스가 유통, 소비되며, 뉴스 생산에 다양한 조직이 결합되고 있는 현실에서 뉴스룸이라는 용어는 편집국, 보도국 등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뉴스룸 개념이 기존 편집국이나 보도국보다 확장되는 만큼 뉴스룸 이외 다른 조직이 뉴스 생산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 기자가 아닌 조직원의 뉴스룸 투입이 늘고, 기자직과 비기자직의 구분이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 

언론사의 조직 특징은 뉴스룸에서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언론사는 여전히 전통적인 위계적 계층 구조를 가진 조직으로 유명하다. 도제식 업무 교육은 물론이고 철저한 상명하복이 조직의 생산성과 질서를 유지하는 비결로 보는 시각이 여전하다. 외부 변화에 대한 적응이 늦다는 특징은 새롭지 않다. 뉴스룸이 아닌 비기자직 조직도 이러한 특징을 고스란히 갖는다. 하지만 전체 언론사 및 언론산업 특징의 파악은 비기자직이 포함돼야 한다. 언론사 조직에 대한 대부분 조사나 연구는 기자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다른 기업과 조직적 차별성을 보이는 것이라고 할지라도 언론사는 뉴스룸으로만 구성되지는 않는다. 뉴스룸만이 언론사의 조직적 완성이 아니다. 

언론사에 기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언론산업에서 기자직 종사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얼마나 되나?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2 한국언론연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 언론산업의 전체 종사자는 6만1489명이고 이중 기자직은 55.2%에 해당하는 3만3971명이었다. 유형별로 살펴보면, 종이신문산업의 기자직은 1만4461명으로 전체 종사자 2만2288명의 64.9%였다. 종이신문산업 중 일간신문산업의 기자직은 전체 종사자 1만5612명 중 9820명인 62.9%, 주간신문산업의 기자직은 전체 종사자 6676명 중 4641명인 69.5%로 확인됐다. 인터넷신문산업의 기자직은 67.6%로 전체 종사자 2만1040명 중 1만4225명이 해당이었다. 뉴스통신산업은 전체 종사자 2404명 중 기자직이 1917명으로 79.7%였다. 방송산업의 기자직 비율은 종이신문, 인터넷신문, 뉴스통신보다는 훨씬 낮았다. 이는 방송산업의 특징이 반영된 것으로 뉴스뿐만 아니라 예능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생산하고, 편집, 광고, 편성, 운영 등 다른 업무를 수행하는 조직의 인력이 상대적으로 매우 많기 때문이다. 방송산업 전체 종사자 1만5757명 중 21.4%에 해당하는 3368명이 기자직이었다. 특히 방송산업 중 공영방송산업의 기자직은 8639명 중 1483명으로 17.2%에 머물렀다. 

이처럼 기자말고도 수많은 인력이 다른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언론산업에 종사한다. 드러나지 않지만 신문, 인터넷신문, 뉴스 프로그램, 뉴스 플랫폼 등 완성된 언론 상품에서 비기자직 종사자의 공은 매우 크다. 시민에게 전달되기 전 뉴스를 외형적으로 완성하는 일, 광고 등을 통해 상품성을 높이는 일, 관련 정책을 개발하는 일, 운영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는 일, 시민이나 외부 기관과의 관계를 적절히 유지하는 일 등을 전담하는 인력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 시민이 접하고 이용하는 뉴스의 바이라인에는 기자 이름만 올라간다. 방송에서는 기자만 등장한다. 시민이 이들 비기자직 종사자의 수고를 확인할 방법은 없다. 찬사와 비난은 모두 바이라인에 올라가거나 뉴스 프로그램에 출연한 기자 몫이 된다. 비기자직 종사자는 가려진 혹은 잊힌 존재일 뿐이다. 

언론산업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시장이 포화되면서 많은 언론사는 연례행사로 조직 변경을 실시한다. 여러 방향이 있지만 전통적 기자직과 비기자직의 통합과 융합이 한 축이다. 언론사 조직의 적응력과 유연성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언론사 내에서 비기자직 종사자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지만 현실 반영은 멀었다. 언론사가 새롭게 만들거나 구성하는 조직의 책임자는 거의 대부분 기자 출신이다. 여력이 되는 언론사가 만드는 자회사의 대표도 마찬가지다. 뉴스 생산과 관련 없는 조직이나 자회사인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기자의 경험이나 경력이 다른 업무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해당 업무를 비기자직 종사자보다 더 잘 수행할 수 있다는 확신의 근거일 수는 없다. 언론산업의 미래를 위한 혁파 대상으로 첫 번째로 꼽히는 언론사 조직의 위계적 계층 구조는 기자직 종사자와 비기자직 종사자 사이에는 여전히 공고하다. 기자직 종사자들 간에는 조금씩이나마 개선되고 있음에도 말이다. 

언론이 민주주의 사회를 유지하는 근간이라는 것은 누구나 안다. 언론사 운영이 지속되는 것은 모든 구성원이 조직적으로 자신의 업무를 수행한 결과다. 언론산업 유지와 언론사 운영을 위해 고품질 뉴스를 생산해야만 한다는 결론은 언제나 동일하다. 일차적으로 기자가 생산한 고품질 뉴스는 다양한 경로로 유통되고 최종적으로 시민에게 전달되기까지 비기자직 종사자들에 의해 다듬어지고 상품성이 추가된다. 효과적인 유통에도 이들이 대부분 관여한다. 무엇보다 고품질 뉴스를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안정적 조직 토대의 마련도 비기자직 종사자들이 담당한다. 기자나 뉴스룸 이외에 수많은 다른 종사자의 손을 거쳐 최종 완성되는 상품이 뉴스다. 기자들은 자신을 위해 드러내지 않고 땀흘리는 비기자직 종사자들에게 존경과 헌사를 보내야 한다. 

김위근(언론학 박사·퍼블리시 최고연구책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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