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편재 시대, 이제 뉴스 가치는 시민이 부여한다

뉴스 편재 시대, 이제 뉴스 가치는 시민이 부여한다

  • 기자명 김위근 박사
  • 입력 2023.08.10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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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어디서나 어떤 뉴스든지 어려움 없이 보고 들을 수 있는 세상이다. 의식적으로 언론매체에 접근하지 않아도 뉴스는 우리 일상생활에 편재돼 있다. 촘촘한 연결된 인터넷 환경 덕분이다. 인터넷 이용이 가능한 단말기라면 뉴스는 가장 접하기 쉬운 콘텐츠다. 모객이 확실하기에 많은 인터넷 서비스가 뉴스를 제공한다. 인터넷 환경은 새로운 언론매체를 폭발적으로 탄생시켰다. 기존 전통 언론매체도 인터넷에서 변신과 적응을 거듭했다. 이 같은 수많은 언론매체가 만든, 헤아리기조차 힘든 뉴스는 시민의 선택만을 기다리고 있다. 해외 언론매체 이용에서도 장애물이 거의 사라졌다. 아주 조금의 수고로움만 감수하면 세상의 모든 뉴스를 손안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회적 공기로서 언론매체의 역할과 존재 이유를 강조했던 초기 언론인, 언론학자 등 전문가들이 본다면 언론 유토피아라고 하겠다.

뉴스 편재 시대, 현실은 다르다. 언론 전문가들의 이상향을 찾아볼 수 없다. 현재가 유토피아는커녕 언론 디스토피아라고 해도 동의하는 시민은 적지 않을 것이다. 저널리즘 품질을 논할 수 없는 수준의 언론매체가 버젓이 운영되고 있다. 정파성이나 이념 성향에 따른 보도가 많다는 지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사실에 기반을 두고 진실을 추구해야 하는 언론매체가 사실조차 틀려 망신 당한 사례가 여럿이다. 난센스다. 언론인과 언론사를 비하해 지칭하는 신조어가 생겼다. 언론인이 되고자 하는 언론사 취업 희망자는 줄고 있다. 언론사를 지키던 언론인마저 저년차를 중심으로 빠르게 다른 산업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산업으로서 언론의 위기는 오랜 기간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언론 전문가들이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지만 임계에 도달했다는 징후만 확인할 뿐이다.

최근 뉴스에 대한 충성은 고사하고 뉴스 회피가 만연하다. 지난 6월 발표한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한 리포트에 따르면, 우리 시민의 50%는 인터넷에서 뉴스 회피 경험이 있다. 이들 중 30%는 특정 주제의 뉴스를 회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7%는 뉴스를 확인하는 빈도가 줄었고, 25%는 뉴스를 접하면 무시 또는 스크롤하거나 채널을 변경했다. 특정 텔레비전, 신문, 뉴스 웹사이트 등 특정한 뉴스 출처를 회피하는 경우도 22%였다. 특정 주제의 뉴스를 회피한다고 응답한 시민이 회피하는 뉴스 주제로 가장 많이 꼽은 것은 국내 정치로 62%에 달했다. 이는 21%로 두 번째로 많은 범죄 및 개인 안전보다 약 3배 높은 수치다. 국내 정치 뉴스가 우리 시민의 뉴스 회피를 촉발하는 주요 원인이다.

뉴스 생산은 선택의 과정이다. 이 시각에도 수많은 이슈와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언론사는 국민의 알 권리를 대리함으로써 누리게 되는 언론의 자유를 통해 이슈나 사건과 관련된 뉴스를 보도한다. 당연히 보도되는 이슈나 사건은 발생한 이슈나 사건 중 극히 일부다. 언론사나 언론인이 뉴스로 보도할 이슈나 사건을 선택하는 기준이 바로 뉴스 가치다. 뉴스 가치에 따라 뉴스 보도 순서, 분량 등이 결정되기도 한다. 뉴스 가치는 얼마나 새로운 것인지, 영향력이 어느 정도 있는 것인지, 어느 정도 변화가 있을지, 얼마나 가까운 것인지, 얼마나 저명한 것인지, 어느 정도 진기한 것인지 등을 따지게 된다. 여기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갈등의 크기다. 이슈나 사건에서 확인할 수 있는 갈등이 클수록 뉴스 가치가 높다.

사회 감시와 문제 해결이라는 언론의 기능을 생각해 보면, 갈등 보도는 반드시 필요하다. 사회 갈등을 공개해 사회 의제로 만들고 시민들이 이를 공개적으로 논의함으로써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일련의 여론 형성 과정에서 언론매체는 공론장으로 역할을 하게 된다. 문제는 갈등 상황만을 극단적으로 강조하는 현실이다. 특히 정치 보도에서 두드러진다. 오늘도 정치적 이슈나 사건에 대한 보도는 언론사의 정파성이나 이념 성향에 따라 양극으로 나뉘고 있다. 갈등 보도를 통한 문제 해결보다는 이를 통해 더 큰 갈등을 만들어 우리 편을 결집시키고 세력 확장을 독려하는 것이 진짜 목적으로 비친다. 클릭 기반의 뉴스 이용 확장을 통해 언론사 위기를 늦춰보겠다는 대증요법이 계속 먹힐 리 만무하다. 이미 시민은 갈등만 강조하는 우리 정치 보도에 염증을 느끼고 있으며 이러한 정치 뉴스를 적극적으로 회피하기 시작했다.

뉴스 생산 단계에서 적용됐던 뉴스 가치는 이제 오히려 뉴스 소비 과정에서 강조되고 있다. 수많은 언론매체가 생산한 헤아리기조차 힘든 뉴스 중 시민의 선택을 받는 뉴스는 시민 개인의 뉴스 가치에 부합하는 것이다. 뉴스 생산자 중심의 뉴스 가치에 대한 철학이나 실천을 뉴스 소비자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앞의 한국언론진흥재단 리포트에서 우리 시민이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뉴스는 47%의 긍정적 뉴스였다. 42%는 해결책을 제시하는 뉴스를 꼽았다. 언론산업이 주목해야 할 지점이 바로 여기다. 정치 뉴스의 생산과 소비가 많은 우리 언론 현실에서 뉴스 회피를 완화하거나 뉴스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부정적이고 갈등을 부각하는 정치 보도를 긍정적이고 문제 해결을 제시하는 보도로 바꿔야 한다. 물론 이러한 변화 방향은 정치 이외에 다른 뉴스 주제에서도 마찬가지다. 언론산업은 시민이 부여하는 뉴스 가치에 반드시 주목해야 한다.

뉴스 이용자인 시민이 뉴스 가치를 부여하는 시대에 개별 뉴스 선택의 주체는 시민이다. 최근 뉴스의 생산, 유통, 소비 과정에 인공지능 기술을 응용하는 시도가 있다. 특히 현재 많은 논란이 되는 것은 인공지능에 의한 뉴스콘텐츠 추천 시스템 운영이다. 이에 대해 이용자의 선호를 잘 반영한다는 긍정적 입장이 있다. 대체로 기존 뉴스 이용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기에 뉴스 이용이 늘어날 것이고 이용자 만족도도 높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뉴스라는 콘텐츠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뉴스는 공적 지식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취향에 근거해 개인이 알고 싶은 새로운 정보도 뉴스지만,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알아야 할 공적 지식도 뉴스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개인 취향에 근거해 뉴스를 자동으로 추천해 주는 시스템이 뉴스라는 콘텐츠의 본질을 파괴할 수도 있고, 나아가 사회의 유지와 존립에도 위협을 가할 수 있다. 이처럼 시민성을 고려하지 않은 기술 도입은 언론산업의 근간을 붕괴시킬 수도 있다. 언론산업에서 새로운 기술 도입이 어려운 이유다.

김위근(퍼블리시 최고연구책임자·언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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