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페 디엠(Carpe Diem)

카르페 디엠(Carpe Diem)

  • 기자명 오진곤 교수
  • 입력 2023.08.03 11:24
  • 수정 2023.08.03 11:26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 초등학교의 2년 차 새내기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학교 교사들에 의하면 학부모들의 심각한 갑질이 있었다고 한다. 서울 교사 노동조합이 그 학교에 근무했거나 현재 근무 중인 교사들의 제보를 취합했다. 자료에 의하면 새내기 교사의 반에서 한 학생이 뒷자리 학생의 이마를 연필로 긋는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 후 가해자 학부모와 피해자 학부모가 새내기 교사에게 수십 통의 전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은 그 교사에게 학생들을 어떻게 관리하는 거냐, 당신은 교사의 자격이 없다는 등의 폭언을 했다. 자신들 자녀들의 잘못을 탓하기 전에 모든 책임을 새내기 교사에게 돌린 것이다. 또 다른 교사는 학교 폭력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한 학부모로부터 나 뭐하는 사람인지 알지? 난 변호사야라는 전화를 받았다. 모 일간지에서 교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지 조사를 했다. 신문사는 최근 언론에 보도되는 교권 침해, 각종 과도한 학부모 민원 내용이 실제 일선 학교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인지 물었다. 교사는 새 발의 피밖에 안 된다고 답변했다. 이런 상황에서 교권을 생각하기는 민망스럽다. 지금 60대가 학창 시절에는 선생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 했는데 이제 그런 말은 아득한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로 전락하고 말았다.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iety)는 미국영화(1989). 피터 위어(Peter Weir)가 감독하고 로빈 윌리엄스(Robin Williams)가 주연을 맡았다. 웰튼 아카데미는 전통, 명예, 규율, 최고를 4대 원칙으로 하는 보수적인 남학생 학교이다. 이 학교에 영어 선생으로 존 찰스 키팅이 새로이 부임한다. 틀에 박힌 수업에 지쳐가고 있던 학생들에게 키팅 선생은 별난 존재가 된다. 웰튼 아카데미가 모교이기도 한 키팅 선생은 학생들에게 자신을 , 캡틴, 나의 캡틴'이라고 불러도 좋다고 한다. 키팅 선생은 여러 가지 학교 법규에서 벗어나는 독특한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교실을 벗어나 옛 선배들의 사진을 보여주며 카르페 디엠(Carpe Diem), ‘현재를 즐겨라는 정신을 학생들에게 불어넣어 준다. 수업 중 교탁에 올라서서 세상을 넓고 다양하게 바라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시의 이해라는 과목 수업을 하다 쓰레기 같은 이론이라면서 교과서를 찢어버리도록 한다. 학생들은 키팅 선생의 독특한 수업 방식에 대해 충격을 받지만 점차 끌리게 된다. 학생들은 키팅 선생이 학창 시절 활동했던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고전 문학 클럽 활동을 재개하면서 인생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녹스 오버스트리트는 크리스라는 여학생을 알게 되고 사랑에 빠지면서 시를 쓴다. 녹스는 그 시로 여학생에게 고백한다. 전학생인 수줍음이 많은 토드 앤더슨은 자신의 숨겨진 능력을 발견한다. 찰리 달튼은 학교 신문에 여학생을 입학시키달라는 내용을 싣는다. 문제가 되자 공개적인 자리에서 교장을 놀리다가 체벌을 당한다. 닐 페리는 의사가 되길 희망하는 엄격한 아버지 밑에서 힘들어 한다. 세익스피어의 한 여름 밤의 꿈에서 우연히 주연을 맡으며 닐은 자질을 발휘한다. 그러나 닐의 연극 활동을 알게 된 아버지의 호된 꾸지람과 의사가 되기를 원하는 아버지의 강요를 견디지 못하고 자살을 한다. 닐의 죽음의 원인이 키팅 선생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닐의 부모와 닐의 자살에 대한 책임자가 필요했던 학교는 키팅을 제물로 삼아 사건을 수습한다. 결국 교육 방법에 대해서도 교장과 갈등을 겪던 키팅은 학교를 떠나게 된다. 키팅이 떠나는 날, 놀란 교장은 시의 이해를 가르친다. 수업 중 키팅은 자신의 물품을 찾아 교실에 들어온다. 삶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했던 그의 모습에 학생들은 하나, 둘 책상 위에 올라서서 키팅 선생에게 경의를 표하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이 작품의 가장 감동적인 장면이다.

우리 집안은 교육자 집안이다. 조부께서는 성균관의 전신인 대성학원장을 지내셨고 아버님께서는 평생을 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으셨다, 바로 위 형님은 고등학교 교사로 형수는 유치원 교사로 누님도 초등학교 교사로 나는 대학에 근무했다. 아내도 중학교 교사로 근무했다. 명절에 온 가족이 모이면 자연스럽게 학교에 관한 소재로 이야기꽃을 피운다. 누님께서는 은퇴한 지 10여 년이 지났는데 지금도 50대 제자들이 찾아오곤 한다. 20대 청춘 시절 온몸과 마음을 다해 아이들을 가르치고 보살폈다. 그 아이들이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그 선생님을 기억하고 찾아오는 것이다. 우리 시절에는 선생님들도 학생들도 학부모들도 서로를 신뢰하고 존경하고 사랑했다. 나도 학생들이 밤새워 편집실에서 작품을 편집하면 밤중에 간식을 사다 주며 격려하곤 했다. 졸업 후에도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은 오교수님 수업이라며 졸업생들이 내 수업을 추억하는 이유는 단순히 잘 배워서가 아니라 서로 간의 신뢰와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회 교육위원회가 이번 서울 초등학교 교사 사건으로 최근 6년간 극단적인 선택을 한 전국 초··고 교사들의 수를 취합해 발표했다. 2018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모두 100여 명의 교사들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숨졌다. 이는 일반인 자살 비율의 2배가 넘는 수치이다. 그만큼 교사로 살아가는 것이 어렵고 힘든 현실이라는 반중이다. 교사라는 직업이 그렇게 화려하지는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동경하는 직업이기도 하다. 의사나 변호사만큼은 아니더라도 교사직이 결혼 상대의 1순위이기도 했다. 직업으로서의 보람도 안정감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많은 교사들이 교단을 떠난다. 특히 교육대학교는 학생들의 지원자가 너무 줄어들어 심각한 상황이다.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폭행을 당하는 교사도 있다니 이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참담하기만 하다. 이번에 정부에서 학생인권조례를 손본다고 한다. 그렇다고 아이들의 인권이 경시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서로가 존중하고 서로가 신뢰하는 교실 분위기, 그래서 아이들에게 카르페 디엠을 외칠 수 있는 그런 교육 현장이 속히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오진곤(서울여대 명예교수)

 
저작권자 © 데일리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