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언론사, 칼날을 다시 벼려야 할 때가 왔다

지역 언론사, 칼날을 다시 벼려야 할 때가 왔다

  • 기자명 김위근 박사
  • 입력 2023.07.27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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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미래에 대한 낙관적 전망과 비관적 전망이 공존한다. 낙관적 전망의 근거는 여럿이지만, 비관적 전망은 대체로 두 가지로 수렴한다. 인구 소멸과 지역 소멸. 같은 듯 다른 이 두 가지는 선후 관계가 명확하다. 지역 소멸이 먼저 일어난다. 인구 유지 대책이 성공하든 그렇지 않든, 현재로선 지역 소멸을 막을 비책이 보이지 않는다. 수도권을 제외한 각 지방자치단체는 많은 예산과 인원을 투입해 소멸을 막으려 애쓴다. 지자체들은 젊은 세대를 끌어와야 한다는 동일한 해법을 내놓지만, 정작 살고 있던 젊은이들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을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역 대도시마저 경제 기반과 일자리가 크게 줄어드는 현실이 개선되지 않으면 지역 소멸은 뻔한 미래다. 

지역의 어려움은 지역 언론산업의 후퇴를 낳는다. 지역 소멸은 곧 지역 언론매체의 종말이다. 물론 지역 소멸 이전에 지역 언론매체가 먼저 사라지게 된다. 지역 언론사들의 위기 인식은 소위 중앙 언론사들과 사뭇 다르다. 위기의 강도와 속도가 예상을 벗어난다. 지역 경제가 쇠퇴함에 따라 광고 시장이 감소하고 지역 인구가 줄어들면서 독자와 시청자도 사라지고 있다. 독자와 시청자가 사라지고 있으니 광고가 줄어드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이 악순환의 고리는 지역에서 수도권보다 몇 바퀴를 더 돌았다. 젊은 지역 언론인도 수도권 언론인을 꿈꾼다. 수도권 언론사로의 지역 언론인 유출은 지역 언론사의 어깨를 더 짓누른다. 정부가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해결하겠다는 지역 대학 현실과 똑 닮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간한 ‘2022 한국언론연감’에 따르면, 2021년 말 현재 우리나라 일간신문사는 모두 196개다. 이 중 지역종합일간신문사는 125개로 약 64%를 차지한다. 주요 전국종합일간신문사는 12개로 6%, 경제일간신문사는 14개로 7%다. 종사자 수를 보면 전체 일간신문사 1만5612명 중 지역종합일간신문사는 5490명으로 약 35%, 주요 전국종합일간신문사는 4818명으로 31%, 경제일간신문사는 3432명으로 22%다. 1개 사 평균 종사자 수는 주요 전국종합일간신문사가 약 402명, 경제일간신문사가 245명이지만, 지역종합일간신문사는 44명에 불과하다. 

매출액에선 전체 일간신문사 약 2조 9846억 원 중 지역종합일간신문사는 4596억 원으로 약 15%밖에 되지 않는다. 주요 전국종합일간신문사는 1조 3349억 원으로 45%, 경제일간신문사는 8439억 원으로 28%다. 당연히 1개 사 평균 매출액도 큰 차이가 있다. 주요 전국종합일간신문사가 평균 약 1112억 원, 경제일간신문사가 603억 원인 반면, 지역종합일간신문사는 37억 원에 머무른다. 각 지역종합일간신문사의 규모와 사세가 천차만별이기에 평균으로 가려지는 개별 현실은 다를 수 있지만, 지역 언론산업의 어려움과 열악함을 보여주는 자료로 충분하다. 

지역 언론사라고 해서 위기에 대한 처방이 다르지 않다. 웹 3.0 뉴스생태계로의 대전환을 시작해야 한다. 상세한 이용자 정보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고, 이용자 확장을 위한 다양한 실험을 실시해야 한다. 파괴적 조직 혁신을 감행해야 하며, 인공지능, 클라우드, 블록체인 등 신기술을 뉴스콘텐츠 생산과 유통에 적극 도입해야 한다. 탐사보도 및 심층보도가 타 언론사 및 다른 산업과의 차별점이라는 것을 명확히 인식하고 이에 집중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지역 언론사는 지역 소멸을 해결하거나 최대한 늦춰야 한다는 책무가 있다. 지역민이 지역 언론사의 존재 이유고, 해당 지역이 지역 언론사의 기반이다. 지역에 근거한 확장과 지역에 초집중이라는 지역 언론사가 감당해야 할 두 가지 방향성은 정확한 좌표 설정이 어렵기만 하다. 세계화 또는 전국화와 지역화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을 의미하는 글로컬(glocal)이라는 단어가 지역 언론사의 꾸밈말이 돼야 하지만 실천 전략 마련이 쉽지 않다. 

지역 신문, 지역 방송 등 지역 전통 언론매체도 홈페이지, 소셜미디어, 포털사이트 등을 인터넷 환경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인터넷에선 이용자 접점이 지역을 넘은 지 오래다. 정확한 자료 확인이 불가능해 단언할 순 없지만, 경험상 인터넷에서 지역 언론매체에 접속하는 이의 상당수가 해당 지역 밖에서 생활하는 사람이다. 또 이들 중 많은 수는 해당 지역에 연고가 있었던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고향을 떠났지만 고향 소식이 궁금해 지역 언론매체에 정기적으로 접속하는 이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들은 중앙의 정치, 경제 등을 확인하기 위해 지역 언론매체에 접속하지 않는다. 전국을 대상으로 이용자 확장을 위해 중앙 언론매체의 뉴스콘텐츠 내용을 닮아가고자 하는 지역 언론매체 전략의 수정이 필요하다. 지역 뉴스콘텐츠 강화가 큰 줄기가 돼야 한다. 지역 밖 이용자 현황을 파악하고, 이들이 이용하는 뉴스콘텐츠를 분석해야 한다. 

지역 경제는 지역 언론사의 기반이다. 지역 소멸의 직접 원인 중 하나는 지역 경제 쇠퇴다. 광고, 구독, 저작권, 행사 등을 통한 지역 언론사 수입은 지역 경제 현실과 연동된다. 지자체의 경제 정책에 지역 언론사가 적극적이고 효과적으로 기여하는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 지역 경제 활성화는 지역 언론사의 사활이 걸린 문제다. 지역 경제를 진단,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데 더 공을 들여야 한다.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는 각 지자체가 의욕적으로 발행하고 있는 지역 화폐가 더 많이 이용될 수 있도록 하는 뉴스서비스의 개발이다. 이미 제작한 지역 관광 관련 뉴스콘텐츠를 효과적으로 노출시킬 수 있는 서비스도 만들어볼 수 있다. 주최 또는 주관하는 각종 지역 행사를 운영에만 머무르지 않고 콘텐츠 생산과 연결시키는 시각의 전환도 필요하다. 해당 지역의 모든 콘텐츠와 서비스가 집적된 허브로서 역할을 지역 언론매체가 할 수 있어야 한다. 

챗GPT로 시작된 생성 AI와 같은 최신 기술에서도 지역 언론사는 경쟁력 강화를 꾀할 수 있다. 생성 AI 활용 결과로 노출되는 지역 관련 내용은 지역 언론사의 정제된 뉴스콘텐츠가 투입됐을 때 정확도와 신뢰도가 크게 향상되기 마련이다. 중앙 언론사나 해외 언론사가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영역이다. 향후 있을 생성 AI 업체 등과 같은 초거대언어모델 기술 기업과의 뉴스콘텐츠 저작권 협상에서 지역 언론사가 유리한 지점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 동안 인터넷 플랫폼 기업과 싸움에서 무뎌진 지역 언론사의 칼날을 다시 벼려야 할 때가 왔다. 

김위근(언론학 박사·퍼블리시 최고연구책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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