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WBC 음주 파문 ‘솜방망이’ 징계 논란

[기자수첩] WBC 음주 파문 ‘솜방망이’ 징계 논란

  • 기자명 노찬혁 기자
  • 입력 2023.06.14 10:02
  • 수정 2023.06.14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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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기간에 음주해 논란을 빚은 프로야구 투수 김광현(SSG랜더스)과 정철원(두산 베어스), 이용찬(NC다이노스)이 야구회관에 도착해 상벌위원회에 참석했다. 

모든 사람이 징계 결과를 기다리는 상황. 그러나 내려진 처분은 벌금과 사회봉사에 불과했다. 징계 결과를 두고 여론은 ‘솜방망이 처벌’, ‘실효성 없는 대처’라는 비판에 무게가 실렸다. 

KBO는 지난 7일 서울시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상벌위를 열고 WBC 기간 유흥주점에서 음주한 사실을 시인한 김광현에게 사회봉사 80시간과 벌금 500만원, 이용찬과 정철원에게는 사회봉사 40시간과 제재금 300만원의 징계를 내렸다. 

징계 근거로는 KBO 규약 야구 규약 국가대표 운영 규정 제9조 선수의 의무 2항(소집 기간 국가대표로서의 명예와 품위를 지키며, 선수단의 일원으로 통제에 따를 의무)과 제14장 151조(경기 외적으로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경우 실격 처분, 직무 정지, 참가활동정지, 출장정지, 제재금 부과 또는 경고 처분 등 적절한 제재를 가할 수 있다)였다. 

지난 3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2023 WBC에 국가대표로 출전한 김광현, 이용찬, 정철원은 대회 기간 숙소 밖 유흥주점에서 술을 마셔 비판받았다. WBC에서 한국 대표팀이 형편없는 성적을 거뒀기에 뒤늦게 알려진 선수들의 대회 기간 중 유흥주점 방문 소식은 야구팬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KBO는 이에 조사위원회를 꾸려 음주 시점, 종업원 동석 등을 파악하고자 노력했고, 선수들의 동선 파악을 위해 신용카드 사용 명세서 등을 받아냈다. 결국 김광현은 두 차례, 이용찬과 정철원은 한 차례씩 유흥주점을 방문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KBO 사무국이 세 선수의 음주 사실을 확인하고 징계를 내리는 등 신속한 조치가 이어졌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대표팀 소집 기간 국가대표 선수들의 음주 등 품위 손상 행위와 관련해 명확한 처벌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징계 결과는 당연히 ‘솜방망이’ 징계라는 논란을 빚을 수밖에 없었다. 

몇몇 법조인들은 여론과 달리 “법리적으로는 해당 선수들을 처벌할 근거는 불충분하다”고 조언했고, 이와 비슷한 의견을 가진 상벌위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숙의를 거쳐 선수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해 벌금과 사회봉사를 징계 방법으로 택했다.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들의 음주 파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7년 7월 아시안컵 축구대회 기간 숙소를 이탈해 이운재와 우성용, 김상식, 이동국 등 국가대표팀 고참 4명이 술을 마셨다. 

당시 교민들의 제보로 이 문제가 제기됐고, 결국 대한축구협회는 대표팀 주장 이운재에게 1년의 자격정지와 함께 대한축구협회가 주최하는 대회에 3년간 출전 정지, 사회봉사 80시간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같은 술자리에 참석한 우성용, 김상식, 이동국에 대해서는 대표 선수 자격정지 1년과 대한축구협회가 주최하는 대회 2년간 출전 정지, 사회봉사 40시간이라는 징계가 떨어졌다. 

그럼 과연 “WBC 음주 파문에 대한 징계는 적절할까?”라는 의문이 든다. 물론 국가대표 발탁 금지, 국가대표 출장 정지 등은 실효성이 없었다.

김광현은 이번 WBC를 끝으로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고, 동갑내기 이용찬도 더 이상 국가대표 발탁은 어려운 상황. 그렇다고 정철원에게만 이를 적용하는 것은 처벌의 형평성에 어긋난다. 

문제가 되는 것은 구체적인 처벌 규정이다. KBO는 폭력과 관중에 대한 비신사적인 행위에는 구체적인 처벌 규정을 마련해놓았지만 국제대회 기간 부적절한 행동에는 구체적인 처벌 규정이 없는 상황이다. 

세 선수의 음주 파문은 2023 WBC에서 3연속 1라운드 탈락이라는 결과를 거둔 것보다 국민에게 더 큰 실망감을 줬다. 거기에 명확하지 않은 처벌 규정으로 ‘솜방망이 징계’라는 논란까지. 

솜방망이 징계의 문제점은 선수들에게 경각심이 아니라 ‘나도 하면 저런 처벌로 끝날 것 같은데’라는 재발의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KBO 사무국은 ‘국제대회 기간 부적절한 행동’에 대한 구체적이고 엄중한 처벌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국민과 팬들의 화가 치솟는 것은 단순히 저조한 성적과 술을 마셔서가 아니라 국가를 대표해 국제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의 책임감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KBO 사무국의 신속하고 분명한 처벌 규정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노찬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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