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정치적 해법 아닌 과학적 접근 필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정치적 해법 아닌 과학적 접근 필요

  • 기자명 박영선 기자
  • 입력 2023.05.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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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스포츠한국 박영선 기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일본은 2021년 4월 저장공간 부족 등을 이유로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해저터널 방류시설 공사를 진행해 왔다. 이후 올해 여름부터 오염수를 방류한다고 밝히며 논란이 일었다. 

특히, 일본이 오염수를 방류할 경우 한국 해양 생태계와 안전에 영향을 미칠 것이 자명하기에 안정성을 두고 논의가 뜨겁다. 최근 한·일 정부와 여당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국민들의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일에는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시찰단 파견을 두고 한·일 국장급 협의가 진행됐다. 12시간에 달하는 회의 끝에 오는 23일부터 24일을 포함해 3박 4일 동안 일본 방문 일정을 합의했다고 전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일본이 대단히 협조적으로 나오고 있다”라고 밝혔으나, 시찰단의 구체적인 활동 범위와 항목에 관한 논의를 마무리하지 못한 채 일단락 되며 아쉬움을 남겼다.

일본이 한국 시찰단에 대해 “오염수의 안정성을 평가하거나 확인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언한 만큼 시찰단의 실효성에도 의문점이 남는다.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한국이 자국민의 안전을 위해 주체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기보다, 이미 일본이 내놓은 데이터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정도에서 그칠 수 있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국원자력학회에서는 15일 ‘저선량 방사선 영향과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_공포가 집어삼킨 과학’이라는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웨이드 앨리슨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는 “지금 내 앞에 희석되지 않은 후쿠시마 물 1리터가 있다면 바로 마실 수 있다. 자연적인 수준의 80% 수준밖에 방사선 수치가 오르지 않는다. 수백 리터도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또한 브라질 보야미야 시설의 방사선 유출 사건을 언급하며 “이때 사망 한 사람들은 피폭으로 인한 암이 아니라 공포심이나 부차적인 요인으로 사망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는 방사선이 암을 유발하는 물질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자외선에도 암을 유발하는 방사선이 있음에도 외출하지 않느냐는 모순적인 비유로 위험성을 일축하는 모습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한국 시찰단이 일본에 가서 오염수를 확인한다면 일본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을 신뢰해야 한다”라고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 시찰단이 직접 현장 채취를 거쳐 확보한 안정성 검증도 보장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는 그의 주장일뿐 설득력이 없다. 

여당에서는 후쿠시마 ‘오염수’를 ‘처리수’로 바꿔 부르자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우리 바다 지키기 검증 TF 1차 회의에서 성일종 위원장은 “바깥으로 방류하는 물에 대해서는 일단 처리해서 나가는 것이므로 ‘오염 처리수’라 쓰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발언했으나, 정부에서 검토된 바가 없다고 공식 부인해 상황이 무마됐다. 

명칭을 바꾼다고 해서 ‘오염 처리수’의 성분이 바뀌지는 않는다. 과학적 근거를 통해 사실관계를 밝히기에도 모자란 시기에 이와 같은 언어적 도단에 실소를 금할 수가 없다.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가 마치 오래전부터 결정된 사안인 것처럼 수동적인 자세를 취하는 자체가 국민들의 불안감과 정부 불신감을 키우는 일이다. 우리는 일관되게 정치적 목적이 아닌 과학적인 데이터와 접근 방식을 통해 우리 국민뿐만 아니라 인접 국가, 해양 생태계와 안전이 보장된 세상을 바라는 지구촌에 정직하고 선명한 메시지로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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