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경쟁력은 게이트키핑이 결정한다

언론사 경쟁력은 게이트키핑이 결정한다

  • 기자명 김위근 언론학박사
  • 입력 2023.04.20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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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으로서 언론의 위기는 일상어가 됐다. 수적 확장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지표는 언론산업이 성장세를 멈추고 하락하고 있다고 가리킨다. 4부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기 힘들 지경이라는 언론 안팎의 탄식이 잦다. 물론 이러한 하락세에 대해 당연하다는 냉소도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실망스러운 언론의 모습 때문이다. 또한 산업으로서 효용이 이미 사라졌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우리 언론에 대한 평가와 관계없이 언론 위기가 곧 민주주의 위기라는 점은 언제나 성립하는 명제다.

우리나라는 언론산업 규모를 추정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관련 법에서 언론매체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뉴스 생산을 언론매체의 필요조건으로 본다면, 법상 종이신문, 인터넷신문, 방송, 뉴스통신이 언론산업을 구성하는 언론매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2 한국언론연감'에 따르면 2021년 말 현재 정상 운영되고 있는 언론매체 수는 총 6,836개로 파악됐다. 세부적으로 보면 인터넷신문 5,178, 종이신문 1,581, 방송 47, 뉴스통신 30개였다.

언론산업 전체 매출액 약 10564억 원으로 방송이 56,909억 원, 종이신문이 33,844억 원, 인터넷신문이 6,729억 원, 뉴스통신이 3,082억 원으로 나타났다. 언론매체 규모가 천차만별이지만 단순하게 1개 매체 당 매출액을 환산해 보면, 방송의 평균 매출액은 약 1,211억 원, 뉴스통신은 103억 원, 종이신문은 21억 원이고 인터넷신문은 1억 원이 조금 넘었다. 참고로 2021년 네이버의 매출액은 68,176억 원, 카카오는 61,361억 원으로 두 포털사업자를 합하면 약 13조 원이었다. 언론산업 전체 매출액을 30% 가까이 웃도는 수치였다.

언론산업 종사자는 총 61,483명으로 파악됐다. 여기에서 종이신문이 22,288, 인터넷신문이 21,040, 방송이 15,757, 뉴스통신이 2,404명이었다. 언론산업 종사자 중 기사 수는 총 33,971명으로, 종이신문 14,461, 인터넷신문 14,225, 방송 3,368, 뉴스통신 1,917명이었다. 1개 매체 당 평균 기자 수는 방송이 약 72, 뉴스통신이 64, 종이신문이 9명이고 인터넷신문은 3명이 채 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이것이 우리 언론산업의 현실이다. 물론 매출액이나 종사자 및 기자 수가 뉴스 품질을 담보하진 않는다. 소규모 언론사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경우가 여럿이다. 오보에서 대규모 언론사도 자유롭지 못하다. 그럼에도 각종 지표에서 확인할 수 있는 언론산업의 열악함은 우려를 넘어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줄어드는 매출과 수익을 보전할 방법을 전혀 찾지 못하고 있으며, 뉴스 유통을 장악한 플랫폼산업이 언론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날로 커지고 있다. 우수한 인적 자원이 언론산업을 외면하고, 다른 산업으로 전직하는 기자도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신문사 편집국, 방송사 보도국 등 뉴스룸이 붕괴하고 있다는 탄식이 곳곳에서 들린다.

보수적 시각에서 보자면, 언론사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기준은 뉴스룸에 건강한 게이트키핑(gate keeping)이 존재하느냐 여부다. 보도할지 말지 뉴스를 취사선택하는 과정으로 간단히 정의할 수 있는 게이트키핑은 뉴스 가치를 불어넣는 작업이다. 다단계의 게이트키핑 과정에서 사실 검증과 심층성이 더해지기도 한다. 뉴스의 품질은 게이트키핑 과정에서 결정된다. 게이트키핑 단계의 정점에 있는 신문사 편집국장, 방송사 보도국장 등의 권한과 책임이 막중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렇게 보면 보도는 뉴스룸 공동 작업의 결과다. 그런데 언론산업이 어려워지면서 인적 자원이 약화돼 뉴스룸에서 게이트키핑 단계가 줄어들거나 아예 생략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

언론이 게이트키핑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이유로 밝히고 있는 것은 현재 포털 뉴스서비스 중심의 인터넷 언론 생태계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우리나라 뉴스 이용에서 네이버, 다음 등 포털 뉴스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율은 절대적이다. 포털 뉴스서비스는 뉴스콘텐츠 이용과 광고 노출을 교환하는 모델이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라면 언론사의 인터넷 유료 구독 모델은 성공하기 어렵다. 인터넷 뉴스 이용에서 이용자의 관심과 물리적 시간은 한정돼 있다. 따라서 이용할 수 있는 뉴스량에는 한계가 있다.

포털사이트는 주목경제(attention economy)의 대명사다. 주목경제는 콘텐츠 및 정보 과잉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모든 콘텐츠 및 정보에 주목을 기울여 이를 이용할 수 없다고 본다. 이용자의 주목을 받는 콘텐츠 및 정보만이 이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인터넷 이용과 관련된 거의 모든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포털사이트는 이용자의 주목을 자신이 제공하는 콘텐츠나 서비스에만 머물도록 만든다. 당연히 포털 뉴스서비스에서도 이러한 주목 경쟁이 일어나고 있으며, 여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게이트키핑 단계를 줄이거나 생략할 수밖에 없다는 항변이다.

이해할 수 있지만 설득되지는 않는다. 언론사는 뉴스라는 상품을 파는 기업이다.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언론사도 상품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다단계에 걸친 품질 관리가 필요하다. 뉴스룸의 게이트키핑은 뉴스 품질을 근본적으로 결정하는 과정이다. 게이트키핑 강화는 언론산업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시작일 수 있다. 특히 인터넷 언론 생태계에서 발생한 우리 언론의 부정적 이미지와 오보를 줄이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방책이기도 하다. 언론산업은 신뢰산업이다. 고품질 뉴스를 생산해 시민의 신뢰를 확보하고 뉴스 이용을 확대함으로써 각종 경영 지표를 개설할 수 있다. 뉴스룸에서 게이트키핑이 강화돼야 하는 이유다.

물론 게이트키핑 강화가 우리 언론산업의 현실을 극적으로 바꾸진 못한다. 하지만 개별 언론사의 경쟁력은 제고할 수 있다. 게이트키핑은 인적 자원의 투입을 전제하기에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소규모 언론사에서는 시도 자체가 큰 도전일 수 있다. 하지만 뉴스룸에서 게이트키핑 강화 이외에 뉴스 품질을 단기간에 실질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안도 없다. 게이트키핑 각 단계를 효과적으로 구성하고 지체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

김위근(퍼블리시 최고연구책임자언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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