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의 영혼 갉아먹은 악연"...'검정고무신', 15년간 작가 수익 1200만원

"형의 영혼 갉아먹은 악연"...'검정고무신', 15년간 작가 수익 1200만원

  • 기자명 박영선 기자
  • 입력 2023.03.27 21:47
  • 수정 2023.03.27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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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로 호소한 유족...대책위, "형설앤, 캐릭터 권한 유가족에게 돌려줘야"
"공정한 처우, 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은 산업 발전 저해 요인 아니다"

2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소통관에서 열린 이우영작가사건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이우진 작가 (사진=연합뉴스 제공)
2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소통관에서 열린 이우영작가사건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이우진 작가 (사진=연합뉴스 제공)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영선 기자] “기영이 기철이 가족을 더 성장시키고 싶은 마음에 만났던 2007년의 인연은 악연이 되어 형의 영혼을 갉아먹고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검정 고무신’의 이우영 작가가 지난 12일 세상을 떠난 가운데, 만화의 공동 창작자이자 그의 동생인 이우진 작가가 입을 열었다. 

27일 서울 국회의사당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故이우영 작가의 유가족을 비롯해 이우영작가사건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참석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대책위와 국민의 힘 김승수 의원, 더불어민주당 유정주 의원,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이우진 작가는 발언대에 올라 “이우영 작가의 51년의 삶 중에서 20년은 형제로 살았으며, 나머지 30년은 절친이자 존경하는 만화가 동료로 살면서 ‘검정 고무신’을 그려왔다. 만화를 사랑했고, 형과 함께 성장해 검정 고무신 캐릭터의 아빠가 되었다. 매일 수십 장의 종이 속에서 살아 움직이던 기영이와 가족들은 저희 형제에게 응원과 격려를 해주는 것 같았다”고 입을 열었다. 

이우진 작가는 故이우영 작가의 마지막 전화를 받지 못한 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형의 마지막 말은 끝나지 않은 이 분쟁을 해결하고, 후배와 제자들의 창작활동을 보호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라는 말이었을 것”이라며, “혼자 싸우다 간 형이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에 조금만 더 귀 기울여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故이우영 작가는 이우진 작가와 ‘검정 고무신’을 연재한 뒤 2007년 출판사 형설앤과 캐릭터 사업 계약을 맺었다. 형설앤은 2008년부터 다섯 차례에 걸쳐 캐릭터 사업 확장을 위해 추가 계약서를 작성, 과반수의 캐릭터 저작권 지분을 확보했다. 사측은 이를 토대로 애니메이션·굿즈 제작을 비롯한 2차 캐릭터 사업으로 수익을 얻었다. 

그러나 강욱천 한국민족예술총연합회 사무총장은 “형설 출판사는 ‘검정 고무신’ 작품을 사용하면서 15년동안 창작진에게 1200만원을 지급했다. 무기한 사업권을 갖고 있으며, 총 77개의 사업을 진행했음에도 각 사업당 10만 6000원을 지급한 꼴”이라며 사측과 원작자 간의 수익 배분에 의문을 제기했다.

형설앤은 2019년 이우영·이우진 작가의 개인 창작 활동을 문제 삼아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를 두고 대책위는 “형설은 원작자에 대해 진행 중인 2건의 민사소송을 취하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소통관에서 열린 이우영작가사건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김성주 변호사 (사진=박영선 기자)
2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소통관에서 열린 이우영작가사건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김성주 변호사 (사진=박영선 기자)

대책위 대변인을 맡은 김성주 변호사는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원작자들은 작품 활동을 전면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작가들의 손과 발이 묶인 상태에서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개봉하고, 캐릭터 상품이 제작되면서 절망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정의당 류호정 의원은 “과도한 노동, 불공정 계약, 정신결과실태 조사를 보면 우리는 곧 다른 이우영을 만날 수 있다는 불안에 처한다”라며, “고인은 떠났고, 과제는 남았다. 이제라도 관련 법제를 정비하고 작가 처우 개선을 위한 관계 부처의 적극적 논의가 필요하다. 작가에 대한 공정한 처우, 제작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은 산업 발전 저해 요인이 결코 아니다”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유정주 의원 역시 “창작자에게 작품은 자식과 같은 존재다. 많은 창작자가 작품의 성과로부터 소외되고 성장에서 배제된다. 과연 누가 창작자에게서 그의 작품을 빼앗아 갈 수 있단 말인가. 이것이 과연 문화 강국인지 우리 스스로 물어봐야 할 때”라며 공정한 유통 환경 조성을 강조했다. 

대책위는 ‘검정 고무신’의 캐릭터를 원작자의 가족의 품에 돌려주겠다며 연대를 당부했다. 또한 故이우영 작가의 추모 사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의도=박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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