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셀! 알렉스한테 이기기 싫어?" 고희진 감독은 러셀과 '밀당' 중

"러셀! 알렉스한테 이기기 싫어?" 고희진 감독은 러셀과 '밀당' 중

  • 기자명 박민석 기자
  • 입력 2021.12.02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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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 고희진 감독이 지난 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와의 V리그 남자부 2라운드 맞대결서 러셀에게 작전 지시하고 있다. / 사진=KOVO)
(삼성화재 고희진 감독이 지난 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와의 V리그 남자부 2라운드 맞대결서 러셀에게 작전 지시하고 있다. / 사진=KOVO)

[데일리스포츠한국 박민석 기자] "빼줄까? 공격 못하면 빼줄게!"

올 시즌 삼성화재 고희진 감독은 러셀과 '밀당' 중이다.  

지난 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와 삼성화재의 V리그 남자부 2라운드 맞대결. 

1세트서 서브에이스 5개를 터트리는 등 11득점으로 맹활약했던 러셀이 2세트부터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공격에서 다소 힘이 빠졌고, 의기소침한 모습도 엿보였다. 2세트 작전타임 때 러셀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던 고희진 감독이 3세트서는 급 돌변했다. 

고 감독은 3세트서 점수 차가 9-14까지 벌어지자 작전 타임을 요청한 뒤 러셀에게 "러셀! 알렉스한테 이기기 싫어? 1세트 잘했잖아. 왜 갑자기 힘을 빼. 강하게 때리라고, 할 수 있다고! 빼줄까? 공격 못하면 빼줄게"라며 강한 어조로 얘기했다.

그러나, 이는 러셀을 다그치는 것은 아니었다.

경기 후 만난 고희진 감독은 "러셀이 분명히 기복이 있다. 그 기복을 어떻게든 줄이려고 하는 게 목적이다. 러셀에게 좋은 말도 해주지만, 가끔 못 잡을 때는 뭐라고도 많이 한다. 러셀이 싫어서 얘기하는 게 아니다. 잘할 수 있는데, 마음을 놓는 것 같아서 하는 얘기다. 올 시즌 끝날 때까지 러셀과는 서로 밀당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하고 웃어 보였다. 

러셀 본인도 이를 아는 눈치다. 그는 경기 후 "저에게 자신감을 심어주시는 것 같다. 감독님께서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독하게 말씀해 주시는 것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 작전 타임은 러셀의 투쟁심을 일깨우기에 충분했다. 곧바로 오픈 공격과 블로킹을 성공시키면서 리듬을 되찾았다. 비록 점수 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3세트를 내줬지만, 4세트부터 완전히 살아나면서 승부를 5세트로 끌고 갔다. 

5세트 상대 알렉스의 스파이크에 고전하면서 3-8까지 뒤진 상황도 있었지만, 삼성화재는 러셀의 맹공을 앞세워 16-14 극적인 역전 승을 거둘 수 있었다.

고희진 감독은 "러셀이 자신 있게 해줘야 우리 선수들이 힘이 난다. 계속 잘할 수 있게끔, 좋은 토스로 자신 있게 공격할 수 있게 끔 만들어주는 게 우리 팀의 숙제"라고 했다. 이어 "러셀의 마인드가 좋다. 동양에 대한 예의도 알고 감독 코치에 대한 부분도 잘 이해해 줘서 나도 마음이 편하다"며 고마운 마음도 전달했다. 

러셀은 이날 경기 중간에 흔들리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양 팀 최다인 39득점을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고희진 감독과 러셀 간의 '미묘한' 밀당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삼성화재는 러셀의 합류로 '서브의 팀'으로 변신, 올 시즌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이날 승리로 6승 6패 승점 17을 기록하며 5할 승률을 맞췄다. 지난해 기록했던 6승(30패)에는 단 2라운드만에 도달했다. 삼성화재 입장에서 러셀은 '복덩이'인 셈. 물론, 러셀을 다루는 고희진 감독의 지략도 한몫했다. 

이 당사자들 간의 기묘한 '밀당'은 시즌 끝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장충=박민석 기자 kepain@dailysportshankook.com

(고희진 감독과 러셀의 하이파이브 / 사진=KOVO)
(고희진 감독과 러셀의 하이파이브 / 사진=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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