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랜드가 쓰는 '스토리', 그 마침표는

전자랜드가 쓰는 '스토리', 그 마침표는

  • 기자명 우봉철 인턴기자
  • 입력 2021.04.28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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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4강 플레이오프 4차전 승리 후 기념 촬영 중인 인천 전자랜드 선수들 / KBL)
(사진=4강 플레이오프 4차전 승리 후 기념 촬영 중인 인천 전자랜드 선수들 / KBL)

[데일리스포츠한국 우봉철 인턴기자] 현란한 개인기, 종료 직전 터진 3점슛, 림을 부실 듯한 덩크. 농구 팬들을 열광케 하는 코트 위 장면들이다. 이것들 외 팬들을 더 뜨겁게 만드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팀과 선수들이 만들어낸 '스토리'일 것이다.

인천 전자랜드는 27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4강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전주 KCC를 94-73으로 제압, 시리즈 전적 2-2를 만들며 챔피언결정전 진출 희망을 이어갔다.

이날 경기는 올 시즌을 끝으로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라는 이름과 작별하는 전자랜드의 마지막 홈경기가 될 수도 있는 경기였다. 경기 전 전자랜드 선수들이 소개될 때 코트 위에는 '백 번 꺾여도 굴하지 않는다'라는 '백절불굴(百折不屈)'과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문구가 환하게 그려졌다. 경기가 시작되고 나서는 선수들은 말할 것도 없이 열정적이었고, 응원을 유도하는 장내 아나운서의 목소리에는 비장함이 가득했다. 관중들 역시 끊임없이 박수를 보내며 함께 호흡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경기 종료를 알리는 버저가 울렸다. 전자랜드의 승리가 확정된 순간, 경기장 내 불이 꺼지고 천장에 매달린 전광판에서 영상이 흘러나왔다. 전자랜드의 17년 역사가 담긴 영상이었다. 

경기장을 찾은 전자랜드 팬들은 자리를 뜨지 않고 추억을 공유했다. 코트 위에서 영상을 바라보던 임준수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경기 후 만난 차바위는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 전자랜드에서 은퇴하고 싶다는 생각을 줄곧 했었는데, 없어진다니 아쉽다. 나를 키워준 팀이다. 만감이 교차했다"라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차바위는 2012년 프로 데뷔 후 줄곧 전자랜드 유니폼을 입고 코트를 누빈 프랜차이즈 스타다.

전자랜드는 올 시즌 정규리그를 5위로 마쳤다. 6강 플레이오프에서 4위 고양 오리온을 제압하고 정규리그 우승팀 KCC와 4강에서 만났다. 대진이 확정됐을 때 전자랜드의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예상한 이가 몇이나 됐을까. 전문가와 언론은 물론 각종 커뮤니티까지 KCC의 우세를 점쳤다.

전자랜드가 1·2차전을 연달아 내줄 때까지만 해도 대다수의 예상이 맞아 떨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인천에서의 전자랜드는 달랐다. 기어코 홈에서 치른 3·4차전을 모두 따내며 5차전까지 승부를 끌고 갔다. 6강 플레이오프 4경기를 치렀음에도 KCC 선수들보다 체력적 우위를 점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도훈 감독도 앞선 경기 패배에서 찾은 문제점을 제대로 보완해 선수들의 활약을 이끌어냈다.

스포츠에서 '낭만'을 말하기에는 시대가 바뀐 감이 있다. 이전처럼 '낭만'을 고집하지도 않는다. 프로가 돈을 좇아 팀을 옮기고, 우승을 위해 이적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NBA에서는 카이리 어빙, 케빈 듀란트, 제임스 하든이 뭉쳐 대권에 도전하고, 르브론 제임스도 우승 반지를 끼기 위해 슈퍼팀을 만든 바 있다. 이들이 화제를 몰고 주목을 받는 지금이지만, 아직까지 디르크 노비츠키의 우승을 기억하는 이들도 많다. 10년 만에 NBA 파이널 우승이라는 노비츠키의 '스토리' 때문이다. 

정규리그 1위를 한 번도 차지하지 못했던 전자랜드가 상위권 팀들을 격파하고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다투는 모습은 농구 팬들에게 또 하나의 '스토리'로 각인되고 있다.

이제 승부는 5차전으로 향한다. 선수들도 필승 의지를 밝혔다. 부상으로 빠진 최고참 정영삼 대신 코트 위에서 선수들을 이끄는 차바위는 "후회 없는 경기를 치르도록 하겠다"라고 말했고, 4차전 맹확약을 펼친 김낙현은 "꼭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해 홈팬들에게 좋은 경기를 보여주고 싶다. 이기고 싶다는 생각 밖에 안 든다"라고 전했다.

그 어느 때보다 승부욕에 불타오르고 있는 전자랜드. 그 스토리 끝 마침표는 어떻게 찍힐까.

인천=우봉철 인턴기자 wbcmail@dailysports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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