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11 ~ 12월이 되면 가정에서 가장 큰 일은 겨울에 먹을 김치를 미리 장만하는 ‘김장 행사’다. 그만큼 김치는 한국인에게는 절대 없어서는 안될 음식이었다. 김장 행사 자체도 가족 화합의 날이자 왁자지껄한 축제이자 이웃 간 나눔의 정(情)이 가득 담겨있는 값진 문화이다.
김장은 ‘맛’ 이상의 ‘공동체-나눔 정신’ 담고 있어
김치는 ‘식탁 위의 백신’이라고 불린다. 김치에 들어있는 40여종의 유산균들이 발효과정에 유기산, 비타민B, 비타민C까지 생산해내는 완전식품이다. 발효 초기에는 시원한 맛을, 중기에는 면역개선과 비만예방을, 후기에는 신맛을 만들고 장을 튼튼하게 해준다. 이밖에 항노화, 항암 등의 기능과 아토피 피부염 예방, 겨울철 영·유아 설사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특히 김치에서 분리한 특정 유산균이 바이러스 억제 효능이 있음이 입증돼 코로나19에도 예방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면서 국제적으로 수요가 급중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여러 분야에서 국제적 인증도 받았다. 미국의 건강 전문지 ‘헬스’는 2006년 김치가 “항암과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며 ‘세계 5大 건강식’으로 선정했고, 2013년에는 유네스코가 김치와 김장문화를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했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지(WP)는 2012년 버지니아주 센터빌에서 열린 ‘광주세계김치문화축제’를 소개하면서 “김치는 값싼 건강보험”이라고 했고, NYT는 2013년과 2015년에 김치가 ‘한국의 소울 푸드’라고 했다. 우리나라도 김치가 다양한 재료 하나 하나가 모여 22가지 효능을 발휘한다는 의미로 11월 22일을 ‘김치의 날’로 정하고 올해 첫 기념식을 가졌다. 김치의 종주국임을 만방에 선포한 것이었다.
김치의 명성 ‘식탁 위의 백신’ ‘값싼 건강보험’
‘면역력 증진 효능’ 인증받자 새 김치 개발 경쟁 치열
특히 김치가 바이러스 면역력 증진 식품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한·중·일 간에는 이를 놓고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김치전쟁이 재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중국은 이미 한국의 식품기준에 맞춘 김치를 국내 시세의 1/4 이하 저렴한 가격으로 한국에 수출하고 있다. 일본은 한국과 중국의 고추, 유산균은 물론 비타민까지 분석하여 노·장·청이 선호하는 김치를 세분화하여 생산하면서 한국 시장을 넘보고 있다. 우리는 2010년 이후 김치 수입초과국이라는 불명예를 안아오다가 올해 영화 ‘기생충’과 BTS의 인기덕분에 국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이런 형편이니 한국은 더욱 서둘러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
첫째, 김치의 과학화다. 이제는 ‘손맛’만으론 부족하다. 매운 맛과 짠맛을 각각 세분화하여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숙성을 조절하는 한국산 종균도 보급해야 한다. 둘째, 다양한 음식의 개발이다. 우리 김치 가운데서도 피클이나 파오차이와 유사한 백김치 등이 여러 가지 있다. 이련 백김치류도 파오차이 표준에 맞춰 다양하게 개발하여 중국의 소비를 늘려야 한다. 셋째, 김치에 스토리텔링을 입혀야 한다. 각 지역의 김치를 ‘향토음식’으로만 취급할 일이 아니라 여기에 이야기를 입혀 ‘문화상품’으로 격상시켜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 넷째, 다른 한식이나 김치 소재를 함께 소개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김치 자체 뿐만 아니라 불고기+김치, 부침개+김치, 김치볶음밥, 김치찌개, 김치전 같은 연계음식 노출빈도를 높여야 한다. 또 천일염, 김치 소, 해남 배추, 청양고추, 청각, 액젓, 김치를 담아두는 옹기까지 한국의 전통을 다양하게 소개해 김치 효능에 대한 신뢰를 높여야 한다.
‘과학화’‘스토리텔링’으로 짝퉁 김치 제압해야
다섯째,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겉은 김치종주국이지만 속으로는 ‘김치수입국’인 치욕을 벗어나려면 종합시스템이 필요하다. 광주광역시에는 국가기관인 세계김치연구소와 전국 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김치타운이 있으며 광주세계김치축제를 27회째 개최해 오고 있다. 그러나 상품개발이나 시장판매 담당 기구는 다른 지역에 있다. 이제는 거점을 두어 전국의 각 지역 고유의 김치들을 연구 보존하면서 연구-상품화-판매가 일관되게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 또 분권화와 지역활성화도 이루어지게 해야 한다. 제 2의 한·중·일 김치전쟁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성(지역활성화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