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언 칼럼> 코로나 바이러스의 마지막 경고

<김주언 칼럼> 코로나 바이러스의 마지막 경고

  • 기자명 김주언 논설주간
  • 입력 2020.05.28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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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50주년을 맞은 지구의 날에 한통의 편지가 인류에게 보내졌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지구상의 인류가 시련에 맞닥뜨리고 있던 시기였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서명했다. 편지는 이렇게 시작한다. “지구가 속삭였지만 당신들은 듣지 않았습니다/지구가 소리쳐 외쳤을 때 당신들은 오히려 귀를 막았습니다/그래서 내가 태어났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당신들을 벌주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당신들을 깨우기 위해 태어났다”고 소개한다. 전쟁과 환경파괴로 지구가 병들고 있는데도 욕심을 버리지 않는 인류를 깨우치기 위해 왔다는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지구가 도와달라고 외쳐왔지만 인류는 듣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대규모 홍수와 불타는 화염, 강력한 폭풍과 돌풍에도 들으려 하지 않았다. 대양의 생물들이 해양오염으로 죽어가는 상황에서도 지구의 외침을 듣지 않았다. 빙하가 녹아내리는 심각한 경고에도, 혹독한 가뭄에도, 지구가 얼마나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는지 들으려 하지 않았다.”  편지는 ‘디 아시안 엔’ 에디터 비비안 알 리치의 편지글 형식 칼럼이다. 온라인을 통해 세계에 전해졌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며 널리 퍼져 나갔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인류를 이렇게 꾸짖는다. “전쟁이 끊이지 않고/욕심은 멈추지 않고/무수한 증오에도/하루에도 수많은 죽음이 일어나도/당신들은 그저 삶을 이어갈 뿐이었다.” 그러면서 “지구가 보여주는 수많은 징후를 알아내기 보다는 최신 아이폰을 갖는 것이 더 중요했다”고 비꼬았다. 그래서 세계가 돌아가는 궤도에서 멈추게 하고 대피하게 만들었으며 더 이상 물질적인 것에만 집중하지 못하게 만들었다는 의도를 내비친다. 이제 인류는 지구가 어떤 상태인지 느낄 수 있게 됐고 생존에 대한 염려가 무언인지 알게 됐다고 꼬집는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인류에게 지구온난화가 심해지는 것처럼 고열을 일으켰고, 지구대기가 오염으로 가득찬 것처럼 호흡곤란을 가져다 주었다. 지구가 매일 약해지는 것처럼 연약함을 주었고 세계를 멈추게 만들어 편안함과 외출을 가져갔다. 그리고 이제 중국과 인도의 하늘이 깨끗해지고 공기의 질이 달라졌다. 베니스의 물이 깨끗해지고 돌고래들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곤돌라가 멈추는 것만으로 이러한 일이 일어났다. 이제야 “비로소 당신들의 삶에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새겨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됐다”는 지적이다.
편지내용처럼 코로나19로 인해 세계 곳곳의 공기의 질과 하늘색은 지구 본래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중국과 인도의 하늘이 오랜만에 맑아져 인도 북부에서는 40년만에 230㎞ 떨어진  히말라야 산맥이 보였다. 인적이 자취를 감춘 도시 한복판에서 야생동물이 뛰어 노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봉쇄조치로 인적이 드물어진 인도 도심에는 표범 코끼리 사향고양이 등 야 야생동물이 진출했다. 개인 위생수칙이 강화하면서 눈병 등 유행병도 현저하게 줄어 들었다.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칼럼 필자의 지적처럼 코로나19 팬데믹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경고한다. 전문가들은 신종 전염병의 출현이 기후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지적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구의 평균기온이 1℃ 오를 때마다 전염병이 4.7%씩 늘어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코로나19 대응 종합보고서’는 “기후변화와 생태계 파괴 등으로 인간과 야생동물의 접촉이 늘어나면서 환경파괴가 전염병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후위기가 인류의 생명을 실제로 어떻게 위협할 수 있는지 똑똑히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인수공통감염병은 기후위기와 긴밀하게 맞닿아 있다. 기후위기와 자연재해는 인류생존을 위해 불가피한 개발에서 연유하는 것만은 아니다. 기업의 이윤추구와 경제성장에 최우선 가치를 두고 있는 사회경제 체제에 기인하고 있다. 수력 및 화력발전소 건설과 플랜테이션 및 공장식 축산 등으로 야생동물 서식지가 훼손돼 동물 병원체와 인간의 접촉이 증가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개발사업은 기후위기를 가중시키는 원인이기도 하다. 이윤추구와 성장을 삶의 질이나 생태적 지속가능성에 우선하는 사회경제체제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은 2차세계대전 이후 최대위기라고 말한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베트남전 전사자를 넘어섰다. 불과 몇개월만에 10년이상 이어진 베트남전에서 사망한 미군 5만8220명을 넘어선 것이다. 바이러스의 위험이 전쟁보다 어마어마하게 크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그럼에도 전쟁은 끊이지 않고 군비확장 경쟁도 멈추지 않는다. 이제 첨단무기와 막대한 군사비로는 인간의 삶을 지켜주지 못한다는 점이 실증됐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인간을 위한 안보가 무엇인지 묻고 있다. 정책의 우선순위가 잘못됐다고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달 세계군축행동의 날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2019년 세계군사비가 전년대비 3.6% 증가한 1조9170억달러(약 2377조원)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인류가 ‘안보’를 위해 매년 천문학적 금액의 군사비를 지출해왔지만, 코로나19라는 신종바이러스의 확산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내린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한국의 군사비 지출은 세계10위로 7년째 같은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문재인정부 출범이후 연평균 7.5%씩 증가한 국방비는 2020년에는 50조1527억원에 달한다.
반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회복지비 지출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한국이 코로나19 방역 모범국가로 평가받지만, 시민의 건강과 안전에 직결된 예산은 국방예산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올해 신종감염병 대응예산은 약 2000억 원에 불과할 뿐이다. 공공의료기관 확충예산이 0원이라는 사실은 충격적이기조차 하다. 게다가 세계7위 이산화탄소 배출국인 한국은 온실가스배출 목표치를 설정한 이후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기후위기 등 시민안전에는 관심이 적고 군사안보에 주력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최근 긴급재난지원금 재원으로 국방예산 9000억원을 조정하여 사용했다. 어쩌면 세계최초로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군사비를 줄인 국가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무기획득 예산을 삭감한 것은 아니다. 유가하락으로 생긴 불용액, 취소가 예상되는 해상작전헬기 국외 시험평가 비용, 취소된 예비군훈련 비용, 지급일정을 내년으로 미뤄둔 미국무기 도입비용 등을 감액했다. 그러나 아직도 군사비 삭감이 가능한 분야는 많다. 개발가능성이 불투명한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비용,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등이 그것이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기후위기비상행동은 국가정책의 우선순위를 ‘군사안보’가 아닌 ‘시민안전’으로 전환해야 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우리의 세금은 ‘국가안보’에 우선적으로 배분돼왔다”며 ‘묻지마식 군비증강’은 시민의 삶과 안전을 위한 정책에 투자할 기회를 잃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우리의 자원을 전쟁준비가 아니라 사람과 지구를 살리는 데 투자하자. 정부는 맹목적 군비증강이 아니라 평화적 수단으로 평화를 만드는 방향으로 모든 국방외교 정책을 전면 전환해야 한다.”  ‘2020 세계군축행동의 날 캠페인’의 모토이다. 
“싸움을 멈추고/더 이상 물질적인 것에만 매달리지 말아 주세요/그리고 이제 이웃을 사랑하는 것을 시작해 보세요/지구와 그 안의 모든 생물을 보살펴 주세요/그리고 마지막으로 창조주를 기억하세요/그렇지 않다면 내가 다시 돌아오게 될 수 있습니다/그리고 그때는 지금보다 훨씬 강력한 모습으로 오게 될 거예요.”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류에게 보내는 마지막 경고이다.

김주언(전 한국기자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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