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의 관풍(觀風)> 높아지는 시민정치의식, 구태 못 벗은 국정감사

<김성의 관풍(觀風)> 높아지는 시민정치의식, 구태 못 벗은 국정감사

  • 기자명 김성
  • 입력 2019.10.17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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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부터 시작된 2019년 국정감사가 20일 종료를 코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이번 국감도 국민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할 것 같다. 겉으로는 한결같이 ‘정책감사’를 외쳤지만 자유한국당은 ‘조국감사’를 목표로, 여당도 내심 ‘방어감사’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구태로 갈 가능성이 예상되었다. 14일 조국 장관이 사퇴하면서 바꿔지긴 했지만 아니나 다를까 국민의 눈으로 보기에도 너무 우습고 수준 낮은 장면들이 노출됐다.
국회 문체위는 국정감사가 시작되자마자 한국당의 집단 퇴장으로 파행됐다. 이유가 선뜻 이해되지 않았다. 조 장관 딸은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로부터 제대로 활동하지 않고서도 인턴 활동 증명서를 발급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런데 증명서를 발급해 주었던 당시의 센터장(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부인이 현재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혁신위원장이었다. 한국당은 이 사람의 증인 채택을 요구해왔는데 위원장이 이를 묵살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회장을 역임했던 SOK(사단법인 스페셜올림픽코리아)의 관계자도 함께 출석시키자고 제안하였으나 한국당이 이를 거부하여 합의를 보지 못했다. 문체위에서 서울대 당사자 대신 그의 부인을 불러 추궁하겠다는 것에 대해 국민이 얼마나 수긍하였을지 모르겠다. 교육위원회에서도 한국당이 조 장관의 딸 문제를 제기하자 민주당은 나경원 원내대표의 아들 논문문제를 제기하여 시간을 허비하였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한국당이 조 장관 딸의 서울대 환경대학원 질병 휴학계 제출 문제를 보건복지부장관에서 묻자 민주당 의원은 “복지위 국감장이 법무부 국감장인 줄 알았다”며 비판했고 기획재정위원회 국감에서 여야 의원들은 “상속세 조사를 해라”“상속세를 냈다”는 논쟁이 벌어졌다. 이렇게 옥신각신하다가 상임위원장을 비롯한 몇몇 의원들이 욕이나 저속한 표현을 하였다는 이유로 윤리위원회에 제소되는 일까지 빚어졌다.
건전한 논쟁이나 바람직한 감사들도 있었다. 대법원에 대한 국감에서 여당이 “조국 가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이 남발됐다”면서 “이를 제어해야하지 않느냐”고 질문하자 야당 측은 “조국이 자초한 일로 국민적 관심이 높으니 불가피한 일”이라고 맞받아치는 등 여야가 격돌하자 대법원 관계자는 “담당 판사가 진지한 고민 끝에 결정했다고 본다”면서 “압수수색영장 발부가 쉽다는 지적은 고민해 보겠다”는 답변으로 넘어갔다. 행안위에서는 소방관 처우 개선에 한 목소리를 냈고, 산업위에서도 여당은 “R&D 질적 수준이 하위권”이라며, 한국당은 “밑빠진 독에 물 붓기”라며 정부의 R&D 지원에 대한 효율성을 함께 지적하기도 했다. 
대한민국 헌법 61조는 국정감사를 명시해두고 있다. 국정감사는 국회가 국정 전반에 대해 조사하여 정부를 감시 비판하는 기능이다. 이 국정감사권을 확보하기까지에는 역사적으로는 피나는 투쟁이 있었다. 1948년 제헌국회 때부터 유지되던 국정감사는 1972년 제4공화국 유신독재정권이 들어서면서 행정부의 사무를 저해한다며 삭제해 버렸다. 전두환 정권의 제5공화국 헌법에서도 특정한 현안만 조사하는 ‘국정조사권’만 인정했다. 그러다가 1987년 6·10항쟁으로 온 국민이 저항하고 나서자 제6공화국 헌법에서 대통령 직선제, 지방자치 실시 등과 함께 국정감사권이 부활한 것이다. 하여 이제는 여야 교섭단체 합의로 30일 이내에 실시하게 됐다. 올해도 2일부터 20일간 788개 기관을 감사하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짧은 기간동안 4백조원이 넘는 방대한 예산의 적정사용 여부를 살핀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사가 진행 중인 조국을 정치 이슈 삼아 답변할 위치에 잊지도 않는 행정기관을 상대로 질의를 하니 정치적으로 성과를 얻었을지 모르지만 시간만 낭비하는 결과를 빚었다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번 국정감사와 관련한 문제점과 의의로 세 가지를 지적할 수 있다.
첫째, 민의를 대표하는 국회가 국민을 대신하여 국정감사를 하는 중에 거대한 광장정치가 경쟁하듯이 여러 차례 진행되는 모순이 나타났다는 점이다. 여야 모두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지난 4·19의거, 5·18민중항쟁, 6·10항쟁, 촛불시위로 불의를 참지 못한 민중의 거대한 힘으로 정권을 뒤엎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광장정치는 국회의 존립기반을 위협하는 요소이다. 검찰개혁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아 ‘광장’의 힘이 필요하였을지는 모르겠지만 정권 교체는 여기에 이를 만큼 심각한 형편은 아니다. 국회의 노력이 더욱 필요한 때이다.
둘째, 국정감사의 상설화를 검토해야 한다. 정부의 1년 사업을 단 20일 내외에 감사를 마친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다. 또 정치인들이 언론 노출을 의식해 튀는 발언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따라서 정치권이 합의하여 예산결산위원회를 상설화한다거나 다른 상설기구를 만드는 방법으로 차분하고 깊이있는 감사가 진행하도록 해야 한다.
셋째, 깨어있는 시민들을 위한 정치적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 광장 정치가 경험이 충분하지 않는 정치인들에게는 소구력이 높아 매력적일지 모르지만 역으로 국회의 ‘무능’을 보여주는 거나 다름없다. 청와대의 국민청원게시판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오늘날 ‘시민’은 선거때만  의사를 표시하는 유권자가 아니라 ‘공적 주체’이다. 시민은 정부와 정책을 잘 파악하고 있으며, 개혁을 이끄는 주역이다. 이들의 의사를 광장이 아닌, 그러면서도 광장과 유사한 (사이버) 공간에서 반영하는 공적 기구를 설치해야 한다.
20대 국회는 아직도 남아있는 숙제가 많다. 공수처 설치, 수사권 조정, 선거법 개정 외에 계류 중인 1만여 개의 안건을 처리하는 것이 20대 국회의 의무이자 책임이다. 이러한 일들을 도대체 처리하겠다는 건지 않겠다는 건지를 정당별로 확실히 밝히고 21대 총선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김성(광주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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