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6일 만에 두번째 배구인생, 다시 시작된 백목화 전성시대

886일 만에 두번째 배구인생, 다시 시작된 백목화 전성시대

  • 기자명 박상현 기자
  • 입력 2018.08.05 22:36
  • 수정 2018.08.05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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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목화가 5일 충남 보령종합체육관에서 벌어진 태국 EST와 보령 KOVO컵 A조 첫 경기에서 공격을 성공시킨 뒤 환호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백목화가 5일 충남 보령종합체육관에서 벌어진 태국 EST와 보령 KOVO컵 A조 첫 경기에서 공격을 성공시킨 뒤 환호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보령=데일리스포츠한국 박상현 기자] 그의 마지막 경기는 2016년 3월 2일. 당시 그의 소속팀인 대전 KGC인삼공사는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며 '봄 배구'를 이어가지 못했다. 그리고 청천벽력 같은 통보를 받아야만 했다. 자유계약선수(FA)가 된 그는 3차 협상에서도 KGC인삼공사는 물론이고 다른 팀과도 계약을 맺지 못했다.

맥이 풀렸다. 'FA 미아'가 된 그는 이대로 버려지나하며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배구선수로서 인생은 끝난 것만 같았다. 잠시 대구광역시청에서 뛰었지만 완전하지 않은 몸상태로 뛰는 것은 의미없다고 생각하고 배구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 여가시간에 배운 커피 로스팅 기술을 갖고 커피 바리스타로 전업했다. 바로 백목화의 얘기다.

그러나 백목화의 배구 인생은 그대로 끝나지 않았다. 지난 겨울까지만 하더라도 선수는 물론이고 지도자 꿈도 없던 그였지만 직접 사무국장까지 보내 자신을 설득한 화성 IBK기업은행의 제의에 흔들렸다. 이정철 감독도 "선수 생활이 타의로 너무 일찍 끝났다"며 직접 커피숍을 찾아왔다. 결국 백목화는 지난 5월 30일 복귀를 선언했다.

"솔직히 지난해에도 코트로 돌아오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받은 적이 있어요. 하지만 그 때는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어요. 그런데 IBK기업은행은 직접 제가 일하고 있는 커피숍까지 찾아올 정도로 성의를 보이셨어요.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정말 배구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는데 인생 모르더라고요."

말은 이렇게 하지만 정말로 배구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빨리 코트에 복귀할 수가 없다. 백목화는 5일 충남 보령종합체육관에서 열린 태국 EST와 보령-한국도로공사컵 여자프로배구대회 A조 조별리그 첫 경기를 통해 복귀전을 치렀다. 단순히 복귀전이 아니라 당당히 선발로.

백목화가 5일 충남 보령종합체육관에서 벌어진 태국 EST와 보령 KOVO컵 A조 첫 경기에서 공격을 성공시킨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백목화가 5일 충남 보령종합체육관에서 벌어진 태국 EST와 보령 KOVO컵 A조 첫 경기에서 공격을 성공시킨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2년 동안 배구를 쉬긴 했지만 운동을 아주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어요. 물론 선수 때처럼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동안 운동했던 것이 복귀하는데 큰 도움이 됐어요. 또 이정철 감독님께서도 너무 급하게 생각하지 말라면서 부담을 줄여주셨어요."

백목화의 몸은 빨리 올라오기 시작했다. 2년을 쉰 것이 의심이 갈 정도로 감각도 빨리 되찾았다. 지난 6월 1일부터 훈련을 시작했는데 불과 한 달여 만에 컨디션을 70%까지 끌어올렸다고 기뻐했다.

백목화의 복귀는 IBK기업은행에도 큰 힘이 됐다. 그렇지 않아도 IBK기업은행은 주전 김희진을 부상으로 잃었다. 김희진은 고질적인 팔꿈치 부상 때문에 IBK기업은행은 물론 아시안게임 대표팀에서도 제외됐다. 팔꿈치 부상이 어깨에 무리를 가져오고 그 결과 스텝까지 무너지면서 총체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이 이정철 감독의 얘기다.

하지만 백목화가 들어옴으로 인해 IBK기업은행에도 다소 숨통이 트였다. 물론 김희진과 같은 포지션은 아니지만 수비적인 레프트로 뛰면서 IBK기업은행의 수비 안정에 큰 힘이 될 것이라는 것이 이정철 감독의 생각이다. 게다가 이정철 감독은 백목화가 그 누구보다도 가장 열심히 하고 모두의 모범이 되는 선수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엄하기로 소문난 이정철 감독의 말이라면 백목화가 얼마나 '두번째 배구 인생'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백목화는 자신의 두번째 배구 인생을 3~4년 정도로 보고 있다. 하지만 불과 6개월 만에 자신이 다시 코트에서 뛸 줄 알지 못했듯 이 역시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환하게 웃는다.

백목화는 'FA 미아'가 돼 코트를 떠나있었지만 886일 만에 결국 돌아왔다. 백목화는 서브 여왕으로서 탁월한 감각까지 보여주며 새로운 소속팀 화성 IBK기업은행에서 새로운 배구 인생을 시작했다. <사진=박상현 기자>
백목화는 'FA 미아'가 돼 코트를 떠나있었지만 886일 만에 결국 돌아왔다. 백목화는 서브 여왕으로서 탁월한 감각까지 보여주며 새로운 소속팀 화성 IBK기업은행에서 새로운 배구 인생을 시작했다. <사진=박상현 기자>

"IBK기업은행은 강팀이잖아요. 열심히 해서 팀에 해는 끼치지 말아야죠."

역시 백목화는 죽지 않았다. EST와 복귀전에서 3세트를 모두 뛰며 11득점을 올렸다. 4개의 서브 에이스도 기록했다. 특히 1세트에 2연속 서브 에이스를 성공시키며 2013~2014 '서브 여왕'이 아직 죽지 않았음을 알렸다.

"처음 코트에 들어섰을 때 떨리긴 했지만 코트 위에서 몸을 풀다보니 긴장감이 사라지고 늘 하던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떨지 않고 잘할 수 있었어요. 아쉬움이 남았지만 그래도 복귀전에서 이겼기 때문에 잘 치렀다고 생각해요."

스스로 결과에 100% 만족하지 못한다고는 했지만 백목화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백목화가 얼마나 배구를 사랑하고 갈망해왔는지를 알 수 있는 미소였다. 백목화의 배구 전성시대는 지금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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