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G-2] 겨울 생소한 선수들, 또 다른 '쿨러닝 신화' 꿈꾼다

[평창 G-2] 겨울 생소한 선수들, 또 다른 '쿨러닝 신화' 꿈꾼다

  • 기자명 박상현 기자
  • 입력 2018.02.07 08:31
  • 수정 2018.02.07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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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스포츠한국 박상현 기자] 하계스포츠와 달리 동계스포츠는 즐길 수 있는 나라가 한정되어 있다. 겨울이 없어 얼음이 얼지 않고 눈이 내리지 않으면 동계스포츠를 즐길 수 없다. 빙상종목은 최근 실내경기장이 늘어나면서 적도지방에서도 즐길 수 있게 됐지만 설상종목은 모두 실외에서 벌어지기 때문에 추운 겨울이 없는 나라에서는 해외 전지훈련을 떠나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

이 때문에 아프리카나 적도지역, 동남아 등에서 동계스포츠는 비인기 종목이다. 쉽게 접할 수 없기 때문에 일반인들의 관심도 적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1988년 자메이카의 '쿨러닝 신화'에 도전하는 아프리카, 동남아, 적도지역 국가 출신 선수들이 대거 출전한다.

물론 메달권에 진입하기에는 모자란 실력이지만 출전하는 것 하나만으로도 보람을 느끼고 올림픽에 나서는 것이 영광이라는 진정한 '올림피언'들이다.

나이지리아 여자 봅슬레이. <출처=business wire>
나이지리아 여자 봅슬레이. <출처=business wire>

◆ 동계스포츠가 낯선 아프리카의 아름다운 도전

평창동계올림픽에는 가나, 나이지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마다가스카르, 모로코, 에리트레아, 케냐, 토고 등 아프리카 8개국 선수들이 출사표를 던졌다. 아프리카대륙 남단에 있는 남아공을 제외하고는 적도 인근의 국가들이어서 동계스포츠가 낯설다. 하지만 평창에서 아름다운 도전을 시작한다.

여자 봅슬레이 2인승에 출전하는 모리암 세운 아디군(나이지리아)은 원래 육상선수였다.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출신의 아디군은 세계육상선수권에 두차례나 출전했다. 대구에서 열렸던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에서는 100m 허들종목에 나서 13초14의 기록으로 19위에 올랐다. 또 2012년 런던 올림픽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아디군은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경기를 보고 봅슬레이에 관심을 갖게 됐다. 미국에서 거주하고 있었기에 봅슬레이 종목을 접하기는 쉬웠다. 2016년부터 대회에 출전할 정도로 실력이 급성장했고 결국 나이지리아올림픽위원회에 나이지리아를 대표해 평창동계올림픽 봅슬레이에 출전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미국프로농구(NBA)의 전설적인 선수인 하킴 올라주원의 조카이기도 한 아디군의 목표는 메달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영국 공영 BBC 방송과 인터뷰에서 "평창에서 메달을 따내는 것이 목표"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가나에서는 남자 스켈레톤에 출전하는 아콰시 프림퐁이 있다. 가나에서 태어났지만 네덜란드에서 성장한 그는 육상 200m에서 네덜란드 청소년선수권 챔피언이었다. 하지만 2012년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아킬레스건 부상을 입으면서 그의 육상선수로서 생활이 끝났다.

그러나 육상선수 출신으로 봅슬레이 종목에 도전했다. 소치동계올림픽에서는 네덜란드 봅슬레이 4인승 출전 후보이기도 했다. 자신의 사업에 집중하느라 봅슬레이를 중도에 그만뒀지만 아내의 조언과 격려로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하게 됐다.

아프리카 사상 두번째 스켈레톤 선수가 된 프림퐁이 평창까지 오는 길은 멀었다. 가나 대표팀의 재정난이 심해 후원을 호소한 것. 이에 가나의 대체결제 서비스 제공사인 페이스위치가 가나 대표팀에 후원금을 전달함으로써 올림픽 무대에 서게 됐다. 프림퐁은 "아프리카 사람도 동계 스포츠를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 실력을 갈고닦아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메달에 도전하겠다"고 벼른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레전드 전이경 코치가 이끄는 싱가포르 쇼트트랙 선수단. <제공=싱가포르빙상연맹>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레전드 전이경 코치가 이끄는 싱가포르 쇼트트랙 선수단. <제공=싱가포르빙상연맹>

◆ 아시아에서 세번째 열리는 올림픽, 동남아 훈풍 불까

평창 대회는 일본 삿포로와 나가노에 이어 아시아에서 세번째로 벌어지는 동계올림픽이다. 그러나 동남아시아의 대부분 국가는 삿포로와 나가노 대회를 출전한 경험이 없다.

동남아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태국은 2002년부터 동계올림픽에 출전했다. 태국은 알파인스키와 크로스컨트리에 4명을 출전시킨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는 이번 대회가 첫 동계올림픽 출전이다. 말레이시아는 알파인 스키와 피겨스케이팅에 2명을 내보낸다. 이 가운데 피겨스케이팅 남자싱글에 출젆는 줄리언 이는 한국과 중국 등에서 피겨 유학을 경험했고 지난해 열린 동남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까지 따냈다. 역시 지난해 삿포로-오비히로에서 벌어진 동계아시안게임에서도 8위에 올랐다.

싱가포르에는 한국 여자쇼트트랙의 레전드인 전이경 코치의 집중 조련을 받은 샤이엔 고가 있다. 싱가포르 사상 첫 동계올림픽 출전 선수가 된 고는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쇼트트랙의 매력에 푹 빠졌다. 지난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고는 대학 입학을 미룬채 캐나다와 싱가포르를 오가며 전이경 코치의 지도를 받았다.

프랑스에서 태어난 동티모르 국적의 요한 고우트 곤칼베스는 2014년 소치 대회에 이어 다시 한번 알파인 스키 종목에 나선다. 동티모르 사상 첫 동계올림픽에 출전했던 그는 프랑스인 아버지와 동티모르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동남아는 아니지만 역시 더운 남쪽 나라인 대만은 이미 1972년부터 동계올림픽에 꾸준히 출전해왔다. 이 가운데 리엔테안은 대만을 대표해 소치 대회에 이어 루지 종목에 출전한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 이후 꾸준히 동계올림픽에 출전하고 있는 홍콩도 아라벨라 응을 여자 알파인 종목에 출전시킨다.

동남아는 아니지만 중동의 레바논도 3명을 내보낸다. 레바논은 1948년 대회부터 동계올림픽에 출전했던 유서깊은 국가다. 역시 20세기 중반부터 동게올림픽에 꾸준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인도와 이란도 평창에서 하나된 열정을 불태운다.

리우 올림픽을 달군 '통가 근육맨'. <출처=연합뉴스>
리우 올림픽을 달군 '통가 근육맨'. <출처=연합뉴스>

◆ '리우의 근육남' 통가의 두번째 동계올림픽 선수가 되다

2014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개막식에서 탄탄한 상체를 드러내 전세계 스포츠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통가의 근육남' 피타 니콜라스 타우파토푸아가 평창대회에 출전한다.

그는 통가의 두번째 동계올림픽 선수다. 통가는 이미 지난 2014년 소치 대회에서 브루노 바나니를 루지종목에 출전시킨 전력이 있다. 그러나 타우파토푸아는 불과 2년 전 태권도 종목에 출전했다가 이번에 생소한 크로스컨트리 선수로 변신했다.

2016년 말 스키 선수로 변신한 타우파토푸아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이후 새로운 도전이 필요했다. 1년 이내에 내가 해낼 수 있는 가장 어려운 스포츠가 뭘지 생각했고 결국 크로스컨트리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그가 평창동계올림픽까지 오는 길은 순탄하지 않았다. 출전권을 따낼 수 있는 대회가 모두 7번 있었는데 마지막 대회에서 6위를 차지하며 간신히 평창동계올림픽에 나설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그가 출전권을 따냈다고 해서 무조건 나설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웹사이트를 통해 출전 경비를 모금하기 시작했다. 간신히 목표액인 3만 달러를 모은 그는 평창에서 새로운 모습을 선보일 날을 고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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