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선수가 자국에서 펼쳐진 베네치아 마라톤에서 22년 만에 우승했다. 하지만 순수한 실력이 아닌 다른 선수들의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24일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2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열린 '제32회 베네치아 마라톤' 남자부에서 선두권을 유지하던 마라토너 6명이 반환점을 착각해 한동안 달린 뒤 다시 반환점으로 돌아오는 믿기 힘든 사상 초유의 레이스가 펼쳐졌다.
덕분에 이탈리아의 무명 선수 에이오브 게브레히웨트가 자신의 종전 최고 기록 2시간15분39초보다 3분 앞당긴 2시간12분16초로 결승 라인을 통과했다. 1995년 이후 22년 만에 이탈리아 선수가 베네치아 마라톤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외신에 따르면 25km 지점까지 압둘라 다우드(에티오피아), 킵레팅 춤바, 데이비드 메토, 무타이 킵케메이(이상 케냐) 등 6명의 마라토너들이 선두권을 형성하며 반환점을 착각했다.
행사 안전을 책임진 경찰 모터 사이클이 반환점 앞에 서 있었고 선수들은 모터 사이클이 가리키는 깃대와 줄이 이어진 길로 돌아야 했다.
하지만 선두그룹 선수들은 깃대를 돈 뒤 라인이 없는 안쪽 길을 택했다. 불과 20㎝ 차이였다.
하지만 이런 착각이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대회 주최 측은 6명에게 '롱턴(Wrong turn)' 판정을 내렸고, 이미 방향을 바꿔 달리던 선수들은 반환점으로 되돌아와야 했다. 애초 우승 후보로 꼽혔던 아프리카 선수들은 이 해프닝으로 선두권에서 멀어졌다.
결국 2그룹에서 달리던 이탈리아의 게브레히웨트는 정확하게 반환점을 돌았고, 반환점을 두 번 돌아야 했던 선두 그룹을 모두 제쳤다.
'롱턴 판정'을 받은 선수 중에는 춤바가 2시간16분47초로 가장 좋은 기록을 냈다. 반환점을 두 번 돌면서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해 4위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