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도록 차가운 포항의 늦깎이 꽃샘추위

시리도록 차가운 포항의 늦깎이 꽃샘추위

  • 기자명 이균재 기자
  • 입력 2016.04.20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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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포항, 이균재 기자] 늦은 4월, 포항에 시리도록 차가운 꽃샘추위가 찾아왔다.

포항 스틸러스가 '디펜딩 챔프' 광저우 헝다(중국)에 완패하며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탈락의 먹구름을 걷어내지 못했다. 포항은 지난 19일 오후 포항스틸야드서 열린 광저우와 ACL H조 조별리그 5차전 홈경기서 0-2로 졌다.

포항은 이날 패배로 승점 4(1승 1무 3패)에 머무르며 광저우(1승 2무 2패, 승점 5)에 3위 자리를 내주고 꼴찌로 떨어졌다. 이제 확률 낮은 경우의 수를 기다려야 한다. 우선 20일 우라와 레즈(승점 7, 일본)가 시드니FC(승점 9, 호주)에 무조건 패해야 한다. 포항은 조별리그 최종전인 우라와 원정을 승리로 장식한 뒤 광저우가 시드니에 패하거나 비기길 바라야 한다. 쉽지 않은 시나리오다.

포항은 올 시즌 뚜껑을 열기 전부터 가시밭길을 예고했다. 모기업 포스코의 경영 악화로 예년보다 허리띠를 졸라맨 까닭이다. 성공시대를 열었던 '레전드' 황선홍 감독은 스틸야드를 떠났다. 김승대, 고무열, 신진호, 김태수 등 주축 자원들도 팀을 이탈했다. 올 시즌 외국인 선수는 라자르 단 한 명 뿐이다.

지난해 말 포항의 지휘봉을 잡은 최진철 포항 감독은 전임 황선홍 감독의 '스틸타카'에 '스피드'를 덧입힌다는 푸른 청사진을 제시했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쳤다. 개막 1개월 만에 희망은 절망으로 변했다. K리그 순위표는 참 낯설은 10위(1승 3무 2패)다. ACL을 더해 최근 6경기(2무 4패)서 2득점 8실점, 무승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설상가상 팀 상황도 좋지 않다. 대체 불가능한 미드필더 손준호가 오른 무릎 인대 부상으로 사실상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다. 빨라야 시즌 말미에나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베테랑 수문장 신화용도 경미한 발목 부상으로 2경기 연속 결장했다.

대체자들의 활약도 썩 만족스럽지 못하다. 최진철 감독은 황지수의 짝으로 이재원, 김동현, 박준희 등을 번갈아 시험했지만 합격점을 받지 못했다. 오히려 경험 부족을 여실히 드러내며 '노장' 황지수의 체력 부담만 늘어났다. 신화용 대신 골문을 지킨 김진영도 2경기 연속 2실점하며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중원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다 보니 최대 강점이었던 수비도 흔들린다. 김광석, 배슬기, 김원일이 지키는 센터백 라인은 예년만한 안정감이 없다. 주인이 자주 바뀌는 사이드백도 공수 양면에서 2% 아쉬움이 남는다.

앞선도 문제다. 유일한 외인 라자르는 타깃형 스트라이커로서 공은 잘 지켜내지만 아직 데뷔골이 없다. 기대를 모았던 '이적생' 양동현도 예열을 마치지 못했다. 올 시즌 팀 내 최다골 주인공인 심동운(6골)에게 기대를 걸지만 역부족이다. 문창진은 기복이 있고, 이광혁은 100% 컨디션이 아니다. 최호주와 정원진 그리고 강상우는 경험이 부족하다.

새 시즌이 시작되는 3월은 선수들의 감각이 부족해 경기력이 들쭉날쭉하다. 통상 4월이 되면 정상궤도에 올라서기 마련이다. 겨우내 흘렸던 굵은 땀방울의 보상이 서서히 나타나는 시기다.

2016년, 포항엔 아직 봄이 찾아오지 않았다./dolyng@osen.co.kr
[사진] 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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