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윤표의 휘뚜루 마뚜루]김인식, “김현수 문제, 감독이 기다려줘야 하는데…”

[홍윤표의 휘뚜루 마뚜루]김인식, “김현수 문제, 감독이 기다려줘야 하는데…”

  • 기자명 홍윤표 기자
  • 입력 2016.04.01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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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꿈을 품고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던 김현수(28. 볼티모 오리올스)가 기로에 서 있다. 김현수는 올해 메이저리그 시범경기를 통해 실망스런 결과를 남기는 바람에 벅 쇼월터 볼티모 감독의 신임을 얻지 못하고 마이너리그로 밀려날 위기에 놓였다.

그동안 벅 쇼월터 감독은 때론 암묵적으로, 때론 대놓고 김현수를 압박해 마이너리그행을 강요해왔다. 김현수는 그에 대응해 1일 에지전시인 리코스포츠를 통해 마이너리그행을 공식적으로 거부하는 한편 메이저리그 잔류 버티기 에 들어갔다.

벅 쇼월터 감독은 이미 김현수를 메이저리그 25인 로스터에 넣지 않겠다고 공언했으므로 이른바 ‘김현수 사태’는 보기 드문 감독과 선수의 줄다리기 형국으로 번지고 있다.

김현수 사태를 지켜보고 있는 국내 야구계 인사들은 착잡한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더군다나 지난해 강정호(29. 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시즌 초반 고전할 때 클린트 허들 감독이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준 것과 대비되는 벅 쇼월터 감독의 성마른 행동에 비판적인 여론도 적지 않다. 물론 일차적인 책임은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충분히 보여주지 못한 김현수에게 있지만 ‘적응 기간’을 충분히 주지 않는 벅 쇼월터 감독에 대한 원망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와 관련, 김인식 KBO 기술위원장은 “김현수를 기다려 주지 않는 감독이 문제”라고 직설적으로 벅 쇼월터 감독을 비판했다.

지난해 프리미어12 대회에서 한국대표팀 감독 지휘봉을 잡아 초대 우승으로 이끌기도 했던 김인식 위원장은 “우즈가 처음 왔을 때 시즌 초반에 1할 대 타율로 허덕였지만 참고 기다린 결과 가장 성공적인 외국인 타자로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타이론 우즈는 1998년 OB 베어스(두산 베어스 전신)에 입단했지만 한국무대 적응이 늦어 시즌 초반에 고전했다. 당시 김인식 OB 감독은 그를 돌려보낼 수도 있었지만 섣불리 내치지 않고 꾸준히 기용, 그해 우즈는 홈런, 타점1위를 기록했고 아울러 정구리그 최우수선수(MVP)로도 뽑혔다.

김인식 위원장은 “그해 우즈를 5월 안에 계약을 해지하면 계약금을 주지 않아도 됐지만 ‘참고 기다리면 될 것 같은’ 생각에 주위의 압박을 무릅쓰고 계속 경기에 내보내니까 결국 좋은 결과를 낳게 됐다”고 돌아보았다.

하기야 ‘감독 김인식’은 인내심이 아주 강한데다 ‘선수를 믿는, 믿어주는’ 지도자로 정평이 나 있지만 벅 쇼월터 감독에게 ‘김인식의 미덕’을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긴 하다.

그렇지만 이미 강정호 사례도 있고, 한국 무대에서 가장 정교한 타자로 평판이 나 있는 김현수를 볼티모 구단과 벅 쇼월터 감독이 저런 식으로 선수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행태를 바라보는 국내 야구인들과 팬들의 마음은 결코 편치 않을 것이다. 정규리그도 아닌 시범경기 성적만으로 선수의 앞길을 ‘어둡게 예단’하는 것은 너무 성급한 처사가 아닌가.

그래서 김인식 위원장은 “(김현수가) 버텨야 한다.”는 말도 했다. 김 위원장은 “김현수가 한국에서 대하던 투수들과 달리 여태껏 겪어보지 못했던 낯선 상황에 조급해져 중압감을 심하게 받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타석에서 생각이 많아 보였다”며 “그렇지만 감독이 (선수의 그런 처지를 이해하고) 기다려줄 필요가 있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김현수는 신일고를 졸업한 뒤 한국프로야구단의 부름을 받지 못하고 2006년에 두산 구단의 ‘신고선수’로 출발을 했던 쓰라린 경험을 안고 있다. 그렇지만 그는 고난의 길을 걸어 한국 최고 타자의 반열에 올랐다. 김현수가 현재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메이저리그 무대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것 또한 바로 그런 그의 전력 때문이다.

마이너리그행을 거부하고 끝내 메이저리그 버티기로 들어간 김현수의 행보를 점치기는 어렵다. 2년간 700만 달러의 조건으로 계약했던 김현수는 부대조건이었던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행사해 버렸다. 이제 볼티모 구단의 선택이 남았다.

/홍윤표 OSEN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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