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사회인야구 클리닉, 그들에겐 야학(夜學)이었다

현대차 사회인야구 클리닉, 그들에겐 야학(夜學)이었다

  • 기자명 강희수 기자
  • 입력 2015.09.21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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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강희수 기자] 심훈은 농촌계몽소설 ‘상록수’에서 주인공 채영신의 입을 빌려 “아는 것이 힘이요, 누구든지 배우러 학교로 오라”고 말한다. 배움에 목마른 이들은 공간과 환경을 가리지 않고 가르침이 있는 곳으로 몰려든다. 2015년, ‘상록수’의 배경이 된 시대도 아니지만 소설 속 아이들처럼 ‘배움’이 절실한 이들이 있다. 사회인 야구 선수들이다.

어렵사리 터전을 열자 전국에서 배움을 구하는 이들이 구름처럼 몰려 들었다. 그들에게 이 터전은 시대만 다른 ‘야학(夜學)’이었다.

20일 일요일 오전, 서울 양천구 신월동 신월야구장에는 유니폼을 입고 야구 배트와 글러브를 챙겨 든 이들이 하나 둘 몰려들었다. 그런데 같은 유니폼이 하나도 없다. 경기를 치르려면 같은 유니폼을 입는 게 상식인데….

이날 신월야구장에 모인 이들은 선수는 맞지만 경기를 위해 모인 것은 아니었다. ‘양준혁 송진우와 함께하는 사회인 야구 클리닉’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한국 프로야구 레전드 반열에 오른 송진우 양준혁으로부터 한 수 가르침을 받기 위해 모인 이들이었다.

‘사회인야구 클리닉’은 현대자동차가 후원하고 이노션월드와이드, 전국야구연합회가 주최/주관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사회인야구 전국 대회 ‘더 브릴리언트 베이스볼 클래식 2015’의 특별 이벤트로 마련 된 행사다. 작년에는 당시 김성근 감독이 이끄는 고양 원더스 구장에서 원더스 코칭스태프의 지도 아래 같은 행사가 열렸다.

7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 된 80명의 선수들이 전국에서 몰려 들었고 코치진으로는 송진우, 양준혁을 비롯해 신윤호, 정성훈, 문희성, 이민택, 김도균, 이정준, 조규준, 정지민이 참가했다.

80명의 선수들은 투수, 포수, 내외야 수비, 타격 등으로 세분화 된 프로그램에 따라 클리닉을 소화했다. 이 프로그램은 실제 프로야구 선수들이 받는 훈련 과정을 기반으로 했다.

오전 9시, 간단한 개막식을 갖고 훈련이 시작 됐다. 훈련의 시작이자 기본은 스트레칭. 뭉친 근육을 풀며 강도 높은 프로그램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는 과정이다. 30분간 몸 구석구석을 풀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10분의 휴식.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벌러덩벌러덩 드러누웠다. 나름 사회인 야구단에 소속 된 ‘현역 선수’들이지만 가쁜 숨을 몰아 쉬기도 하고, 황급히 물을 찾기도 했다. 이제 겨우 워밍업을 했을 뿐인데….

멀리 부산에서 새벽 KTX를 타고 올라온 이동일 씨(40, 유니 자이언츠)는 이날의 프로그램 중 가장 인상 깊은 게 무어냐는 질문에 “스트레칭”이라고 대답했다. 이 씨는 “근육을 어떻게 쓰는 가를 배웠다. 투수들에겐 다리 안쪽 근육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근육을 풀어가고 만들어가는 스트레칭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이동일 씨의 말대로 사회인 야구 ‘선수’들에겐 ‘기초’와 ‘기본기’가 절실했다. 타격의 기초를 가르친 양준혁 해설위원의 얘기도 비슷했다. “처음에는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난감했다”고 했다. 워낙 기초가 없는 상태라 클리닉 단계를 설정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우려다. 그러나 열정 하나만은 ‘국가대표급’이라고 했다. 송진우 해설위원도 “나이가 들어서 격렬한 운동을 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정말 대단한 분들이다”고 참가자들의 열의를 높이 샀다.

잠깐의 인터뷰였지만 이동일 씨의 얼굴에는 잠시도 환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전날 팀 회식이 있어서 2시간 밖에 못 잤다는 이 씨의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 하나도 없었다. 배우는 것이 좋아죽겠다는 소설 ‘상록수’ 속 아이들 같다.

이 씨는 “사실 나도 어릴 적 꿈이 야구 선수였다. 그 꿈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중학교 2학년짜리 아들을 야구 선수로 키우고 있다. 20년째 사회인 야구를 하고 있는데,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불러만 준다면 이 자리에 다시 오겠다”고 말했다. /100c@osen.co.kr
<사진> ‘양준혁 송진우와 함께하는 사회인 야구 클리닉’ 현장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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